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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90회 생신을 맞이하는 알로이즈 아버지를 만나러 독일로...

by Helen of Troy 2019. 3. 7.



2006년 7월 11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우리 가족과 마리로즈 엄마와 알로이즈 아버지




37년간 나의 친부모외에 또 다른 친부모 사이로 지내 온

알로이즈님의 90세 생일을 축하하러 가기 위해서  

내일 아침 독일로 떠납니다.




1983년 6월

서울 연희동 집에서 주재원 부부와 함께 디저트를 먹으면서...

 

 

나와 마리로즈 엄마와 알로이즈 아버지는

내가 미국 뉴욕에 본점에서 주재원 자격으로 한국 지사로 부임했던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어려서 부모님을 따라서 이민을 간 후,

중고등 그리고 대학교, 대학원을 마치고 뉴욕의 은행에 입사한 후

처음 방문한 서울은 그야말로 내겐 너무도 낯선 객지였다.

한국말도 아주 서툴고, 지리에도 어둡고, 아무 연고도 없는데다,

당시 남성만이 하던 은행 비지네스, 컴퓨터 analyst, IT 엔지니어 자격으로

외국에서 온 한 젊은 여자가 돌연 나타나서

그때까지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모든 업무를 세계 최초로 전산화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계약 조건이 너무 좋아서 쉽사리 서울 주재원 일을 결정한 것을 

한동안 많이 후회하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그 외롭고 어려운 타지 생활 중에

매주 일요일에 외국인을 위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나처럼 비슷하게 주재원으로 한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면서

마리로즈와 알로이즈 부부를 알게 되었다.


 


1984년 여름에 연희동 집에서

 우간다에서 오신 신부님, 외국인 성당 주임 신부님,

그리고 영국에서 오신 주재원님과 함께 만찬을 들면서...


 

알로이즈 부부는 이미 부산에서 5년, 그리고 서울에서 산지 3년째로

나보다 훨씬 한국에서의 주재원 선배님으로,

친구도 없이 혼자 매일 일만 하는 내가 안스러웠는지,

성당 미사 전에 호텔 커피숍에서 일요일마다 가족끼리 먹는

선데이 브런치에 나를 끼워주시면서, 점점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나를 포함해서 타국에서 주재원으로 외롭게 지내는

지인들을  연희동 집으로 초대해서

프랑스 요리의 대가인 마리로즈 엄마의 맛난 음식을 해 주셔서

향수병을 잊게 해 주셨다.


내가 한국에 온지, 1년 후에 살던 집의 계약이 만료되어서 새로운 집을 찾았는데,

마땅한 집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얘기를 마리로즈 엄마에게 했더니

 2남 2년 중에 셋이 미국과 호주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방이 두개나 비었으니

집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라고 하셔서

엉겹결에 당시 사시던 연희동 집으로 짐을 옮겼다.




1985년 8월 1일

서강대학교 채플에서 가진 조촐한 결혼식에서...

둘째 아들 대니, 대니 친구, 알로이즈 아버지, 니콜 그리고 마리로즈 엄마


 

그렇게 함께 연희동에서 살기 시작했고,

당분간이라고 했던 기간이  2년이 넘도록 연희동 집에서 함께 살았다.

당시 외국인 학교에 다니던 막내 니콜과는 친언니 동생처럼 지냈고,

어디를 가도 늘 나를 자신들의 큰 딸이라고 소개를 하셨고,

출근할 때도 알로이즈님의 차를 타고 편하게 일터로 가기도 하면서

가족처럼 살갑게 지냈다.

 

 1985년 우리 부부가 결혼할 때에도

예식장에서 한 결혼식보다 이틀 먼저 서강대학교에서 외국인 지인들과 함께

조촐하게 가진 혼인성사 때에도, 친딸 결혼식처럼

손수 꽃과 부케에서부터, 리셉션 중에 먹을 각종 다과와

케이크도 직접 만드셔서 완벽하게 준비를 다 해 주셔서

이틀 전에 캐나다에서 도착한 우리 부모님들은 정작 편하게 결혼식에 참석하셨다.

결혼 후, 나는 미국 본사로 돌아 갔고,

알로이즈 아버지는 이듬해에 인도네시아로 발령을 받고 한국을 떠나시면서

서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미국에 두 아들이 살고 있어서

방문하실 때마다 우리 가족과도 만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0년 7월 15일

사시는 곳에서 가까운 St. Ingbert의 한 이탈리안 식당에서...



결혼해서 20여년간 직장일과 집안 일을 병행하느라 늘 시간에 쫓겼고,

특히 자폐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다 보니

늘 동경하는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결혼 25주년부터 남편과 의기투합해서,

더 나이를 먹기 전에 무조건 한달 이상 부부 여행을 다니자고 다짐한 후에

다행스럽게도 매년 그 다짐을 지켜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유럽으로 여행을 오게 되면, 늘 독일 서부에 위치한

알로이즈 아버지 집에 4-6일간 머무르곤 했다.


우리가 올 때마다 마리로즈 엄마는 미셸린 스타 셰프 저리 가랄 정도로

대단한 프랑스 요리 솜씨로 맛난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보게 되고,

알로이즈 아버지는 지하실에 쟁여 두신

최상의 다양한 포도주를 끼니때마다 한두병씩 따서 마시곤 한다.





2010년 7월 17일 동네 산에서 산책하면서...

 

 

늘 바지런하시고, 검소하시지만,

남들에겐 넉넉하게 베푸시던 마리로즈 엄마가

2000년도부터 시작된 파킨슨 병이 점점 악화되어서

거동이 불편한데도, 하루에 먹는 20알 이상 약 기운 덕분에

활동하는데 덜 불편하신 약 2-3시간동안, 이렇게 산책을 하거나

우리를 위해서 돌아가시기 6개월 전에도, 뻣뻣한 손가락으로

예전 솜씨 그래도의 맛을 내는 프랑스 전통요리들을

눈물을 머금고 먹어야 했다. 




2010년 7월 18일

 

돌아가시기 6개월 전의 마리로즈 엄마와 함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2011년 2월 4일  

 마리로즈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미국, 영국, 남아공, 캐나다에서 온 가족들과,

장례식이 끝난 후에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마리로즈님의 파킨슨 병이 점점 악화되면서

그녀를 돌보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는데,

요양원이나 병원 대신에,

그 모든 수발을 자신도 70대 후반의 노령인

알로이즈 아버지가 혼자 감내하시느라 많이 힘드셨는데도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잃고 너무 슬퍼하시는 모습에

부부의 연은 참 깊고도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11년 7월 13일

프랑스 알사스, 500년된 오래된 개인 집을 개조한

리보빌 호텔 로비에서...

 

 

마리로즈님의 장례식이 끝난지 5개월 만에 떠난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혼자 지내시는 알로이즈님이 걱정되어서 독일로 다시 찾았다.

마리로즈 엄마는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와이너리를 대대로 하는 집의 딸로 태어나서

현재도 그녀의 조카가 물려 받아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루는 와인을 거나하게 함께 마시다가

알사스 지방의 유명한 Wine Road로 떠나자는

알로이즈 아버지와 신나는 와인 투어를 4일간 다녀와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2011년 7월14일

알사스 (Rue de Vin: Wine Road)에서

Marcel Deiss 와이너리에서 Grand Cru 와인 테이스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Gewürztraminer 와인의 대가인

마셀 다이스 와이너리를 비롯해서 약 5,000개의 와이너리가 있는

알사스의 와인길 상의 와이너리 투어는

와인광인 남편은 물론, 우리 모두 너무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2011년 7월 15일

Colmar 근처의 Le Mont Sainte Odile 에서...

 


 


2013년 7월 27일

집에서 느긋하게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2013년 7월 27일


 



2013년 7월 28일

 알로이즈 아버지의 사촌 집 뜰에서...


 


2013년 7월 29일

 독일의 Erholungsgebiet Saarschleife 에서 막내 니콜과 함께...


 


2015년 7월 21일

다시 찾아간  알사스 리보빌에서...

4년 전과 달리 이제는 남편의 팔을 붙잡고 걸으셔야 해서 맘이 짠했다.


 


2015년 7월 21일

리보빌의 마리로즈 엄마의 여동생 집에서...


 

 


2015년 7월 21일

 리보빌 호텔 정원에서 저녁 식사후, 느긋하게 와인을 마시면서..



 


2015년 7월 22일

 현재ㅐ 가족 와이너리를 여전히 운영하시는 마리로즈 엄마의 올캐


 

 


2015년 7월 24일

니콜, 딸과 함께 식당에서...


 

 


2015년 7월 25일

우리가 떠나는 날, 기차역에서 기차를 함께 기다리면서...


 



2018년 6월 8일


 그리고 작년에 3년만에 만난 89세의 알로이즈 아버지는 너무 쇠약해지셔서

그렇게 좋아하시던 외출이나 산책을 꺼려 하셔서 마음이 아팠다.

 

 


2018년 6월 9일


늘 가는 이탈리언 식당에서...

식사량도 예전보다 많이 줄고

술도 많이 못하셨다.





2018년 6월 9일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전에 기념촬영으로...




예전에는 작별 인사를 나누게 되어도 서운하긴 해도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작년 여름에 작별인사를 하면서, 서로 말은 안 해도

살아서 또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모두 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서인지

눈물을 참으면서 평소보다 오랫동안 작별 포옹을 하고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으로 차에 올라서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그래서 막내 니콜이 앞장 서서 알로이즈 아버지의 90세 생일 파티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처음엔 바쁜 스케줄 때문에 망설이다가,

살아 계실 때에 한번 더 뵙는 것이 제일 큰 생일 선물이라는 생각에

5일간의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