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by Hieronymus Bosch
circa 1490-1500
얼마 전부터 뉴욕타임스가 '10분 챌린저'라는 제목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연재해 오던 기사를 아주 흥미롭게 읽어왔다.
이 시리즈는 한 작품을 계속해서 10분간 응시한 다음, 독자들에게
당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요?
이런 반응이 다른 작품과 비슷한지 아니면 어떻게 다른가요?
어떤 이미지가 세 개의 패널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나요?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라는 질문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엮어졌다.
어제 올라온 기사에 소개된 미술작품은
히로니무스 보쉬가 그린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이어서
아주 신이 나서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나도 오래전부터 보쉬의 작품을 참 좋아했는데
남편에겐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517년에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이
유럽을 여행할 때에 함께 한 한 수행원이
브럿셀의 한 궁전에 걸린 예사롭지 않은 한 그림을 보고,
후에 그의 여행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이 작품은 패널들로 이루어졌으며,
이 패널엔 아주 기괴하고 별난 것들이 묘사되었다.
바다, 하늘, 숲, 초원을 비롯해서
껍데기에서 사람들과 다양한 동물들과 새들이 기어 나오고,
어떤 껍데기는 흑인 남녀들이 다양한 동작을 하기도 하고,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그림 속의 인간들과 동물들은
보기에 즐겁기도 하고, 엄청 놀라워서
이 그림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기에 불가능하다."
이 기록은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작품을
본 사람들이 쓴 최초의 감상평이다.
그 후 500여 년간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술 학자들은 세 패널로 이루어지고 폭이 약 4 미터에 달하는
작품 속에 묘사된 수수께끼 같은 대상들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노력했지만,
워낙 대상들의 숫자도 너무 많은 데다가
그 대상의 진정한 의미가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작품을 그린 히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는
네덜란드 화가 가문에서 태어났으며(1450-1516),
가톨릭 신자로 엘리트 가문 출신 엘리트 수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이 작품은 1490-1500년 사이에 제작되었다고 추정되는데,
누가 무슨 의도로 작품 의뢰를 한 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성당 내에 전시된 적은 없었다.

지금 이 작품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프라도 박물관에 소장되었다.
신문 기사는 규모가 큰 작품 속에 빽빽하고 정교하게 묘사된
수많은 캐릭터의 의미를 밝히기보다는
우선 어떤 캐릭터가 등장하는지 함께 찾아보면서
작품을 이해해 보기를 권장한다.

우선 세 개의 패널 중 양쪽에 패널을 닫으면 보이는 사이드에 그려진
모노크롬의 그림에서 이 작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패널의 그림은 구약성서의 '천지장조' 중 세 번째 날로,
물과 육지가 나누지는 현상을 묘사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왼편 위에 하느님이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라틴어로 시편 33:9와 148:9절에 나오는
'For he spake, and it was done;
and For he commanded, and they were created.'가 새겨졌다.
이제 위의 소개된 패널을 열면;

화사한 색상으로 묘사된 수많은 캐릭터들이 눈에 들어온다.
삼 단 패널로 이루어진 Triptychs 작품은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감상해야 하는데,
가운데 패널에 다양한 동작과 포즈의 캐릭터들이 제일 많이 등장한다.
그림 속의 캐릭터를 쉽게 찾기 위해서, 위에서부터
뒤(Background), 중간(Middle Ground), 앞(Foreground)으로 나누었다:

세 패널 다 수평선이 아주 높게 잡아서
화가가 보다 넓은 공간에 다양한 장면을 그릴 수 있게 했다.
왼쪽 아래쪽부터 시작해 볼까요?

우리는 에덴동산에서 조물주 신이 아담과 이브를
막 창조한 장면을 목격하는데,
이브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한편 아담은 위로 올려다보고 있으며
핑크빛으로 처리된 그의 뺨은 수줍음으로 붉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하느님은 바깥쪽에 묘사된 하느님과 달리
더 젊은 예수님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그리고 이 패널의 배경은 푸르게 우거진 정원으로 처리되었다.
왼편 패널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

그리고 그 정원에는 우리의 눈에 익은 동물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낯선 동물들도 등장한다.
(1500년경 럽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린을 본 적이 없으며,
후드를 쓰고 책을 읽는 동물 역시 현실적으로 보기엔 어렵다.)
왼쪽 중간에 보이는 핑크 타워 안에는:

부엉이 한 마리가 아래를 응시하고 있다.
(보쉬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지금처럼 부엉이가 지혜의 상징이 아니라
어두운 밤에 으스스하게 우는 부엉이를 악과 죄의 심벌로 여겼다)
왼쪽 패널에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데:

아주 작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뱀과 부엉이를 포함해서
다수의 기괴한 동물들과 사과까지 보인다.
가운데 패널의 수평선을 따라가다가
비현실적인 타워들과 4 개의 강을 지나가보면:

왼편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로 패널을 빼곡하게 차있다.
(아마도 천지창조에서 하느님이
"너희는 생육하고 번성하여라" 명령대로 이루진 듯하다.)
그리고 등장하는 인간들과 동물들이 즐겁게 신나는
난교파티를 하는 장면들로 그려졌다.
당신은 이런 장면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런 기묘한 장면들은 계속 이어진다.

" 이 작품은 구석구석 자세히 들여다보는 자체가 선물이다."라고 평을 하기도...

실물보다 커다란 과일도 있고
심지어 동물들도 엄청나게 크게 묘사되어서
마치 인간들과 동등한 동물의 관계로 이어진다.
모든 캐릭터들이 아무런 거림 낌 없이 탐닉하는 모습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현저하게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가운데의 패널은 하느님이 타락한 인간들을 없애기 위해서
내린 대홍수 이전에 탐욕과 죄에서 벗어난 모습을 묘사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리고 이곳은 진정한 천상이 아니고 허구의 천상을 의미한다.

왼편 패널처럼 가운데 패널 역시 어두움이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우리를 기묘한 표정으로 응시하는 부엉이의 등장이 이를 암시한다.
오른쪽 패널로 옮겨가서:

이 패널은 누가 봐도 지옥을 묘사하고 있으며,
기괴한 새들이 장악하고 있다.
Fires rage in the background.

여기저기 불길이 치솟고...

탐스러운 과일들은 사라지고,
벌거벗은 인간들은 옷을 입은 신원불명의 동물들에 의해
고문을 당하고 있다.

악기들은 고문의 도구로 사용되고...

패널 가운데에는 학자들이 "tree man/나무 인간'이라고 부르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텅 빈 껍데기의 몸을 한 그는 우리를 향해 뒤로 보고 있는데,
미술학자들은 지옥에서 영성이 결여된
허무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해석한다.

이 극적인 장면은 도박에 빠진 인간을,

이 장면은 허영기 있는 인간을,

그리고 가십/gossip의 죄를 범하는 인간들이
혹독한 벌을 받는 모습이 묘사되었다.
죄는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메시지가
확연하게 전해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미지, 주제, 아이콘과 스토리는
당대의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것이지만,
특히 지옥 패널의 장면과 같은 극적인 묘사는
보쉬의 이 작품은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하는 걸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지난 500년 동안 자주 많은 화가들이
복제품을 제작해서 지속적으로 수요를 충족해 왔다.
이 작품은 피터 브루헬부터 달리와 미로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전문가들과 그리고 일반 대중들은
'보쉬가 그린 너무도 기이하고, 희한한 이미지들은
직접 봐야만이 믿게 된다.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실제로 보면,
절대로 잊지 못한다.'라고 한결같이 평했다.

우리가 스페인을 네 번째 찾아간 2016년 7월에
마침 마드리드에 소재한 프라도 박물관에서
보쉬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2016년 7월 10일)
스페인 마드리드와 북부지방을 주로 방문했던
네 번째 스페인 여행 후기는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9년만에
이렇게 우연하게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아주 좋아하는 화가라서
로토를 맞은 듯 큰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우선.

이미 아침 9시 입장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길게 선 줄 부대에 합류해서 15분 후에 입장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프라도에서 열리는
특별전시회 포스터가 걸려있다.
우리 부부는 프라도처럼 세계 굴지의 거대한 박물관에 가면,
서로 취향이 다르기에
특정한 장소에서 시간을 정해 놓고 다시 만나기로 정하고
각자 편하게 감상하곤 한다.
이 날도 오후 1시에 박물관 1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약속 시간인 1시가 넘어도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쉬 특별전 포스터
박물관광인 나는 여행지에서
박물관 방문 때마다 서로 약속한 시간을 넘기고
헐레벌떡 지루하게 기다리는 남편에게 달려오곤 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남편이 1시 45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중증의 길치지만, 박물관 안에서 길을 앓어버릴리는 없고,
당시 스마트폰이 없던 남편에게 연락도 할 수도 없어서
그냥 초조하게 허기를 참으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2시 5분 전에야 드디어 남편이 미안한 얼굴로 달려오기에
걱정보다 허기 때문인지 화가 앞서서 왜 이렇게 늦었냐고 힐난조로 물었더니
아내와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덤덤하게 박물관을 찾았다가
드디어 프라도 박물관에서 그야말로 가슴을 막 뛰게 하는 작품들을
만났기 때문이란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냐고 물었더니
평소와 다르게 격양된 표정과 말투로
보스코/보쉬의 특별전에서 만난 그의 특별한 작품들이라면서
보자마자 마치 뭔가에 엊어맞은 듯한 충격과 밀려도은 감동으로
1시간 이상 그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늘 지각하던 죄가 있기에 그 이상 더 캐묻지 않고,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때우고,
다시 프라도에 소장된 걸작품들을 감상하러 올라갔다.

박물관 내의 서점 겸 기념품 가게
남편은 그날 잠시 본 것으로도 모자라서
꽤나 두껍고 무거운 프라도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집과
보쉬 특별전에 전시된 작품집을 반드시 사겠다면서
서점이 있는 아래층으로 먼저 달려갔지만,
안타깝게도 서점이 30분 전에 이미 문을 닫았다.
작품집 책을 못 사서 내내 아쉬워하던 남편은
다음날 아침 부리나케 일찌감치 걸어서 프라도에 다시 찾아와서
기어코 사고 싶어 했던 책을 구입했다.
그 후, 박물관을 방문하는 남편의 시각과 태도는
180도 달라져서, 아주 진지하게 작품들을 감상하는
눈과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덕분에 서로 만나기로 한 약속된 시간에
우리 둘 다 늘 늦게 나타난다.
그래서 이 작품을 비롯해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히로니무스 보쉬가 그린 작품들은
내게는 물론 남편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로 남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당시 프라도 박물관 내의 촬영을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어서
수많은 작품들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서 아쉬웠던 차에
이번에 영상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서
다시 한 번 이 작품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