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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Family/Jeanie Marie

아주 특별하고 감동적인 첼로 연주회

by Helen of Troy 2015. 10. 24.

 

추수감사절 연휴 토요일 10월 10일 저녁 7시에

알버타 대학교 내에 있는 컨버케이션 홀(Convocation Hall)에서

아주 특별한 첼로 추모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이 첼로 연주회는 지난 5월 12일에 암으로 사망한

에드먼턴 첼리스트 타냐 프로하츠카의 삶을 기리고 축하하는 뜻깊은 연주회였습니다.

 

 

 '보헤미아 랙타임' 을 첼로 앙상블로 신나게 연주를 한 아홉명의 첼리스트...

왼쪽부터 Julian Savaryn, Amy Nicholson, Jeanie Kim, Kathleen Den Caen,

Caitlin Laslop, Julie Amundsen, Olivia Walsh, Sarah Tungland and Kerri McGonigle

 

 

 

추모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큰딸은 무대에서, 나머지 식구들은 청중석에서...

 

 

 

첫 순서는 알버타 대학교 음대학장이신 윌리엄 스트리트 박사님이

간단한 이날 모인 청중들을 환영하는 간단한 인사말과 타냐와의 관계를 회고했다.

 

 

 

다음은 타냐의 가족인 두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분이 무대에 올라 와서

우선 남편이 고인에 대해서 회고하고...

 

 

 

이어서 막내딸인 헬렌카가 돌아가신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울먹이고 있다.

지금은 31살의 아기 둘의 엄마이지만, 9살때부터 알고 지내던 당찬 소녀이기도 하다.

 

 

 

추모 첼로 연주회 프로그램...

 

 

 

 

첫 연주된 곡목은 에드워드 엘가의 에니그마 변주곡(Enigma Variations by Edward Elgar) 중

님롯(Nymrod)

 이 곡은 타냐의 제자였던 9명의 첼리스트를 위해서 특별히 arrange 되었다.

가운데에 서 있는 큰딸 진이 옆에  서 있는 변호사 로 활동중인 줄리언 외에는

모두들 캐나다와 미국에서 첼리스트로 활약중인데

이날 추모 연주회를 위해서 추수감사절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비행기를 타고 이 연주회에 참석해서 고인에 대한 고마움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연주자들이 검은 복장 위에 화사한 스카프를 두르거나,

튀는 양말이나 넥타이를 한 이유는

타냐는 평소에 흔한 립스틱도 바르지 않을 정도로 화장도 하지 않고,

옷도 편안하면 되고, 머리도 생전 미장원에 가지 않을 정도로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늘 커다란 스카프를 두르는 것이어서 트레이드마크 처럼 많이 알려져서

이날도, 약속이나 한듯이 화사한 스카프를 두르고 무대에 올랐다.

 

 

다음 곡목은 드보르작의 둠키 피아노 트리오 (Dumkey Trio by A. Dvorak)

왼편에는 타냐의 쌍둥이 언니이자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왈피쉬,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자 유럽과 북미 그리고 호주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벌치고 있는

저명한 첼리스트인 라파엘 왈피쉬(Elizabeth & Raphael Wallfisch),

그리고 가운데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스테판 래믈랑(Stephane Lemelin)

 

 

 

연주가 끝난 뒤에 환호하는 청중들에게 답하는 트리오 멤버들...

이 곡은 타냐와 엘리자베스가 함께 15세에 연주한 후에

처음으로 무대에서 의미가 크다고 엘리자베스씨가 언급했다.

 

 

 

이어서 올려진 작품은 어네스트 블로흐의 '유대인의 노래'

(Jewish Song from Jewish Life by Ernest Bloch)를

타냐의 형부인 라파엘 왈피쉬의 첼로와

실비아 쉐딕-테일러 씨의 피아노 반주로 연주되었다.

 

중후한 첼로 음색으로 마음의 저 밑바닥을 후려치는 듯한 애잔한 멜로디가

오늘따라 더 애처럽게 들려온다.

 

 

 

 

이어서 2005년 11월에 영국 런던 로얄 아카데미에서 쌍둥이 언니 엘리자베스와

베토벤 작의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개되었다.

 

 

 

타냐의 트레이드 마크인 그녀의 콘트롤이 불가능한 곱슬머리와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그녀와 인연이 닿은 모든 이들에게 보여 준 배려와 사랑이 엿보여서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다음은 페카 두에르스키 교수의 지휘로 알버타 대학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역시 타냐의 제자였고, 이제는 솔로이스트로 북미에서 활동중인

캐롤린 스틴슨 양이 파퍼의 헝가리언 랍소디 (Hungarian Rhapsody by David Popper) 곡을

열정적인 연주로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마지막 음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청중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이제 막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발돋음하는 캐롤린에게 큰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Intermission

 

휴식 시간에 연주 장소로 사용된 Convocation Hall(이 홀은 원래 오래 전에 졸업식 식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지어졌지만, 현재는 주로 연주회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밖으로 잠시 나와서

그날 오랜만에 만난 많은 지인들의 근황을 주고 받으면서

타냐를 회고했다.

 

 

 

이날 로비에는 에드먼턴에서 활동중인 많은 음악가들도 참석해서

생전의 고인에 관한 덕담들을 나누면서 무겁고 슬프기 보다는 사뭇 즐거운 celebration 같은 분위기였다.

 

 

 

무대 근처에서 타냐의 가족들과 지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한 쪽에는 타냐의 제자들이 오랜만에 서로 만나서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2부 공연은 타냐의 쌍둥이 언니 엘리자베스씨가

고인과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함께 한 시간들을 회상과 헌정하면서 시작했다.

 

 

 

2부의 첫 연주곡은 브람스의 인터메쪼 (Intermezzo in A major, op. 118 No. 2 by Brahms)를

피아니스트 밀는 슐로써(Milton Schlosser)씨가 연주했다.

 

 

 

다음은 슈만작곡의 5 Stueke I'm Volkston 중 1번과 2번을

안동균 군이 스테판 레믈랭 씨의 반주와 함게 무대에 올려졌다.

 

동균 군은 중학교때에 첼로 공부를 위해서 유학을 온 한국학생으로,

큰 딸과 동갑내기로 고등학생 때에 타냐의 제자로 들어 왔고,

큰딸과 함께 에드먼튼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함께 활동하던 친한 친구이다.

그는 얼마 전에 카네기 홀에 데뷰 연주회도 가질 만큼 촉망받는 첼리스트인데

이 추모 연주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뉴욕에서 날라왔다.

 

 

 

연주가 끝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먹이며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동균...

 

 

 

이어서 타냐와 15세부터 파리에서 룸메이트로 지내면서

함께 파리 콘서바토리에서 첼로를 배우던 오래된 친구 사라 울렌 씨가

두보아 작의 안단테(Andante Religioso from Pieces Religieuses by Dubois) 를

피아니스트이자 음대 교수인 자네트 스코트 호이트의 피아노 반주와 함께 연주와...

 

 

 

Tribute....

 

 

그리고, 현재 호주에서 거주하는 타냐의 막내 여동생 로잰 씨가

 단상에 올라와서 언니와 함께 한 추억을 숙연하게 나누고...

 

 

 

남동생인 휴씨가 큰 누나 타냐에 대해서 짧지만 큰 울림이 있는 이야기와

얼마 전에 망막 수술로 부득이하게 이날 함께 하지 못한 의사 막내 동생이

고인과 유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 주셨다.

 

 

 

 

다음은 타냐가 그녀의 장례식 중에 연주할 곡을 특별히 부탁한 곡인

슈베르트 작의 현악 5중주(String Quintet in C Major D. 956) 중 아다지오 악장을

장례식 대신에 이날 추모 첼로 연주회에서 잔잔하게 무대에 올려 졌다.

 

왼쪽부터 Guillaume Tardif, Aaron Au (바이올린), Sue Jane Bryant (비올라)

 Rosanne Hunt, Amy Nicholson (첼로)

 

호주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하는 타냐의 막내 여동생 로잰씨는

타냐가 생전에 분신처럼 아끼던 그녀의 첼로를 소장하게 되었고,

이날 연주도 그 첼로로 연주가 되어서 타냐의 첼로가 계속 노래를 하게 되었다.

 

 

 

타냐의 두 제자 중에 에드먼턴에서 활약중인 에이미 양이 울먹거리며 타냐를 추모했고,

이어서 비록 변호사로 활동중이지만, 5살부터 타냐로 부터 첼로를 배우기 시작해서

큰딸이 어려서부터 제일 오래 함께 첼로를 배워서 절친한 사이이고,

여전히 첼로를 사랑하는 줄리언이 짧게 타냐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9명의 첼리스트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서

멀리서 오랜만에 뭉쳐서 전날 두시간 연습을 한 내색 없이

경쾌한 리듬에 신나는 Thomas Lamb 작곡의 보헤미아 랙타임(Bohemia Ragtime quartet)를

드물게 9대의 첼로의 앙상블로 청중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마지막 레퍼토리는 9대의 첼로를 위한

Mariano Mores 곡의 Cafetin de Buenos Aires Tango  탱고 곡이 무대에 올려졌다.

 

 

 

생전의 타냐의 삶처럼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사랑을 담은 탱고를

그녀가 아끼고 사랑하던 아홉명의 제자들이 함께 고인을 위해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연주회가 끝난 다음에

타냐의 초상화 옆에 서 있는 큰 딸 진이...

 

어린 학생들을 거의 받지 않았던 그녀가

처음 대면 후 2년 후에 진이가 여섯살때에

진이를 지도하겠노라는 전화를 받고 시작된 그녀와의 인연...

그리고 동부로 멀리 대학을 진학하게 되고,

그녀가 암 판정을 받으면서 정기적인 레슨은 없었지만,

진이가 재학 중에 오디션이나 연주회를 앞두고 있을 때마다

전화로, skype 로 타냐는 정성을 다해서 진이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위를 받기 위한 졸업연주회 때에는

암치료 바로 직후라서 외부에 노출이 불가피할 때에도

동영상으로 몇번씩 돌려 보고, 충고와 칭찬을 한 영상을 보내 주셨고,

첼로 연주 뿐 아니라, 진로에 대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인생에 대해서 아파서 병상에 계셔도

기꺼이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한 제자를 아낌없이 온전히 사랑해 주셨다.

 

10년 암 투병을 하면서 어려운 고비도 참 많았지만,

딸 아이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멘토였던

그녀의 빈자리가 너무나 컸는지,

딸아이는 2주일간 잘 먹지도 자지고 못하고

오케스트라 공연도 컨서바토리에서 지도하는 일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큰 슬픔에 잠겨 있기도 했는데

이런 추모 연주회를 통해서

그녀가 늘 강조하던 joy of life, joy of music

모토대로 잘 살아갈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녀의 사랑과 legacy 는 재능있는 차세대 첼리스트들이

계속 이어가고 있음을 이날 연주회로 실감할 수 있었고,

나도 감히

타냐처럼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에게

생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맘껏 베풀면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닮고 싶다.

 

 

 

Rest in peace, Tanya,

We love you,

we thank you,

and

We will always treasure

the time we shared.

 

 

 

 

사이먼 래틀 지휘로 베를린 심포니가 연주하는 엘가 작의 님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