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Helen's Family/Jeffrey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 복덩이 자폐아들...

by Helen of Troy 2013. 3. 21.

 

3월 17일이 초록색깔이 주 테마인 St. Patrick's Day 을 기념하기도 하고

이를 다 빼고 온 아들을 위해 만든  컵케익...

 

 

지난 주 금요일은 복덩이 아들의 20여년 삶에서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 날이었다.

그동안 미루어 오다가 5개월 전에 아들의 첫 사랑니를 빼기 시작해서

5-6주 간격으로 추가로 하나씩 빼서 드디어 지난 주 금요일에 마지막 네개째 사랑니를 빼고 왔다.

 

 

심한 자폐가 있는 아들을 키우면서

어려운 상황이 거의 매일 일어나기 마련인데

특히 정기적으로 가야하는 병원, 특히 치과, 이발소 방문은

본인은 물론 우리 가족 모두에겐 감당하기 힘든 그저 피하고 싶은 일이다,

특히 이발소와 치과 방문을 유난히 싫어해서 다루기 힘든 아들을 받아 줄

이해심과 인내심이 많은

의사와 이발사를 여러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해서 찾아다녀야 했다.

 

일년에 두번의 치과 정기진료때가 다가 오면 온 식구가

패닉수준의 이벤트라서 절로 한숨부터 나왔다.

정기진료중에 수많은 어린이들을 다루어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심한 케이스인 아들 때문에

애꿋은 간호사 두분과 엄마인 나는 오만가지 작전을 동원해서

달래도 보고, 애원도 하고, 윽박도 지르다가,

급기야는 그저 무대뽀로 세명의 여자들의 억센 두 팔로

몸부림을 치는 아들을 힘으로 눌러 찍은 상태에서

 치과의사 선생님이 잠시 치아의 건강상태를 체크정도만 할 수 있었다.

 

 

 

3번째 이를 빼고 부은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렇다고 이빨 검사와 스케일링을 하려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전신마치를 불사할 수만은 없다보니

정기적으로 필요한 X-ray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고,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제대로 시도도 못 하면서 성장했다.

그리고 치아 crowding으로 치아교정 치료도 받아야 하는 상태지만

두 딸의 경우처럼 치아교정을 받아서

가지런한 치아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지내와서

아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래도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사

어려서부터 주입식으로 반복적으로 가르친대로

하루에 세번씩 열심히 이빨을 닦은 덕분인지,

아직 충치도 없고, 건강한 사랑니를 모두 지니고 사는

엄마의 좋은 유전자 덕분인지

치료할 충치나, 빼야 할 치아도 없고,

신경치료를 받아야 할 상태까지도 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 늘 손에 들고 있는 작은 헬리콥터 장난감이 이날도 손에..

 

19살에 대학교에 진학과 함께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금씩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아들에겐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하고

도무지 배워 온 룰대로 돌아가지 않은 사회에서

나름대로 규칙과 패턴을 익혀 나가기 시작했다.

(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알고 배워 온 룰을 너무 자주어기고,

속이면서 살아서 불만스럽고 슬프다.")

그때까지 든든한 울타리였던 부모와 집에서

조금씩 멀리 가 보는 연습을 하기 시작할 즈음에

4살때부터 매일 하루에 세번씩 복용하던 Ritalin 약도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한 순간에 중지를 시도했더니,

의외로 걱정하던 주위산만한 일도 생기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덜 경직된 행동으로 전반적으로 성격이 느슨해지고

감정의 기복도 줄어 들었다.

 

 

3일 후에 붓기가 빠진 입으로 요구르트와 과일간 것을 먹으면서...

 

 

    

이발을 극히 싫어해서 아들이 잘 때 엄마가 대충 번개처럼 후다닥 머리를 깎아 주던 때...

 

 

그리고 엄마인 내게 제일 큰 희소식은 아들이 처음으로 즐겁게 음식을 대하는 일이었다.

아들에겐 식사란 늘 즐거움이고 행복이기 보다는

숙제(chore)이고 매일 반복되는 의무로 여겨지는 귀찮기만 한 존재였다.

2살때 자폐 판정을 받은 후부터, 자폐아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오감의 아주 민감한 반응으로

음식의 냄새, 모양새, texture, placemeent, color, temperature 등에 무척 까다로운데다가

변화를 싫어해서 다양한 음식의 맛을 조금씩 보기보다는 늘 같은 음식을 같은 방식으로 먹기를 고집했다.

 

거기다가 한술 더 떠서 늘 복용하는 Ritalin의 부작용으로 입맛까지 없애 주어서

하루 세끼 먹는 일이 음식을 먹는 아들에게도 큰 스트레스였고,

어떻게라도 그런 아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고 만드느라 늘 노심초사하면서

오랜 세월을 산 엄마인 내게는 정말로 무거운 큰 짐이었다.

 

그런데 행동제약을 위해서 먹던 약을 중단하자, 너무도 고맙게도 서서히 입맛을 되찾아 갔고,

옆에서 식구들이 한입만 먹어 보라고 서너번 부추기면 마지못한 표정으로

시도해 보기를 반복하면서, 요즘엔 음식에 관해서 관심도 많아지고,

이제는 거의 습관적으로 아침마다 출근 전에 저녁식사 메뉴를 물어보기도 하고

어떤 어떤 음식을 해 달라고 요구까지 하는 상태로 발전하고 식탐을 하는 음식도 생겨나서

부억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내겐 스트레스가 아니라 새삼스럽게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아들이 좋아하는 과일인 사과를 재료로 만든 애플케이크

 

 

그렇던 아들이 2년 전부터 치과선생님이 스케일링을 할 수 있을만큼

조금씩 길게 입을 벌려 주기 시작해서

처음으로 정기적인 치아 검사와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아들의 협조적인 태도에 용기를 얻었는지 치과의사가 앞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아들의 사랑니 4개를 전신마치의 도움없이 한달에 하나씩 뽑는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을 해 왔다.

 

그렇게 사랑니뽑기를 시작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지난 주 금요일에 마지막 사랑니를 뽑고입이 심하게 부은 모습으로 집에 들어 온 아들을

뿌듯하게 바라 보면서 그동안의 웃지못할 벼라별 사건들이 어느새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오늘 저녁 메뉴로 어릴때부터 유일하게 좋아하던 치킨 돈까스 (chicken cutlet)..

 

 

 

아들이 앞으로 남은 긴 세월을 살아 가면서 여전히 두렵고 이해하기 힘든 이 사회가 요구하는

통과할 관문도 여전히 많고, 정상인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가지 룰을 터득해야 할 때마다

힘들고 어려워도 이번일처럼 용기를 가지고, 눈 질끈 감고 꾹 참으면서 하나씩 넘어가기를

두손 모아 기도를 드리면서, 다음엔 치아교정까지 이 엄마는 감히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