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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닥터 지바고, 기억하시나요?

by Helen of Troy 2008. 12. 11.

 

 요즘 며칠간 우리동네는 마치 내가 한동안 너무도 좋아했던

Doctor Zhivago의 배경으로 둔갑을 했습니다.

집 뒤쪽이 확 트여서 거실에서 바라보이는 이 멋진 설경에 취해서

비운의 여주인공 라라를 꿈꾸어 보기도 했습니다.

Julie Christie가 우상이었던 까마득한 옛 시절도 기억에서 꺼내보면서....

 

 

 

 

 

 but...

 

 

 불행하게도 이런 달콤함 상상도 잠시....

멋지지만 이렇게 쌓인 눈을 치워야 하는 엄연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평소 10월말부터 눈이 오기 시작해서

다음해 3월말까지 눈이 쌓여있는 우리동네답지않게

올해는 눈도 더디게 오고 기온돈 평균기온보다 약 10도가량이 높아서

쉽게 겨울을 보내는가하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 내게 보란듯이 12월 1일부터

연일 눈보라에 강추위가 계속된다.

거기다가 남편까지 미리 이럴줄 알고 있는듯이

눈오기 바로 전날 서울로 떠나고 집을 비운 남편을 원망하면서

매서운 눈보라를 뒤집어 쓰면서 집 앞과 주위에 쌓인

눈을 혼자 치워야 했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이면  무거워서 치우기에 힘들기도 하고

차바퀴나 발자국이 생긴 후에는 눌린 눈을 긁어내기도 만만치 않아서

자주 나가서 그때그때 치워야 쉽다는 걸 알지만

시베리아 벌판같은 밖을  나가기가 싫어서 우선 이 핑게 저 핑게를

혼자 여러번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갈등하면서 버티다가  결국 겹겹히 껴 입고 일단 문밖을 나가서

눈 치우는 삽을 드는 순간 좀 더 진작에 나와서 치울 걸 하고 후회하면서

그 추위에도 불구하고 콧등과 등에 땀이 오를때까지 열심히 치웠습니다.

긴 겨울동안  딱히 할만한 운동도 없는 차에

이렇게 눈이라도 치우면 하루에 40분 운동을 두세번 하는것과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즐기면서 눈을 깨끗이 치웠습니다.

 

참고로 영어나, 한글에는 눈(snow)라는 단어가 하나이지만

inuit(에스키모)들의 언어에는 눈이라는 단어가 10가지가 넘는다네요.

물기 많은 눈, 밀가루 같이 날리는 눈, 눈송이가 큰 눈, 비와 섞여서 오는 눈,

무거운 눈등등해서 눈과 함께 생활하는 민족답게 눈을 다룬 단어가

다양합니다. 

 

다행히 오늘 온 눈은 습기가 없는 눈이라 눈을 치우는데

그다지 힘들이지않고 넓은 면적을 운동삼아 깔끔하게 치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눈의 단점은 눈에 습기가 없어서 눈뭉치를 만들수가 없다보니

눈이 오면 즐겨하는 눈싸움이나 눈사람을 만들수가 없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무척 가벼워서 눈을 힘들게 치워서 한쪽에 얌전히 쌓아 놓아도

어제같이 바람이 심하게 불면 아깝게 다시 쉽게 날라다니기도 해서

힘들여 치운 표시가 나지 않아서 솔직히 약이 오르기도 합니다.

 

북극의 도시답게 우리 동네 사람들은 스키나 스케이트 타기가 인기가 높습니다.

불과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스키장도 있는데

그동안 눈이 오지 않아서

인조눈을 만들어서 얼마전에 오픈을 했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와도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타기에는 적합치 않아서

계속 인조눈을 만드는 기계를 돌리기까지 합니다.

 

 

매년 12월1일면 집밖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다 마치는데

올해는 눈도 오고 남편도 집에 없어서

지붕위로 올라가서 christmas lights도 달 엄두도 안나고

이미 얼어붙은 땅에 여러가지 이쁜 장식을 박을수도 없기도 하고

온갖 크리스마스 장식을 모아놓은 커다란 상자들을

지하실에서 끌고 올라오는 것도 무리여서

이래저래 장식이 많이 늦어져서 초조해지기도 합니다.

 

한달전부터 춥기전에 눈오기 전에 미리미리 장식을 하라는 마누라 말을

건성으로 흘려버리고 서울로 내뺀 남편이 원망을 하다가,

할수없이 막내와 박스에서 하나씩 꺼내서 크리스마스 트리는 꾸며 놓았습니다.

 

거센 눈보가라 밖에선 몰아쳐도,

따뜻하게 타오르는 벽난로옆에 앉아서

분위기 좋은 크리스마스 캐롤을 계속해서 들으면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보낼 친구와 가족이 있기에

늘 마음은 훈훈한가 봅니다.

 

 벽난로 옆에 달아놓은 애들 크리스마스 스타킹..

산타 할아버지을 믿지 않게 된지도 오래 되어도

늘 하던대로 저렇게 달아놓고 뭐를 받을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추운 날씨에 굴뚝으로 통해서 들어 올 산타할아버지를 위해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간식으로 드시라고

쿠키와 우유를 벽난로 옆에 놓고 자는 것도 계속 하는 바람에

할수 없이 아침에 먼저 일어나는 엄마가 먹어치우던가

감추어 버리고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 가셨다고

의기양양하게 천연득스럽게 연극을 올해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