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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Family/Jeffrey

복덩이 아들의 두번째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 그리고 뜻밖의 첫번째 댄스!

by Helen of Troy 2014. 11. 23.

 

2014년 아들의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년에 처음으로 복덩이 아들의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해서 감회가 남달랐는데,

올해도 작년처럼 시내에 있는 Sutton Place Hotel 에서 열린

회사 파티에 아들과 함께 두번째 참석했다.

 

 

칵테일 시간이 지나고 모두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식사 전에 회사 상사들의 인사와 덕담으로 파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복덩이 아들이 엔지니어링과 건축 설계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Stantec 회사에

거의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격적으로 취직을 해서

첫 출근을 했던 감동이 아직도 선명한데,

벌써 3년 반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학교라는 보호의 울타리에서 생활 할 때와 달리

임금을 받고 그 보수에 걸맞는 책임과 할 일이 주어지고

따라서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실행해야하는 직장에 적응하는 일이

정상인들도 만만치 않는데,

자폐라는 중증의 장애를 가진 아들이 헤처 나가기가

얼마나 어려울지는 쉽게 상상이 가고도 남는데,

어언 3년 7개월동안 큰 탈없이 잘 다니고 있어서

엄마로서 늘 고맙고 대견한 복덩이 아들이다.

 

대학교를 남들보다 오래 걸려서 졸업을 한 후에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취업이 많은 우여곡절 끝에 현실로 다가 오자

크나 큰 기쁨만큼 과연 아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 낼지,

그 보다도 단체생활에 어긋나는 돌발적인 행동이나 말로

회사 분위기에 저촉이 되지 않는지,

출퇴근 길에 돌발적인 상황에 발생해서 제대로 대처를 할지 등으로

첫 출근해서 처음 6개월동안 퇴근해서 대문을 열고 들어 올 때까지

늘 노심초사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스럽게도, 직장 동료와 상사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그리고 본인의 의지로 조금씩 회사라는 사회에서 나름대로 처신술을 터득해 가면서

엄마의 우려는 반비례로 점점 줄어 들어서

요즘은 다른 식구들이 출근하고 등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덤덤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간다.

 

 

 우리 테이블에 음식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아들에게 오늘도 여느때처럼

파티에 가면 내키지 않아도 동료나 상사들에게 먼저 인사도 건내고,

손을 먼저 내밀면 악수도 하고,

사진을 찍을 때는 이빨을 들어내고 웃어야 하는 것이

파티의 에티켓이라고 수차에 걸쳐서 주입을 시켰더니

오랫만에 같은 테이블에 앉은 동료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웃어 주어서 오랫만에 둘 다 웃는 사진 하나 건졌다.

 

 

 

흔히 대부분의 파티가 그러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북적거리고, 소란스럽기 마련이고

음악도 크게 울리고,

아름답게 차려 입은 여인네들의 진한 향수 냄새도 날려서

자폐 장애로 오감이 특히 민감한 아들에게는 그저 피하고만 싶은 파티인데

유일하게 기다리는 시간은 식사 시간이다.

부페 형식으로 산해진미에 가까운 음식이 즐비한 테이블에

원하는대로 가서 갖다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기에

그나마 정장을 차려입고 군소리없이 올해 크리스마스 파티도 참석했다.

 

 

댄스 플로어에서 처음으로 기타를 치는 흉내를 근사하게 내면서 신나게 춤을 추는 아들...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정상인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 아들은

7학년 때 처음으로 담임선생님과 교장 선생님, 그리고 클래스메이트에게 등떨미다시피

학교에서 주최한 발렌타인 데이 댄스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파티에서 아들은 1시간 정도 파티장소에 머물렀는데.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너무 싫어서 1시간 내내 두 손으로 두 귀를 꼭 막고

벽에 기대서서 친구들의 춤추는 모습을 멀건히 지켜 보면서 댄스파티에 가기 시작했다.

그 후로도 그 학교 학생이면 파티에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고

주위에서 못을 박게 이야기를 했더니, 룰을 잘 지키는데는 달인인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두 귀를 막고 최소 1시간은

의무달성 차원으로 매년 학교 댄스파티에 꼭 참석하곤 했다.

 

그런데 아무리 누가 와서 댄스를 같이 추자고 간곡히 청해도

댄스 floor 에 나가서 춤을 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작년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때도 매번 하듯이 

남들과 어울려서 춤을 추자고 서너번 권했지만

씨도 먹히지 않았었다.

 

올해는 좀 강력하게 파티에 오기 전에 복덩이 아들과 한가지 약속을 받아냈다.

댄스 플로어에 나가서 한곡이라도 춤을 추어야만 집에 갈 수 있으니

좋아하는 곡이 나오면 춤을 추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더니

왠일인지 처음으로 강한 반발대신 의외로 "I'll try."

라고 짧게 대답을 해서 긴가민가한 채로 파티장소에 도착했다.

 

 

기타줄을 빠르게 치는 흉내를 내느라 한 손이 흐리기까지 하다.

 

저녁도 잘 먹고, 디저트까지 챙겨 먹고, 회사의 동료와도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9시 반 정도가 되자

아들이 평소에 듣던 신나는 곡이 두명의 뮤지션이 라이브로 흘러 나오자

아들에게 춤을 추자고 했더니 뜻밖에 너무도 순순히 댄스플로어로 뚜벅뚜벅 걸어나가서

마시던 와인잔을 얼른 놓고 황급하게 아들 뒤를 쫓아 나갔다.

 

 

 

그리고 내 눈에 너무도 믿지지 않은 상황이 그 댄스플로어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10여년간 댄스파티에서 사역을 하듯이 의무적으로 시간만 때우고 오던 아들이

음악에 맞추어서 리듬까지 타면서 바로 내 앞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처음 본 나는

그 자리에서 우뚝 서서 벌어진 입을 한 손으로 막으면서 경이하게 바라다 보았다.

 

곧 파티 석상에 모인 사람들이 갑작스런 아들의 행동에 적잖이 놀랐는지

삼삼오오로 모여서 시끄럽게 나누던 대화도 중단하고 다들

신나게 춤을 추는 아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오늘 전속으로 모셔 온 카메라맨 아저씨도 플래쉬를 터트리면서 연신 사진을 담기도 했다.

한편 아들은 남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없이 Chuck Berry 처럼 기타를 치는 가수처럼

왼손으로 기타줄을 팅기면서 리듬을 따라서 플로어를 오가는 아들에게

모두 시선을 집중하더니, 댄스가 끝나자 모두들 큰 박수와 환호를 아들에게 보내 주었다.

 

3분이 채 안 된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각지도 않은 복덩이 아들의 깜짝 댄스 쇼 덕분에

이날 경험한 짜릿한 흥분과 감동으로 오랫동안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파티가 끝난 후 하루 종일 내린 눈으로 온세상이 설국의 밤 속을 헤치고

천천히 운전을 해서 집에 오는 길에

비록 자폐라는 큰 장애을 안고 살지만

오늘처럼 정상인들이 누리고 경험하는 것을

아들이 스스로 내킬 때에 하나씩 처음으로 체험을 해 보면서

남들과 더불어서 행복하게 살기를 맘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