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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Marcia가 준 귀한 선물...

by Helen of Troy 2008. 12. 4.

11월 30일 저녁에 가진 RCA 밴드 공연이 끝나고

연습실에 모여서 옷과 다른 짐을 챙기고 있는데

합창단원중 한명인  Marcia 가 평범하게 보이는

플라스틱 백을 쑥 내밀어서 받아보니

직접 굽고 이쁘게 꾸민 gingerbread  boy  cookies가

들어있었습니다.

얼마나 이쁜 맘과 정성이 고마운지

와락 꼭 안아주었습니다.

 

16년전에 우리 가족이 멀리 미국 동부에서이 도시로 이사오자마자

2주일만에 가입한 합창단 첫연습장소에 가서

서먹해서 쭈빗하게 뒤에 앉아있는데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Marcia는 자기 소개를 먼저 하면서

새로 와서 환영한다고 제일 먼저 내게 말을 건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다른 단원들에게도 내 소개를

돌아가면서 해 주어서 쉽게 다른 단원들과 가까워지게

해 주기도 한 그녀이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도시에서 잘 적응을 해 나가는지

매주 화요일 마다 갖는 연습때 물어 보기도 하고

가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Hollywood 에서 태어나서

할리우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영문학을 전공해서 영어 선생님을 하시다가

은퇴후에 매달 나오는 합창단 Newsletter의

편집인으로, 기자로, 온갖 합창단 허드레 일을 도맡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5-6명을 초대해서

집에서 손수 만든 쿠키와 따근한 차를 준비해서

tea party도 열어주어서 눈인사만 겨우 나눌 수 있는연습때와 달리

서로에 대해서 잘 알게 해 주는 기회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그녀가 자상하게 챙겨주어서

새로운 도시에 와서 아무 친구와 친척이 없을때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도 합창단원들 중에 자연히 생겨서

덜 외롭게 지낼 수 있어서 새 도시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해 준 내게는 아주 고마운 분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로 잘 지내기에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물어본 적도 없고, 물어 볼 필요도 없어서

나는 그녀의 나이를 정확히 모른다.  다만 30대 초반의 두딸이

있고 4명의 손자를 둔 60대 후반의 할머니라고만 알고 있다.

50년 이상을 취미로 만드는 baking 솜씨는

프로를 능가하는데

매년 잊지않고 우리 세 아이를 위해서

이렇게 냄새도 향기롭고, 맛도 있고, 보기에도 너무 이뻐서

먹기 아까운 gingerbread cookies를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어서

우리애들에게는 gingerbread lady' 라고 인식이 되어있다.

참고로, 이 쿠키는 크리스마스 baking에 많이 들어가는

계피와 생강 cloves, molasses을 넣어서  fruitcake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명절에 특별히 먹는 쿠키랍니다.

 

 

 

 이렇게 이쁜 포장지에 넣어서...

 

이건 아들거...

 

 이건 큰딸거..

 

 

 요건 막내딸거..

 

 

 

이렇게 매년 많은 친구와 친지들을 위해서 또,

우리 애들을 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쿠키를 주는 그녀가

진정으로 아름답고 존경받을 만한 이유는 단지 선물을 잊지않고 10년 이상을

해준 정성만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가짐 자체이다.

 

그녀는 유태인이다.  알버타 대학 수학교수로 오래 재직하다가 얼마전에 은퇴한

그녀의 남편도 유태인이다.  특히 남편의 많은 친척들이 대학살때

목숨을 읽은 아픈 기억도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유태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수천년간 멸시와 압박을 받은

유태인 그녀는 아무런 특별한 의미가 없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공연하는

일요일 콘서트에도 비록 가사는 그녀의 종교와 별개이지만,

음악과 분위기가 좋아서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크게 부른다.

크리스마스가 그녀의 종교로 눈으로 보았을 때

아무 의미가 없는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크리스찬들에게 멸시를 받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하고도

기독교를 믿는 친구에게 기꺼이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선물을 잊지 않는 그녀이다.

 

기독교인들은 예수 크리스도가 우리 인류를 위해서 오신 구세주라고 믿는 종교라면

유다교에서는 이 그리스도를 단지 존경받는 예언자로 여기고

아직도 그네들의 구원해 줄 구세주(메시아)를 수천년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다.

 

요즘 인도에서나, 중동에서

종교를 앞세워 자기와 다른 종교인들을 상대로

당연하게 테러를 밥먹듯 일삼기도 하고,

심지어 같은 기독교인들과도 서로 이단시하는 하면서

헐뜯고, 화합이 안 되고 있는 이 시대에,

비록 자신의 종교와 풍습이 달라도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맘으로 무조건 내치고 부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다름을 인정하면서 긍정적으로 함께 더불어 사는

그녀가 매년 주름이 늘어도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크리스마스때만 되면

말로만 번지르르하게 세계평화를 외치고,

크리스마스의 본 뜻은 잊고 선물공세와

흥청거리면서 파티와 행사로 채워지기 보다는

Marcia 처럼 미약하지만

눈에 보이는 여러가지 다른점(인종, 종교, 나이, 성, 능력 등)을 초월하고

따뜻한 인류애를 지닌 가슴으로

남을 배려해주고 다독거려주고 산다면

참 살 맛나는 세상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비록 우리들이 믿는 종교는 달라도

우리들이 믿는 절대신들이 원하는

우리의 모습과 이 세상도 아마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녀를 흉내내서.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주고 받는 인사치례의 비싸고 화려한 선물이 아닌

사랑과 배려가 듬뿍 담긴 선물을 준비하면서 

마침 사흘 전에 시작된

대림절 기간중에  밴댕이 속처럼 좁아터진 고약한 심보 버리고

알버타의 넓고 탁 트인 평원같은 맘으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면서 지내도록 스스로 다짐하며

보라색 대림절 첫 초에 불을 부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