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일 (오후 1시 30분)
Queenstown으로 가는 길에서...
나든 만 15살부터 운전을 시작했으니,
운전을 한지도 거의 50년이 되 가는데,
억수로 운이 좋게도, 무사고에 무티켓 기록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가 길 눈도 밝고, 방향감각이 좋아서
몇 달 전에 새로 차를 사기 전까지만 해도
차에 내비게이션없이 내가 선호하는 지도와 도로 표지판으로
왠만한 곳을 잘 찾아 가고,
여행을 할 때에도 지도 하나만 가지면,
방문하고자 하는 곳을 척척 잘 찾아 다니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차 운전 하는 것과 스피드를 좋아해서
아우토반이 있는 독일에 갈 때마다 시속 200 km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매년 가족여행을 멀리 떠나거나,
유럽으로 부부여행을 한달씩 갈 때마다
길치 중증인 남편 대신에 운전대는 늘 내 차지였다.
2020년 2월 1일
이번 뉴질랜드 여행 중에 세 번의 차를 렌트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내가 운전대를 잡고 약 3,500 km 를 달렸다.
뉴질랜드의 첫 행선지인 오클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여느때처럼 오클랜드 공항에서 첫번째 차를 빌렸는데
생애 처음으로 왼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국가에서, 운전을 하게 되어서
오랜 운전 경험에도 불구하고, 살짝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내 특유의 모토인 '일단 부닥쳐 보자' 마인드로
처음으로 '반대편' 운전자 석에 앉아서 보니
차 안의 기기들이 완전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지만,
이동을 하면서 배우면 되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단 차를 몰고 출발했다.
2020년 1월 31일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
제일 먼저 숙소로 이동하면서, 왼쪽 통행은 금방 적응이 되었는데,
문제는 깜빡이 등과 와이퍼, 그리고 기어들이 완전 반대편에 위치한다는 것을 예상치 못해서
깜빡이 등을 켜야 할 때에 번번히 애꿎은 와이퍼가 난데없이 작동을 해서
자주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신호등 대신에
예전부터 룰을 싫어하는 북미의 서부에서나 볼 수 있는
round-about (로타리) 가 뉴질랜드 전역에 보편화되어 있어서
로타리에 진입할 때에, 평소에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과 달리
뉴질랜드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로타리를 돌게 되어서
두세 블럭마다 만나는 로타리가 나오면
습관에 젖은 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두뇌를 풀 가동시켜서 운전에 집중을 해서
어렵사리 숙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2020년 2월 6일
Abel Tasman 국립공원 가는 길
이렇게 시작된 왼쪽 방향 운전은
사흘째부터 언제나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뉴질랜드 특유의 꼬불꼬불하고
산허리와 바다를 끼고 달리는 위험하고 좁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두 딸과 함께 뉴질랜드 북섬에서 13일간 다양한 행선지로
약 2,200 km를 달린 후에,
사고나 별 다른 문제없이 웰링턴 공항에 돌려주고,
비행기를 잡아 타고 남섬의 Queenstown 으로 날라와서.
이 곳에서 두번째 차를 렌트해서
이제는 유유자적으로 운전을 해서
테 아누, 밀포드 사운드, 퀸즈타운, 와나카, 애로우타운 등으로
6일간 차를 몰고 돌아 다녔다.
그리고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다시 퀸즈타운에서 비행기를 타고 웰링턴으로 가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남섬의 북부에 위치한 넬슨으로 날라왔다.
아주 소박하고 아담한 넬슨 공항에서 세번째로 차를 렌트해서
4일간 남섬의 북부지역을 두루 두루 구경했다.
2020년 2월 7일
뉴질랜드 여행을 무사히 잘 마치고 어제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오늘 해결해야 할 이런 저런 일을 하려고
내 차에 올라타고 평소대로 운전을 하려고 하니,
놀랍게도 거의 50년간 몸에 배였던 운전 습관대로 아니라
불과 3주간 뉴질랜드에서 하던대로, 왼손으로 기어를 더듬게 되고,
도로 위를 달릴 때에도,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처음 운전하듯이 버벅거리면서
번번히, 깜빡이와 와이퍼를 혼동해서 작동을 할 뿐 아니라,
좌회전을 하는데, 순간 반대편 길로 진입을 하려는
내 자신의 행동이 그저 신기하고 놀랍고,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처음으로 이런 경험을 하고 보니,
과연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는 말이 이런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습관이 좋든, 나쁘든 몸에 인이 박히듯이 배기 마련이라는 것을
새삼 피부로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이렇듯 우리는 평소에 살면서, 별 생각없이, 무의식적으로 우리 몸에 박혀버린
여러가지 습관들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 볼 이유도, 여유가 없이
생각없이 몸이 이끄는대로 행동을 할 때가 종종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습관이라는 것들이 좋은 것 보다는 그렇지 않은 습관들이
더 많다는 것도 쉽게 인지는 하지만,
그 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극히 어렵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 60이라는 나이를 넘기고 나서,
그동안 쌓여 온 나쁜 습관들은 하나씩 버리고,
어렵더라도 몸과 마음에 좋은 습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지구촌에 사는 다른 이웃을 배려할 수 있는 습관들을
하나씩 내 몸에 장착해야겠다고 자신과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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