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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Helen's Family/Jeffrey

4일간 산타로 변신한 복덩이 아들....

by Helen of Troy 2012. 12. 22.

 

예쁘게 포장 된 크리스마스 쿠키 선물 세트

 

 

 

매년 11월 말이 되면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서 각자  크리스카스 선물 리스트를 만든다.

그 리스트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선물을 선사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명단에 올린다.

매년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이름들이 큰 변동이 없기에

이미 과거에 컴퓨터에 저장 해 둔 리스트를 재활용해서 약간의 수정을 거쳐서 명단을 작성한 후에

주어진 예산을 감안해서 고심 끝에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에게 알맞는 선물을 선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스트에 의해서 두 딸과 남편은 각자 알아서 확보한 예산 안에서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쇼핑을 수차례에 걸쳐서 다녀 오지만

그런 능력이 부족한 복덩이 아들의 리스트를 위해서

올해도 늘 해 오던대로 엄마인 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올해에 아들이 만든 리스트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5월에 대학졸업 후에 취직한 첫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다.

첫직장인 Stantec의 25명, YMCA에 두분, Pet Store 에 세사람까지

모두 30명에 달해서 처음 예상보다 상당히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기도 어쩐지 찜찜하기도 해서

리스트에 오른 모든 분들에게 즐거운 맘으로 선물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과거 20년간 사랑받아 온 크리스마스 쿠키 여섯가지를 굽기 시작했다.....

 

쿠키 넘버 1: 초콜렛 크레클 쿠키

초콜렛, 호도, 에스프레소 맛이 환상적이다.

 

쿠키 넘버 2: 생강 쿠키(Ginger Crinkle cookies)

크리스마스 시즌에 인기가 좋은 계피와 생강맛이 잘 어우러진 쿠키이다.

 

쿠키 넘버 3: 크랜베리 쿠키

쿠키 속에 뱅글뱅글하게 들어 간 크랜베리와 피칸이 새콤하고 고소한 맛을 내 준다.

 

 

쿠키 넘버 4: 무지개 빛깔의 버터쿠키

 

 

다양한 데코레이션을 사용해서 버터 쿠키를 장식해서 눈까지 즐겁게 해 보았다.

 

 

쿠키 넘버 5: 비에니즈 초승달 쿠키(Vienese Crescent cookies)

곱게 간 아몬드가 등뿍 들어가서 부드러운 버터와 함께 입에 살살 녹는다.

 

 

쿠키 넘버 6: 크리스마스 트리 버터 쿠키

 

 

 

이렇게 이틀에 걸쳐서 약 270개의 쿠키를 만드는 사이에....

 

아들은 앙증맞은 플라스틱 쿠키 선물 백에 스티커도 부치고,

24명의 동료와 상사인 시실리아에게 줄 크리스마스 카드를 썼다.

 

 

스티커가 붙여진 백에 10개의 쿠키를 종류대로 담았더니 근사해 보인다.

 

 

이렇게 24명의 Stantec 직장 동료에게 줄 선물준비 완료!!

 

 

 

 

마지막으로 직장 상사인 수호천사 시실리아를 위해서는 특별히 ..

넉넉하게 20개의 쿠키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화려한 캔 통에 넣었고 and...

 

좋아하는 붉은색의 스카프도 and...

 

 

8월에 이미 만들어 둔 블루베리 잼 한병, and....

 

6월에 넉넉하게 만들어 둔 딸기잼 한병 and...

 

10월 추수감사절에 준비 해 둔 크랜베리 소스 두병까지 곁들여서

푸짐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 해 보았다.

 

 

 

한꺼번에 많은 선물을 들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기에 번거로와서

직장 동료들에게 선사 할 24개의 쿠키 선물을 커다란 백 두개에 나누어 들고

수요일 아침에 입으로 무겁다고 불평은 하면서도 약간 상기된 얼굴로 직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떠났다.

 

보스인 시실리아가 산타의 도우미인 엘프(elf) 역할을 담당하고

산타의 빨간 모자를 쓰고 딸랑거리는 작운 종을 손목에 차고

아들이 일하는 2층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일일이 찾아 가서

준비해 간 쿠키선물을 건네 주었다.

 

올해 처음으로 동료들을 직접 찾아 다니면서 선물을 나누어 드리기를 시도하자고 제시하자,

뭐든 새로운 것을 거부하는 아들은 바로 거센 반발을 하면서

평소에 아무말없이 잘 쓰던 크리스마스 카드 쓰기도 거부했다.

1주일간 차근차근하게 직장 동료들이 왜 아들에게 중요하고, 고마운 사람들인지,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그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기라고 설득이 주도했는지

정작 선물을 나누어주면서 시종 아들 특유의 웃음을 띄면서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인사까지 남겼다고

궁금하던 우리에게 시실리아가 이멜로 알려 주었다.

 

복덩이 아들이 23년간 살면서 주로 타인들에게 도움을 받는 편에 서 있었고,

혹은 타인들에게 차거운 편견의 차거운 눈초리부터 심한 왕따를 받아 와서

소수의 가까운 사람들 외에는 늘 경계를 하고 쉽게 다가가지 않을 때가 많다가

이렇게 입장을 바꾸어서 남들에게 베푸는 일을 직접 해 보고,

그리고 누구에게 베푸는 행위 자체고 받는 사람못지않게

주는 사람에게도 행복과 보람을 안겨다 준다는 체험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

그리고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들이 존재를 알려 주고,

겉으로 드러나는 아들의 장애만 보지 말고, 이해와 배려심으로

장애 뒤에 누군가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한 인간으로 대해 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박한 소망이 담겨있기도 하다.

 

세계에서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캐나다에 살고 있어서

여러방면으로 한국보다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이 우수하고

사람들의 시각도 덜 차거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권리나 교육, 복지 시설이 보장이 되었다 하더라도

주어진 혜택을 제대로  제때에 받기 위해서는

우리 부부의 지속적인 투쟁(?)이 과거 20년간 늘 동반해야 했다.

 

취학 전에는 자폐아들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전반적인 early intervention education(초기교육)

(speech therapy, sensory intergration, sign language(수화), music therapy 등)

될수 있으면 아들이 하루라도 나이가 들기 전에 만세살 전에 받을 수 있도록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면서 찾아 다니고 졸라서 겨우 필요한 교육을 제때에 받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보조교사를 채용할 때 면접에도 함께 참여하고

일단 채용이 된 후에도 한두달간은 아들의 상태와 성향을 될수 있는대로 자세히 알려주고, 조언도 해주고

언제라도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달려간 덕분에

만 다섯살에 말문이 열리고 1년 후인 초등학교 1학년때에 떠음떠듬 읽기 시작하고

2학년때부터는 삐뚤빼뚤하게 글씨도 쓰고,

3학년 때부터는 간단한 산수도 시작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재학시엔 초등학교 시에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반복해서  적어도 2시간씩 집에서 열심히 수업한 덕분에

비록 선생님과 우리가 함께 많이 쉽게 다듬어진 커리큘럼이지만

중학교 과정을 나름대로 열심히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춘기의 학생들이 아들을 교묘하게 지능적으로 자주 bullying(왕따)을 해서

우리는 늘 전전긍긍 불안하게 그 시기를 보냈었는데

이때도 가해자 학생들을 정해진 규칙대로 퇴학이나 정학 처벌하기 보다는

가능한한 그들에게 아들의 장애를 이해시키도록 하면서

오히려 아들의 친구내지는 경호원이 되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우리의 분노, 불안, 고통, 걱정을 힘들게 달래기도 했다.

 

고2때부터 다니던 동네에 있는 정규 고등학교에서 정규적인 수업위주가 아닌

직업훈련에 치중을 한 특수반이 있는 고등학교로 오랜 고민끝에 아들을 전학을 시켰다.

그런데 외부적으로 알려진바와 아주 다르게 직업교육을 받기는 커녕

편리하게 학교에 지하실 한구석에 쳐박아두고 눈감고 아웅식으로 흉내만 내는 학교의 교육방법에

한달에 한두번씩 학교로 찾아가서 교장, 교감선생님께 항의와 정당하고 빠른 시정을 요구해야했고,

시의 교육감까지 정식으로 서면으로 학교의 상태를 일일이 공개하고 장애학생들을 위한 기금을

장애학생들에게만 쓰도록 정식요청을 수차례 해야했다.

덕분에 12학년을 재수하면서 무보수 직장이지만 서점에서 일할 수 있는 첫 기회를 얻었고,

은행업무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법을 이 시기에 터득을 했다.

 

처음 시도한 대학교 입학은 생각보다 아주 턱이 높을 뿐 아니라,

대학교마다 장애인들에게 배정된 TO가 생각보다 아주 적어서 실패를 했지만

두번째 시도에는 부모가 동원할 수 있는 온갖 connections과 필요하다면 해당 단체에 압력을

어떨때는 자존심은 아예 팽개치고 구걸도 마다하지 않고 쫓아 다녀서

그 이듬해에  입학이 허용된 장애 학생 두명중에 한명에 들어서 어렵사리 입학을 했다.

 

말만 대학교에 입학을 했지, 아들을 돕기 위해서 채용된 aid는 신참이라서 경험도 부족하고,

passion도 결여되고, 특히 아들이 공부하는 컴퓨터 방면으로 무지한 관계로,

다시 부모가 나서서 교수진도 만나서 아들의 장애를 설명하면서 배려와 관심을 부탁했고,

학습 이해와 숙제를 제대로 할 수 있게 시간이 나는대로 이멜로 알려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교수님들과 조교들이 잘 도와 주었고,

IT 엔지니어로 오래 일해 온 엄마와 늘 컴퓨터와 일을 하는 아빠 덕분에 학교 진도를 나름대로 쫓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과 끊임없는 부모의 노력으로 3학년 마지막 학기말 고사를

정상 학생들과 똑같은 시험을 쳐서  B학점으로 대학을 졸업 할 수 있었다.

 

이렇듯이 어디에서 살던 어떤 상황이든 우는 아기에게 젖 한번 더 물려 준다는 진리가

그동안 아들을 위해서 우리 두 부부가 두 팔 걷어 붙이고, 두 눈 질끈 감고, 큰 숨 들이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계속 보채고, 따지고, 울고, 호소한 덕분에

이번 크리스마스에 정식 직원이 된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서 선물을 나누어 주는 산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은 3일 연달아 YMCA 의 고마운 보스 아이린과 그리고 동료 쥴리애나에게,

그리고 내일은 주말에 무보수로 일하는 pet store 직원들에게 산타가 될 아들을 위해서

목요일 저녁에 크리스마스 공연으로 연일 연습을 하면서, 평상시처럼 일을 하면서

300여개의 쿠키를 만드느라 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하지만

마음은 참 평화롭고 푸근한 한 주였다.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