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Helen's Scrapbook/나누고 싶은 글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90세에 인생과 산의 정상에 우뚝 서신 리차드 할아버지 이야기와 함께

by Helen of Troy 2016. 1. 13.

 

 

2016년 새해 첫날에 연중 행사에 하나인

소위 New Year's Resolutions(새해결심)을 가족들에게 선언하기 전에

12월 내내 새해결심을 무엇으로 정할까 고심하다가 습관처럼

지난 4-5년간 거기서 거기 수준의 비슷한 결심을 다시 한번 세워 보았다.

 

그런데, 패기에 넘치던 젊은 시대와 달리 50대 후반이 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새해 결심을 무엇으로 정하는 일보다는

정해진 결심의 결과나 완성도의 수위 조절이 점점 어려워진다.

 

예전에는 비록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나 꿈이 제대로 이루지지 않아도,

다음해에 다시 도전하면 되지라고 가볍게 재도전을 했던 것과 달리,

예상치 못하던 현실적인 한계들과 하나씩 맞딱드리게 되고,

앞으로 주어진 시간의 한계로 첫해를 맞이하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우선 어느날 내 자신에게 피하고만 싶었던 건강의 적신호가 먼저 찾아 왔다.

어릴때부터 유난히 잔병치례가 잦았지만,

10대 후반부터는 무쇠같은 건강 덕분에, 학교를 다니면서, 하루 4-5시간만 자고도

최소한 서너개의 취미생활과 합창단, 오케스트라, 프로 중창단, 가스펠 그룹에서

영어와 한국말이 유창하다고 15세부터 시작한 이민가족들의 카운셀링과 법정통역등

세가지 봉사활동을 포함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바쁘게 10대와 20대를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건강, 젊음, 끊없이 샘솟는 호기심, 야망과 식지않는 열정이

굳건하게 뒷받침이 되어 주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쉽게 짐작이 된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음악도에서 공대로 전과를 해서 졸업후에

남자들만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금융계에서 IT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발을 내 딛었다.

지금은 너무나 우리들의 일상에 깊숙히 자리잡은 인터넷의 세상을 가능케 한

IT 업계의 아주 초창기인 80년도 초반에 뛰어 들어서

현금자동이체기(ATM)을 뉴욕 맨하턴에 세계최초로 설치한 이력도 갖고 있다.

아울러 증권회사와 은행 외환업무를 예전처럼 텔렉스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에도 관여했다.

 

이 일을 하게 되면서, 여성이자, 어린 나이, 동양인이란 세가지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초고속으로 승진을 하게 되고, 스카우트 제의로 더 좋은 조건으로 직장을 서너번 옮기면서

소위 말하는 성공한 직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그래서, 내 인생은 내가 노력한만큼 그 댓가를 받을 수 있다는 착각 속에

20대와 30대 중반까지 성공을 위해서 앞만 보고 미련하게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3개월 일찍 초 미숙아로 태어난 큰딸과

자폐장애를 가진 복덩이 아들이 이어서 태어났고,

다시 학생신분으로 복귀한 남편의 아내의 삶을 살면서

개인의 삶은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이룰 수 있다는  나의 인생관에서

내 삶은 내가 원했던 계획과 전혀 상관없이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서 떠밀려서 허우적거리게 되고 나서야

겸손과 인내를 꼭 부여잡고 하루 하루를 견디면서 사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하게 되었고,

엄마, 아내, 직장인으로 1일3역을 연기하느라 안간힘을 쓰면서 30-40대를 보낸것 같다.

 

그리고 누구나처럼 나도 어느덧 50대의 중년 아줌마가 되고 보니,

늘 자신했던 건강에 적신호가 하나씩 불현듯 찾아 오면서,

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하는 건강과 맞딱뜨리게 되었다.

우선 나와 거리가 멀게만 생각되던 노안이 내게 찾아온 후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어려서부터 하루도 책없이 못살던 내게는 너무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안경없이도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없이 50 여년을 잘 살다가

생전 처음으로 구입한 다초점 안경을 쓴 내 자신이 갑자기 늙고 초라해 보였고, 생소하기까지 했다.

보통 책만이 아니라 피아노 클라리넷, 노래 악보도 잘 안 보이는 것으로 이어져서

연습과 연주에 큰 지장을 안겨주자, 한동안 책과 악보와 자연히 멀어지게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퀼트나 집안 소품이나 옷을 만드는 바느질과 뜨게질, 요리등등

나의 일상에서 즐기는 모든 취미활동과 하는 일에 큰 지장을 가져다 주었다.

 

노안의 충격에서 서서히 극복을 하게 되자, 몸 여기저기서 서로 좀 챙겨 달라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긍정과 열정의 아줌마도,

조금씩 현실과 타협하면서, 새해 계획들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서 아직도 내게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어느덧 내 삶의 통장에서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진다.

 

특히 작년에 개인적으로 건강과 하는 일에 큰 변화를 겪으면서,

과연 내게 현실적으로 주어진 능력, 체력은 무엇이며,

그에 따른 한계 수위를 어떻게 조절하면서, 앞으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작년을 마무리하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자전거를 열심히 타서 로키의 밴프와 자스퍼 사이를 달리고 싶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과연 평소 매일 자전거를 타야 할지, 아예 현실적이고 소박한 꿈으로 바꾸어 볼지,

연초에 도전하고 싶은 피아노 작품 완성도 수위를 어느 정도에서 만족을 해야할지

읽고 싶은 책을 몇권으로 책정할지, 사람관계를 위해서 어느 선까지 노력을 해야 하는지,

어느 싯점에서 인정하고 깨끗이 포기를 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우선 그동안 엄마, 아내, 일하는 여성 세마리 토끼를 부여 잡으려고 잊고 살던

내 자신을 찾아서 자신이 앞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는지,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지, 상처를 주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없이 당연히 누리고 살던 나의 건강과 능력과 실력, 기억, 지혜, 사고력등이

늘어가는 나이와 반비례해서 현격하게 줄어든다는 자연적인 현상을 받아 들일 뿐 아니라

나의 한계들을 직시해야 하면서, 적당히 타협을 하는 연습도 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엔 내게 타협이란 비겁하고 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오히려 삶의 지혜로 삼아 내 자신이 만든 딱딱한 틀에서 나를 자유스럽게 놓아 주고 싶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무거워지다가도

9월 14일 보스톤의 한 일간지에  90세 되신 한 할아버지에 관한 이 기사를 읽으면

복에 겨운 걱정을 사서 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지면서,

한계 속에서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Richard Dreselly

 

 

미국의 매인 주에 있는 톱샴 도시 출신인

90세 된 리차드 드레슬리 할아버지가

2015년 9월 7일에 와싱턴 산(Mt. Washington)을 오르는 첫날에

몸의 발란스를 잡으면서 커다란 암석을 통과하신다.

 

(아래에 소개된 모든 사진들은 John Tlumacki 사진작가의 작품들입니다.)

 

 

 

 

리차드 할아버지는 등산 초반부터 30도를 넘는 무더위로

산속에 흐르는 시냇물에 머리를 다구면서 더위를 식히고 계신다.

 

 

 

 

리차드 할아버지는 첫날 등산을 시작한지 세시간 후에 다시 휴식을 취하시면서

"나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기에, 고령의 나이 덕분에

예전보다 많이 속도가 느려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이에 따라서 적응하려고 천천히 산을 오른다.

이 등산길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나의 한계를 받아들인다." 라고 얘기하셨다.

 

 

 

 

Crowford Path 등산로의 축축하게 젖은 곳에 설치된 보드 위롤 걸어가시는 리차드...

 

 

 

 

Mizpar Spring 근처 등산로에 위치한 오두막에 오후 늦게 도착한 리차드 할아버지는

짧은 낮잠을 주무신다. 

그리고 이곳에서 첫날 밤을 묵으셨다. 

 

 

 

미트파 스프링 오두막에 비치된 방명록에 서명을 하시고...

 

 

 

 

 1년 전인 2014년 7월 9일에 그가 만 89세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

서명한 글을 읽고 있다.

 

 

 

 

리차드씨는 석양 무렵 오두막 바깥의 숲의 맑은 공기를 들여 마시고 있다.

이 오두막은 해발 3800 feet (약 1160 미터)에 위치해 있다. 

 

 

 

 

다음날, 그는 아침 8시에 손전등을 입에 물고 가방을 챙기신다.

 

 

 

 

이튿날 등산길에 오른지 세시간 후에 물이 고인 등산로 위를 건너서...

 

 

 

 

등산 이튿날 날씨는 전날보다 기온이 낮은 대신 안개가 자욱해서

경사가 높은 등산길을 오르는데 어려운데도 정상을 향해서 오르신다.

 

 

 

 

 

둘째날, 2시간 반을 올라간 이 지점에서

그는 평형을 잃고 자칫 넘어질 뻔 했다.

 

 

 

 

잠시 커다란 바위에 기대서 휴식을 취하면서,

"정말 그동안 나는 억수로 재수가 좋았지." 라고 하신다.

 

 

 

 

안개낀 정상을 향해서...

 

 

 

늦은 오후에 Lakes of the Clouds(구름호수) 오두막에 기진맥진한 상태로 도착해서

시원한 호숫물에 머리를 담고 더위를 식히신다.

그는 이곳에서 이튿날 밤을 보냈다.

 

 

 

 

'구름호수 오두막'에 도착한 후, 그는 아내 마저리에게 전화를 걸고 계신다.

 

 

 

 

오후 늦게 피곤한 몸으로 구름호수(Lakes of the Clouds)에 도착해서,

그는 "내가 10대부터 산을 즐겨 찾는 이유가 많은데,

첫째는 재미도 있고, 신이 나기도 하고, 또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는 산들과 지금까지 사랑에 빠졌나 봅니다."

 

 

 

 

등산길에 오른지 3일째 되는 날에,

정상이 보이는 자리에 있는 바위에 걸터 앉아서 Crowford Path 등산로로

역시 산의 정상을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리차드씨...

 

 

 

 

크로우포드 등산길에 오른지 사흩날 약 1시간 반을 정상을 향해서 올라가서,

해발 5,500 feet 까지 올라 가신 리차드 할아버지.

 

 

 

해발 1,917 미터 (6,288 ft) 에 달하는 와싱턴 산의 정상에 올라서

기뻐서 두 팔을 치켜 든 리차드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