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과 12월이 가까워 오면
한해 동안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서 아낌없이 베풀어 주신 분들에게
평소에 짬 날 때마다 조금씩 손으로 조물락 조물락 움직여서
받을 사람의 취향과 나이에 내 상상대로 맞추어서
다양한 소재의 털실로 뜨게질을 해서 만든 소품을 만들어서
내 나름대로 고맙다는 맘의 뜻을 담아서 전달을 하곤 한다.
작년에는 여름부터 연말까지 계속 유난히 바빠서 예년보다 완성 된 소품들이 적어서
보내 드리고 싶은 분들은 많은데 그러지 못해서 조금은 안타까웠다.
그래서 미리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 올해는 새해 초반부터 조금씩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시작을 해 본다.
선물 하나
오래 전부터 친동생같기도 하고 조카같은 후배가 나이가 40이 다 되어서 결혼 8년만에
1월 말이면 아이를, 그것도 딸하나, 아들 하나 공평하게 쌍둥이를 낳을 예정인
사랑하는 후배에게 지난주에 보낸 아기 이불입니다.
이건 여자 아이 이불답게 핑크와 흰색이불 .. 면과 모가 반반씩 섞였지만 물세탁이 가능한 실의 소재로..
석달 전에 임신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듣자 마자
마치 내 일처럼 너무도 기쁜 나머지 바로 뜨게질을 시작했다.
이 멋진 그녀와는 1992년 당시 알버타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의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우리 동네로 1년간 공부를 하러 온 20살의 아리따운 아가씨와
어린 아이 둘을 둔 30대 초반의 워킹맘 아줌마인 나와 그렇게 처음 만났다.
그녀의 한국대학 은사인 아이들 큰아빠의 소개로 처음 인연을 시작해서
미모에, 지성에, 좋은 성격에, 정말 하나도 빠지는 것이 없는 세째딸 중에
둘째 딸이 그녀와 우리는 거의 20년간 어디에 살던지 무엇을 하든지
계속 끈끈하게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어려서 그녀 아버지의 직업 덕분에 초등학교때 잠시 외국에서 살기도 한 그녀의 영어 실력은
원어민 수준으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그녀는 학교 공부 이상으로 뜨거운 열정으로
과외활동도 열심히 해서 옆에서 지켜 보는 우리는 그녀가 참으로 사랑스럽고 대견하기만 했다.
이건 남자 아기에게 줄 이불.... 소재는 순모이다
촉감이 아주 부드럽고, 한겨울에 알맞게 포근하고 따뜻하다.
내가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상으로 그녀는 나를 항상 자기의 멘토라고 하면서 잘 따랐다.
우리집에 한달에 한두번씩 오면 내가 직접 만든 김치를 비롯해서 밑반찬과
여러가지 한국음식을 차려 주면 얼마나 잘 먹어 주든지 기숙사로 돌아 갈때면 바리바리 싸 주기도 했는데
아마도 나라는 사람보다는 내가 만들어 준 한식이 더 맘에 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수백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홍일점으로 세계의 최고가는 미국의 컨설팅 회사로 입사를 했다.
직장에서도 곧 그녀의 능력을 인정했는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회사에서 중국어와 문화를 익히기 위해서 북경으로 2년, 그것도 모자라서
얼마 후에 미국의 최고 명문대학이 있는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세서
경영학 석사 공부를 시켜 주기도 한 대단한 재원이었다.
이렇게 중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서울과 홍콩을 드나들면서 커리어 우먼으로 자리매김을 했지만
그녀의 부모와 우리들은 늘 그녀가 좋은 짝을 만나서 가정을 꾸리기를 내심 무척 바라고 있던 차에
함께 공부하던 지금의 남편인 외교관 청년과 결혼을 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에게 결혼 한 후에도 오랫동안 아이가 없어서
드러내고 내색은 못했지만 내심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드디어 2-3주 후면 하나가 아니라
쌍둥이의 엄마가 곧 된다고 하니
이불을 뜨게질을 하는 내내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행복했다.
산모, 태어 날 두 아기가 부디 건강하기만을 두손 모아 빌면서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물살이 넘은 울 큰딸과 복덩이 아들이
여전히 지금까지 다 큰 성인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덜너덜하게 다 해져서 서너번 이상 실로 기워진 bably blanket와 떨어지지 않고
여태까지 부여잡고 사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 아이들도 긴 인생을 살다가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포근하고 따스한 이불이 큰 위로와 버팀목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에서는 똑부러지게 일하는 커리어 우먼,
사랑받는 아내,
착한 딸,
멋진 친구인 그녀는
이제 곧 세상에서 제일 가는 엄마로 거듭 날 것을 굳게 믿는다.
그저께 오전에 두 쌍둥이 아기들이 아주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고
반가운 이메일과 사진을 받았습니다.
선물 둘
알록달록한 pom-pom 같이 올록 볼록하게 튀어 나온
특이한 소재의 실을 사용해서
미국 동부에서 살고 있는 이 털실만큼 밝고 이쁜 후배에게 주려고 목도리를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냈다.
이 실은 보기만큼 참 복실복실하고 포근하다... 그녀 성격처럼..
색상과 소재가 참 맘에 드는데 안타깝게도 절품이 된 털실이기에 더 애착이 가서,
그녀도 앞으로 이런 실을 소재로 만든 유일한 목도리의 여주인인걸 알려 주기도 했다.
그녀 자신 또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것처럼...
이렇게 앞으로 구하지 못하는 걸 알았더라면 미리 사재기를 해 둘 걸 하고 후회막심입니다. ㅋㅋ
선물 셋
이 실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실이다.
다른 실과 달리 색깔만 다양한 것이 아니라
촉감과 소재가 완전히 다른 실을 한꺼번에 다 잘 조화를 해서 섞은 실로서
다양하게 잘 구색을 맞추어서 쓰기에 안성마춤이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변하는 실이 마치 자유자재로 변신을 하는 카밀리온 같기도 하고, 공작같기도 하고, 화려한 열대 새 같기도 하다.
다양한 색상처럼 질감도 참 다양하다.
그러기에 다양한 색상의 옷과 상황에 맞추어서 응용하기 쉬운 수재이다.
이 소재 역시 작년에 단종을 한 것이라서 남에게 주기가 사실 조금 망설여진 소재이지만
기술의 발달로 계속 새로운 소재의 실이 쏟아져 나오기에 더 근사한 실을 기대 해 보면서
기쁘게 이쁘게 포장을 해서 보냈다.
선물 셋
2년 전에 처음 배달이 된 이 소재의 실 200 그람이 배달이 되었을 때 별로 이 실을 과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스카프를 만들어서 해 드린 두 분 다 (학교 선생님과 애들 고모) 너무도 좋아 하셔서 두고 두고 칭찬을 해 주시기에
큰 맘 먹고 800 그람의 대량을 주문해서 배달을 받고 나서
봄 가을에 우아하게 코디해서 쓰면 좋을 이 소재로 정확하게 몇개인지는 몰라도 꽤 많이 만들어서 선물도 하고
드물게 내 자신을 위해서 만들어 두었다.
이 스카프는 캘리포니아에 사시는 모델처럼 멋쟁이 지인에게 보냈는데
그녀의 눈높이에 맞으면 좋겠다.
이 소재 역시 참 특이해서 촉감까지도 색다르다.
티지 않은 연한 베이직 색깔이어서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린다.
초 봄에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우고 이걸 두르면 멋진 그녀는 더 돋보일 것 같기만...
나도 이 스카프를 하고 외출할 수 있는 봄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려 본다.
선물 넷
얼마 전에 친구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만나서 인연이 시작된 분의 둘째 딸을 위해서,
맑고 순수한 그녀의 영혼을 부러워 하면서, 또 걱정도 하면서
연말 전에 보내고 싶은 욕심에 부랴부랴 실이 두꺼워서
빨리 완성되는 소재로 목도리를 급하게 만들어 보았다.
부드러운 촉감과 시원한 색강의 소재를 써 보았는데 그녀가 좋아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3일만에 완성을 했다.
이 험난한 세상을 그녀가 잘 헤쳐 나가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내 기도와 사랑을 담아서 보냈다.
선물 다섯
마치 진짜 모피같은 부드럽고 따스한 촉감의 이 실을 사용해서
멀리 프랑스에 사는 이쁜 예비 숙녀를 위해서 역시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려고
털실 박스 구석 맨 밑에 숨어 있는 실을 어렵사리 찾아서 단숨에 만들었던 스카프입니다.
이 스카프를 받은 아가씨는 아주 어려서부터 평소에 스카프나 장갑등을 전혀 착용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이 스카프를 너무도 좋아해서 실내에서도 내내 두르고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그녀는 받은 기쁨보다는 보낸 기쁨이 열배나 크나는 걸 아는지...
부디 따뜻한가슴과 순수성을 잃지 말고 건강하고 이쁘게 잘 성장 해 주기를 기도한다....
그녀의 순수하고 선하고 소박한 마음의 소유자인 아가씨가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 내 마음을 짠하게 하는 아가씨에게
부드러움과, 따스함, 그리고 정을 듬뿍 보태서
다행히 성탄 전에 무난히 잘 전달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이미 40 cm에 가까운 눈이 내려서 온 동네가 눈에 갇혔는데
거기다가 오늘 눈이 또 휘날리고
기온도 최고 낮 기온이 영하 20도를 넘지 못하는 혹한이고,
눈을 치우느라 어깨와 허리가 뻐근해도
크게 음악을 들으면서 누군가를 위해서
그래서 결국은 내 자신을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뜨게질을 하는 손놀림이 경쾌하고 가볍기만 한 오후입니다.
그리고 뜨게질을 하노라면
수없이 반복되는 손놀림 자체가
마치 묵주알이나 염주를 계속적으로 굴리는 행위와 흡사해서
맘이 복잡할 때에 무겁운 머리와 마음을 비울 수 있고,
잡념없이 한생각으로 기도를 온전히 바칠 수 있는
뜨게질이 소중하게 다가 옵니다.
이렇게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베풀면서 조금씩 덕을 쌓으면서 살다 보면
먼 훗날에 엄마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에
내가 쌓은 공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울 복덩이 아들이 어려울 때에 작은 일부라도 돌아 가기를 소망해 보는
장애아를 둔 엄마의 너무도 이기적이고 소박한 생활방식입니다.
music: nocturne in b flat minor by chopin
played by jacques loussier on piano
from helen's cd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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