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도 북부에 위치해서 유난히 겨울이 길어서인지 봄이 더 기다려지는
에드몬톤에도 서서히 봄이 다가 오나 보다.
살을 에이는 칼바람에서 아직은 쌀쌀해도 봄을 느끼기에 충분한 바람이 피부에 닿는다.
아직은 마당에 작년 12월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지만,
가장자리는 녹아서 몇달만에 눈 밑에 숨어 있던 땅이 들어다 보인다.
낮의 시간도 점점 길어져서 따사한 햇살과 마주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렇게 눈부신 봄 햇살이 커다란 창문으로 쏟아져 내려 들면
따라서 내 주위에 몇가지의 변화가 생긴다.
우선 수퍼마켓이나, 꽃집에서 서성거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눈이 녹자마자 심을 여러가지 채소씨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새로 개발 된 품종도 체크하고,
각양각색의 아기자기한 정원 소품과 악세사리들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으로는 집의 가구들이나 화분들을 낑낑대면서 이리 저리 옮겨 보기도 한다.
길어지는 햇살 덕에 겨울 내 움츠렸던 몸이 서서히 기지개를 하면서
뭔가 새롭게 시작을 해 보고 싶어지나 보다.
세번째로는 따뜻해지는 날씨와 비례해서
추운 겨울엔 따뜻하고 푹신한 두꺼운 털실 소재로 목도리, 장갑, 스웨터를 만들다가
그 누군가를 위해서 봄 분위기가 풍겨지는 가볍고 화사한 소재로 레이스 모티브로 스카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묘하게 봄바람 난 사람처럼 가슴이 설레이기도 하다.
나는 뜨개질을 하거나 바느질로 무언가를 만들 때 서너가지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봄철에 맞는 스카프 두개와 카디건을 이미 시작한 상태에서 남는 다른 바늘로
작년 크리스마스 때에 여러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동이 났던 순면 행주를 파스텔 톤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실용적이기도 하고 한번 써 보신 분들은 너무나 좋아하기에
10cm 길이의 작은 대바늘과 실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짬만 나면 쉽게 만들 수 있기도 하고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에게 부담이 적은 행주를 만들어서 차곡차곡 쌓아두면 괜히 부자같은 기분이 든다.
순면 행주
2월에 구입한 새 털실들..
1. 순면 소재의 폭신하고 가벼운 털실.... 2. 알팔카 털 소재의 털실 하나...
3. 봄철에 걸맞는 실크와 마 소재의 베이지 색 실... 4. 역시 같은 소재의 라벤더 색상...
5. 화려하고 독특한 질감의 면혼합실 6. 모헤어 소재 실..
7. 알팔카 털실 둘... 8. 알팔카 털실 셋..
작년에 구입한 순면의 실로 애기 이불을 만들어 보았다. 푹신하게 보이죠? 위의 1번 소재로 널널하게 크게 만들어 본 숄.... 순면 실답게 느낌이 상큼~~
하나의 실 소재가 4가지의 완전히 다른 색상과 texture가 혼합된 실로 만들어 독특하고 따뜻한 스카프... 특이하죠?
위의 3번 소재로 만들어 마와 실크 소재 레이스 스카프... 로맨틱하고 여성스럽죠?
파리에서 공수된 실크 소재의 스카프... 우아하게 검정 파티 드레스부터 캐주얼 옷차림까지 다 소화 할 수 있는 스카프.. 시원한 느낌이 드나요?
생각보다 뜨개질이 중독성이 매우 강하기에
색상이나 소재가 좋은 실을 손에 넣으면 어떤 모양과 촉감의 작품이 나올지 궁금해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잠을 축내면서까지 빠른 시간 안에
받을 사람을 대충 설정 해 두고 뭔가에 쫓기듯히 일단 무엇이든 하나를 완성하는
못말리는 고약한 습관 탓에 줄어진 수면 시간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벌건 눈과 다크서클로 racoon 같은 몰골이 되기 일수지만
그래도 털실뭉치에서 근사한 아이템 하나 하나가 마무리 될 때마다 행복하고 즐겁기에
오늘도 일이 끝나고 나의 favorite rocking chair에 앉아서 바늘을 손에 들었다.
오늘은 누구를 위해서 뭘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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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블로그에서 만난 나의 어여쁜 친구들도
멀리 사는 나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보내 주었다.
천연적인 소재로 직접 비누를 만들어서 보낸 ***리 칭구
이거 다 쓰면 조글조글한 내 얼굴이 5년은 젊어 보일려나..
고품질의 치약을 보내 준 ***장 후배
이것도 열심히 사용하면 순백의 치아로 평소보다 더 활짝 맘 놓고 잘 웃을 것 같으다...
장영희님이 쓰신 두권의 책을 보내 준 멋쟁이 엄마이자 후배인 **용 님..
안그래도 요즘 시에 푹 빠져서 사는 내게 같은 시라도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본 느낌이 좋기만..
고 마 워 요
music: When I'm sixty-four
played by Ofra Harnoy on cello
from helen's cd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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