연보라빛 파꽃에서 이렇게 촘촘하게 까만 파씨가 여물어 가는 텃밭..
위도가 높은 북반부에 위치한 도시에 살고 있어서,
동장군의 위력이 대단한 긴 겨울에 반해서
습도도 낮고, 기온도 25도를 잘 넘지 않은 여름날씨는 지내기에 딱 좋지만,
너무도 짧은 것이 늘 불만으로 남는다.
그런데 올해 여름은 7월에 다녀 온 한국의 여름날씨를 함께 데리고 왔는지,
도착 한 날부터 연일 습도도 높고 기온도 30도 이상을 웃도는 더운 날씨가 계속된다.
따라서 예년 여름과 달리 에어콘을 켜야하는 날과 시간도 증가하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불과 며칠전만 하더라도 아름다운 보라빛의 파꽃에서
어림잡아 수천개의 씨로 왕성하게 종족번식을 잘 이행해 주고 있다.
(혹시 씨 필요하신 분 계시나요?)
하지만, 백야 현상까지 보일만큼 낮길이가 20시간에 육박하던 7월이 지나고,
점점 낮길이가 짧아지고,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해 지는 날씨에
엄격한 자연의 법칙이 존재하고 있음을 점점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7월만 해도 꽃들이 다투듯이 제각기 이쁘게 피어 오르더니,
8월에 들어서면서, 화사하던 꽃잎들이 시들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자태가 흐트러지면서,
그들이 그렇도록 원하던 소중한 씨들이 조금씩 영글어 가고,
풍성한 열매들이 하나 둘씩 달리기 시작하는 걸 보니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각자 스스로 알아서
그 찬란했던 여름과 작별을 고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부추꽃도 피어나고...
체리 토마토도 영글어가고...
수퍼마켓에서 사는 것과 비교도 되지않게 달고 주스가 많은 자연의 선물들...
그 옆에는 노란꽃에서 작은 주먹만한 토마토가 영글어 가고...
파스타 요리에 약방감초같은 베즐(basil) 허브 이파리도
특유의 향을 발산하면서 줄기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고....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말린 배즐에 비해서
향도 짙고, 맛도 진해서, 마늘과, 올리브 오일, 그리고 잣과 함께
페스토 소스를 간단히 만들어서 아무 파스타 국수에 얹여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올해는 작녈보다 더 높게 활짝 피어나는 클레마티스...
어른 손바닥보다도 훨씬 큰 클레마티스의 요염하고 화려한 자태...
화려하고 요염하기까지한 양귀비 꽃은 졌지만...
60-70개의 씨가 여름 햇볕에 촘촘하게 여물가면서
내년 봄맞이를 일찌감치 끝내고...
정작 해바라기꽃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쬐그만 쑥갓꽃이 노란빛을 환하게 발산하면서 뽐을 내고 있다.
한편에 씨를 받기 위해서 꽃을 따지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마치 야생화 꽃밭을 방불케 한다.
연보라의 자그마한 열무꽃에서...
이렇게 주렁주렁 씨가 들은 pods 들을 보면
그들의 대단한 생명력이 섬짓하기까지 하다.
새끼 손가락만한 이 고추들은 아주 매워서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말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도 남는 녀석들이다.
9월에 발갛게 익으면 따서 말렸다가
파스타나, 피클, 그리고 조림에 통째로 몇개씩 넣으면 매콤한 맛을 가미해 준다.
올해는 평소와 달리 래스베리는 잘 열리지 않고,
대신 블루베리가 주렁주렁 달려서 정원을 오다가다 한주먹씩 따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서서히 가을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집 텃밭과 정원을 따라서
나 역시 찬란한 여름이 남겨 준 자연의 선물에 고마워 하면서
팔을 걷어 부치고 가을/월동 준비를 시작해 봅니다.
우선, 밭에서 부추와 파를 뽑아서
매콤하게 부추 김치부터...
멸치젓을 넉넉히 넣고, 갖은 양념으로 버무리면....
여름 입맛을 돋구워 주는 먹음직스러운 부추김치를 식탁에 올려진다.
참기름을 넣고 밥에 쓱쓱 비벼서 오늘 저녁 한끼를 때웠다.
연이은 무더위에 저치고, 입맛도 칼칼하던 차메
땀을 흘리면서 매운 부추 비빔밥을 먹고 나니 반짝 생기가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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