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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Log/캐나다

[Slave Lake4]은밀하고 풍요로운 고비 시크릿 가든에서...

by Helen of Troy 2012. 6. 5.

슬레이브 호수는 맑은 물과 고운 모래사장과 더불어서

그리고, 넓은 호수 주위에 마련된 캠핑장과

많은 물고기들이 서식하는 호수에서 낚시에서 곰, 사슴, 노루사냥까지 즐길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거기다가 우거진 숲 안에는 취나물, 그리고 고비나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오다 가다 입소문으로 들은 적은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가면 이런 나물들이 자라는지 몰랐다.

넓게 끝도 없이 펼쳐진 알버타 주의 대평원의 땅덩이에는

역시 가도 가도 끝도없이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나무들이 빽빽한 숲으로 들어 서 있다.

각종 산나물을 좋아하는 나와 남편은 aspen tree, birch tree, lodgepole 나무들로

꽉 찬 숲에 난 trail를 걷다 보면 길 가에 쉽게 눈에 띄는 취나물이라도 뜯을 생각으로

멀리 300 km 를 달려서 슬레이브 호수를 찾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렇게 먼 길을 마다하고 고사리, 고비, 취나물을 뜯으로 온 것과는 달리

어렸을 때는 이 나물 이름들만 들먹여도 질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민의 초창기인 70년대 초반에 토론토에 살던 시절에,

시내 안에 위치한 크고 작은 공원 어디에 나물이 많다는 소문이 나면

나이드신 할머님들이나, 시간이 넉넉한 주부들이 멋도 모르고 떼거지로 몰려가서

신나게 나물을 뜯다가, 당시 아주 큰돈인 기백불에서 천불 이상 벌금을 무는 사태가 종종 생겨났다.

시내 공원이나 주립 공원내의 살아있는 생물을 포함해서 어떤 시설이나 기물을 파손하거나

밖으로 반출하는 일이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던 이민 초창기인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중반에

문화와 법이 다른 타국에 살면서 발생한 여러가지  시행착오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서 몇몇분들은 집에서 가까운 시내 공원이 아니라

경찰들의 눈이 미치치 않은 곳으로 집에서 최소한 1시간을 북쪽으로 운전거리의 숲으로 원정을 가서

봄이 되면 연중행사처럼 좋아하는 나물을 뜯어러 다니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투자를 해서 찾은 나물서직지를 별 뜻 없이 지인들에게 알려주면

득달같이 달려가서 씨를 말릴 정도로 깨끗하게 뜯어가는 돌변의 사태가 몇번 발생하자

우리들은 점점 나물찾아 삼만리 길의 반경을 넓혀서 나물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장소를 가르쳐 주지 않게 되었다.

지도에도 없는 산길로 이동해서 애써 우연하게 발견한 나물노다지 땅을

그 이듬해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우리 나름대로 가지고 간 끈으로 표시를 해 두기도 하고, 

직석에서 대충 손으로 그린 약도를 그려서 기록을 남기곤 했다.

그러다가 어떤 해는 그렇게 남긴 기록에도 불구하고 그 장소를 못 찾아서 헤메이다가

운좋게 더 좋은 다른 장소를 발견하기도 하기라도 하면 로토를 맞은 것처럼 기뻐하기도 했다.

 

그런데 부모님과 다른 친구분들은 이렇게 매년 연중행사로 떠나는 나물여행길이

우리 형제들에겐 그저 하루종일 모기에 뜯겨가면서 중노동의 사역일 뿐이어서

될 수 있으면 요리조리 핑게를 대서 피하고 싶은 귀찮고 힘든 이벤트에 불과했다.

4월 말이나 5월 초에 먹기 알맞게 자라는 고비를 먼저 뜯은 후에

2-3주 후에 다시 고사리를 뜯어러 두번의 이 지긋한 나물채취 여행을 떠나면

당시 나이가 아주 어린 막내를 제외한 우리 세형제에게

각자 커다란 검은 garbage bag (쓰레기 백)이 주어지는데, 그 할당된 백을 나물로 채워야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반나절을 허리 아프게 나물을 뜯은 후에야 전날 준비한 푸짐한 음식으로 포식을 하고

두세시간 피크닉이나 등산을 하고는 집에 돌아 왔다.

 

그렇게 차 트렁크게 그득 싣고도 모자라서 앞자리까지 차지할 정도로 많이 뜯은 나물들을

처음엔 일일이 냄비에 끓는 물에 삶다가 너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힘에 부쳐서

어느해부터는 아예 목욕탕 욕조에 뜨거운 물을 채워서 한꺼번에 삶기도 했다.

그렇게 대량으로 삶은 후에 햇볕에 말린 나물들은 일년 내내 우리의 식탁에 자주 올라 왔고,

그때마다 직접 손으로 순한 부분만 따서 여리고 고소한 고사리 나물들을

다들 게걸스럽게 드셨지만 우리들은 냄새도 맡기 싫었고, 그 방향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이 맛난 나물들은 부모님의 한국방문 때마다 지인과 친척들이 제일 좋아하고 기다리는 선물로 자리를 굳혀갔다.

 

내가 대학교를 들어갈 무렵이 되자 그렇게도 목숨을 걸고 나물을 뜯어러 다니시던 부모님들의 식어가고

나도 기숙사로 들어 가면서 이 지긋지긋한 나물 사역에서 드디어 해방이 되었다.

그리고 나물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희미하게 잊혀져 갔다.

내가 대학을 졸업을 하고, 직장일로 북미와 아시아를 오가면서 뜨내기처럼 살다가

결혼을 하고 드디어 한곳에 정착을 하고 살게 되자,

친정 엄마가 예전에 이미 뜯어서 말려 둔 나물들을 매년 내게 보내 주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전에 오랫동안 구박을 하던 나물들이 이렇게나 맛이 좋은지 그제서야 안 나는

아예 친정엄마에게  나도 힘들게 나물을 뜯은 사람의 하나로서 이 나물을 먹을 권리가 있다고

큰소리까지 쳐가면서 노골적으로 매년 나물을 내게 보내 달라고 요구를 했다.

 

그 후로 이미 뜯은 나물은 바닥이 나자,

엄마는 점점나이가 드시면서 얻은 류마치스와 arthritis로 손가락들이 다 제멋대로 굽어지고

뻣뻣한 손가락에도 불구하고,맏딸과 사위가 좋아한다고 짬이 나는대로 나물을 뜯어서 삶고, 말려서

미국에서 살때부터 캐나다로 다시 잦은 이사를 해도 늘 잊지않고 매년 보내주셔서

집에서 직접 담은 조선 간장으로 달달 볶은 나물은 우리네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기도 하고

어렸을 때처럼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요리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나물을 대 주시던 친정엄마는 13년 전에 너무도 일찍 70세가 되시기도 전에 우리 곁을 떠나셨다.

돌아 가시기 전까지 그동안 먹고도 남을만큼 넉넉하게 보내 주셨던 나물들을

그때부터 아주 아주 조금씩 꺼내서 아껴서 먹을 때마다

이민와서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헌신적인 사랑을 직접 느껴지곤 했다.

약 3년전에 급기야 엄아의 손길이 배인 고사리 나물이 달랑 한 백만 남게 되자, 차마 그것마저 먹지 못하고

오랫동안 친정엄마의 손길이 그리울 때면 꺼내 보려고 냉동고 깊숙이  귀중품처럼 잘 보관 해 두었다.

 

 

앙증맞은 고비 새순..

 

쉽게 구할 수 없는 고비나물이기에

형제들 사이라도 알려 주지 않는 고비 서식지를

지인이 큰맘쓰시고, 고맙게도 우리에게 귀띰을 해 주셨다.

단 누구에게도 발설을 절대 안 한다는 조건으로...

 

그래서 부푼 마음으로

우리들만의 은밀한 장소로 가 보았다.

 

 

우선 고비와 취나물이 서식하는 장소까지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 이동해서 일단 주차를 해 두고...

 

미리 준비 해 간 백, 장갑, 칼을 들고 숲 안으로...

(나는 인증샷이 필요해서 무거운 카메라까지 매는 수고까지..)

 

 

아주 깊은 숲속이라서 ATV (All Terrain vehicle) 로만 이동이 되어서

ATV 타이어 흔적만 있는 험한 도로롤 조금 올라가자 마자..

 

바로 이렇게 새로 올라오는 취나물이 우리들을 반겨 주었다.

 

 

까칠한 줄기때문에 장갑과 칼이 요긴하게 잘 사용해서 뜯은 취나물은

준비해 간 백에 신나게 채워져갔다.

 

취나물은 일부러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을만큼 지천에 널려 있어서

짧은 시간에 힘들이지 않고 커다란 백 2개를 그득 채울 수 있었다.

채워진 취나물을 차 트렁크에 실어 두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고비나물을 뜯으러 걸음을 재촉했다.

 

 

조그만 시내를 끼고 올라서니...

와우!!!!  이렇게 고비나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네...

40년 전에 느껴보지 못한 벅찬 감동으로 가슴이 설레이기까지 한다.

 

 

가지와 잎으로 수북히 덮인 바닥에서 이렇게 고비나물들이 자라나고 있다.

 

 

졸졸 흐르는 작은 시내를 따라서 고비들이 빽빽하게 서식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 자세히 보니 고비의 영어 이름인

fiddle head가 연상될 정도로 현악기의 머리부분과 흡사하다.

 

오후 6시경의 눈부신 햇빛으로 더욱 싱그럽게 보이는 연초록색 고비들...

 

 

거추장스런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이렇게 여리디 여린 고비순을 금 노다지를 만난 양 시간도 잊으면서 신나게 고비를 뜯기 시작했다.

 

 

우리 입을 호강하기 위해서 이처럼 단단한 땅을 뚫고 솟아나는 연한 놈을 골라서 신닉[ 나물을 뜯다가

잠시 굽은 허리를 펴고 숨을 돌려보면서 이렇게 좋은 고비밭을 공유하게 해 주신 분들에게 절로 감사의 맘이 든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발을 옮길 때마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게 되고

씨를 말릴정도로 마고잡이로 모조리 뜯기 보다는

어린순들만 따고, 나머지 성숙한 줄기들은 고스란이 남겨 두었다.

 

 

고비들이 자리를 이렇게 오밀조밀 솟아나오는 모습에 봄기운이 숲에 그득하다.

 

 

딱 1시간만 따기로 한 나물뜯기는 벌써 2시간을 넘기고 있다.

생전 처음 낚시만을 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조아리고 땀을 흘려가면서

나물도 처음 따 보는 남편은 나보다 더 열심히 시간도 잊고, 신이 나서 나물을 따고 있다.

 

 

내가 어릴 때에 그렇게 싫어하던 일을

나는 지금에게 남편에게 똑같은 일을 시키고 있어서

괜히 실없이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래도 나물을 워낙 좋아하는 위인이라서 당연히 자기가 먹을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둘 다 별 이견없이 나물뜯기에 올인을 한다.

 

 

고비나물은 한국사람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프랑스에서도 버터와 마늘을 듬뿍 넣고 데쳐서 먹는 요리가 아주 유명하고,

이태리에서도 올리브 오일과 각종 허브로 데친 고비를 살라드나 파스타 요리로 사랑을 오랫동안 받고 있다.

 

 

작은 시냇가에는 취나물도 빽빽하게 들어  서 있지만

점점 무거워지는 백과 아파오는 허리와 어깨때문에 그저 시큰둥하게 지나치게 된다.

 

 

 

저녁 식사 시간이 이미 지나서 허기진 배네서 신호를 보내 오지만

뜯는 시기가 늦어져서 벌써 쇠어버린 고비나물과 시간을 다툰다는 생각에

조금만 더 하나만 더 뜯으려고 자꾸 숲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는 남편마저 그만하자고 백기를 들어서

이렇게 좋은 고비를 뒤로 하고 주차해 놓은 차가 있는 곳으로 떨어지지 않은 걸음으로 향했다.

 

 

그만 두고 나오는 길에 왠지 더 먹기좋게 자란 나물들이 내 발길을 붙잡고 있다.

 

 

그래서 계획에도 없이 두번이나 더 이 은밀하고 조용한

우리들만의 나물 노다지 땅으로 다시 찾아가고야 말았다.

 

 

   그래서 당연한  epilogue...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인 나물을 다듭고, 씻고, 삶느라

 

 여행에서 늦게 돌아 온 첫날은 밤 2시까지 세시간...

 

 그리고 다음날 또 장장  세시간을 걸려서 고비나물을 손질을 끝내고,

 

 

이렇게 플라스틱 백에 넣어서 냉동실로...

곧 먹을 것들은 냉장고로...

 

 

이렇게 바구니에 담아서....

 

햇볕에 말리고 나자

몇년간 자청한 이 고생을 다시 하고 싶은 맘이 쑥 들어갔다.

 

 

그 다음 주말에 기름에 볶아서

집에서 직접 만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 고비나물을 맛을 보자

며칠 전에 이를 갈면서 몇년간 다시는 나물밭 근처에도 안 가겠다는 내 결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역시 고생한 보람만큼 보상받고도 충분히 남는 나물을

아끼지않고 부당없이 입이 터저랴 맛나게 먹었다.

 

나물 중에서도 격이 높은 고비 나물에 밀려 나서

푸대접을 받은 취나물은 겨우 며칠이 더 지난 후에서나

마지 못해서 대충 손질해서 냉동고에 처박아 두었다.

 

 

이틀 후에 큰딸의  외국 친구 둘이 집에 놀러 왔길래 선심써서 고비 한접시를 해 주었더니

수퍼 마켓에서 비싼 값에 그럿도 한정된 기간에 팔린다는 소문만 듣던 희귀한 fiddle head 나물을

의외로 아주 맛있게 먹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벌써 내년 5월에 나의 은밀한 시크릿 가든으로 갈 작정을 하는 내 모습이

내가 봐도 참 어이가 없어서 실실 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그래도 일년 내내 먹고 싶을 때에 언제고 꺼내서

원없이 먹을 고비나물과 취나물이 있어서

부자처럼 든든하고 푸근해서 기분이 좋다.

 

 

 

music: Shape of my heart(featuring sting)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