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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사람의 능력을 테스트를 받아야 할 때....

by Helen of Troy 2010. 11. 22.

 

어제 아침에 기다리고 있던 합창단 지휘자님이 보낸 이 메일이 한통을 받았다.

며칠 전에 헨델의 메시아 솔로이스트를 뽑는 오디션 결과를 알리는 메일인데

여느 메일과 달리 바로 열어 보지 못하고 하루가 지난 오늘에서야 열어 보았다.

아마도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으리라.

 

올해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그래 왔듯이

우리 합창단은 헨델의 유명한 오라토리오인 메시아를 12월 3일과 4일에

에드먼튼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프로 독창자들과 함께 공연을 한 후에

12월 18일에 에드먼튼의 서쪽 위성도시인 Spruce Grove 도시에서 세번째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 공연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오케스트라와 프로 독창자들 대신에

오르간과 피아노 반주와 그리고 아마추어 독창자들로 무대에 올려진다.

 

독창자들을 뽑기 위한 오디션이 있던 지난 수요일은 

갑자기 영하 20도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다가 눈까지 10cm 내린 날씨는

한달 이상 감기로 성치 않은 가슴은 자꾸만무거워지고 , 부은 목은 더 조여 오고 점점 따끔거려서

잠시 오디션에 아파서 가지 못하겠노라고 통보를 할까 하고도 몇번 망설였지만

이왕 연습을 했기도 하고 한번 부닥쳐 보고도 싶어서

올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내린 눈으로 미끄럽고 어두운 밤길에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오디션이 열리는 대학교의 연주회 강당으로 갔다.

 

지정된 시간인 밤 9시에 그 장소에 가보니 기대했던 수보다 많은 36명이 오디션 신청을 해서

2시간으로 예정되었던 시간이 5시간이 걸려서 밤 10시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밖에서 기댜리면서 들려 오는 다른 사람들의 실력은 프로만큼 기량들이 출중하기만 하고

나는 상대적으로 좋지않은 몸 상태로 노래를 해야해서 편하게 준비한 상태로 오디션에 임하고 돌아 왔다.

 

내 삶을 돌이켜 보면 그동안 살면서 원하는 학교에 입학을 위해서,

들어가고 싶은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서,

가입을 하고 싶은 오케스트라, 합창단, 중창단 등 여러 단체에 들어가기 위해서

많은 시험과, 면접, 오디션을 거쳤는데

억수로 운이 좋았던지 거의 통과를 해서 대체로 계획한 일에 큰 차질이 없이 살아 왔다.

 

그렇게 살아 온 내게 이번 오디션 결과 자체로는 내 인생에 참 하찮은 작은사건에 불과하지만

처음에는 그 결과를 받아 들이고 삭이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내 자신도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우리 사회는 흔히 소수의 자리를 채워야 할 자리에 다수가 응시를 하면

그 사람들 중에 그 단체가 원하는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해서 테스트라는 방식을 자주 택한다.

그동안 개인적인경험이나 주위를 돌아 보면

평소에 언제 다가 올지 모르는 기회를 대비해서 남 모르게 늘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들이

결국 마지막에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알 수가 있듯이

이번 일도 바쁜 일상때문에 평소에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예전의 실력과 경력만 믿고 안이하고 나태해진 내 태도,

20-30대의 재능이 많고 열심히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능력과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떨어지는 내 능력의 한계와 gap을 인정하지 않은 오만이

불러드린 당연한 결과임을 깨끗이 시인하고, 내 능력의 한계를 자각하게 하는데

하루가 걸렸지만 개인적으로 참으로 좋은 경험을 한 셈이다.

 

 

 

 

 2010 11월 18일 높이 많이 쌓인 뒷 마당에서.....

 

 

 

한편, 다음 주에는 복덩이 아들 녀석에게는 아주 중요한 직장 면접이 있다.

얼마 전에 캐나다에서 제법 굵직한 회사에서 data management 일을 할 직원을 뽑는다는 광고에

큰 기대없이 이력서를 넣었더니 다음 주 중에 인터뷰를 할 예정이라고 통보를 해 와서

무척 기쁘기도 하지만 본인인 아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엄마인 나는

마치 내가 인터뷰를 가는 것 보다 더 떨리고 걱정이 들어서 잠까지 설치고 있다.

 

복덩이 아들은 자폐라는 커다란 장애를 안고 살면서도

나름 열심히 정상인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현재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씩 가는 세가지의 파트 타임 일도 해 왔지만

여느 부모처럼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상인들과 똑같이 학교를 졸업 한 후에

아들이 가진 보잘 것 없는 능력이나마 필요한 직장에서 매일 직장에 출퇴근하면서

직접 돈도 벌고, 아주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아들이 사회생활을 유지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평범하게 살수 있기를 과거 20년간을 노력하면서 지내왔다.

 

인터뷰 중에 예상되는 질문들을 아들과 함께 반복해서 연습을 하기도 하고

삼가 해야 할 행동과 말, 태도를 주의를 시키기도 하면서

처음으로 갖는 정식 인텨뷰 준비를 하고 있다.

비록  아들이 이번 기회에 직장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만 여섯살까지 한마디 말도 못하고, 대인관계를 전혀 맺지 못하던 아들이

어느새 풀타임 직업을 얻기 위한 정식인터뷰를 처음으로 한다는 자체가

우리 가족과 아들에겐 커다란 발전이고, 흐망이고,축복이기에

이번 경험이 백번 만족스럽고, 고마울 따름이다.

 

 

 

 

2010년 11월 18일에 눈이 온 마당에 떨어진 꽃잎....

 

 

 

 

 

  music: Pifa Larghetto from Messiah by Handel

from helen's cd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