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고맙게도 예년보다 봄이 한달이상이나 빨리
거대한 캐나다의 동토에 찾아 왔습니다.
어제 낮 온도가 15도까지 올라가서 창문을 통해서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못 이기고
겨우내 몇달간 방치되었던 텃밭과 정원으로 나가 보았다.
다년생 묘목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싹과 눈이 올라오고
누렇게 오래된 잔디 사이에도 연두색의 새로운 풀이 솟아나고 있었다.
빨리 찾아 온 고마운 봄을 그대로 보내기에는 너무도 시간이 아까워서
다음주에 계획했던 정원일을 앞당겨서
야채와 일년초의 모종을 내는 작업부터 해서 최대한으로 시간을 벌기로 했다.
야채 싹과 모종을 내려고, 일찌감치 각종 야채와 허브씨를 뿌린 화분을
볕이 좋은 sun-room 창가에 가지런히 두었다.
봄과 여름 절기가 워낙 짧기도 하고,
5-6월에도 눈과 서리가 올 가능성이 있는 동네라서
온화한 지역처럼 3월에 야채씨나 꽃씨를 뿌리고 싹을 틔어서 길러서
꽃을 피우거나 가을 전에 야채를 수확해서 먹을 확률이 그만큼 낮다.
싱싱하고 여린 새싹을 늘 먹기 위해서
작년 우리집 텃밭에서 받아 둔 열무, 쑥갓씨와
작년 막내가 한국에서 밀반입한 메밀, 부초, 들깻잎과
동네 마트에서 산 모듬싹(브로콜리, 알팔파, 무, watercress)과 로매인 상치,
근대씨를 젖은 paper towel에 하루 불려 두었다.
우선 겨우내 마당 창고에 쌓아 두었던 화분을 꺼내서
유기물질과 퇴비가 잘 섞인 organic 흙과 비료를 추가해서 양질의 흙을 준비했다.
2015년 작년 5월 6일에 약 10 cm 의 함박눈이 내린 뒷마당...
소담하게 내린 눈으로 덮힌 앞마당
4월 중순에 앞마당에 처음으로 꽃망울을 터트린 튜립도 하얀 눈에 덮혔지만
눈이 내린 후에도 2주나 더 화사한 자태를 뽐내었다.
2015년 5월 6일 집 뒤의 자연공원에 탐스러운 눈송이가
앞을 가릴만큼 펑펑 쏟아져서,
성급하게 4월 말에 심은 꽃모종과 야채모종이 동사(?)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일년중 겨울이 5개월이나 되고 혹독한 추위를 보내고
낮이 점점 길어지고, 훈훈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를 포함해서 동네 사람들은 마치 이성을 잃은 듯이 마당에 나가서
야채와 꽃모종과 묘목을 심거나, 성급한 봄맞이를 일제히 하곤 하지만
매년 이렇게 늦은 봄에 눈보가가 치면서 한층 들뜬 사람의 마음을 자연은 무심하게 꺽어 버리곤 한다.
그래서 살짝 들뜬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근처 화원 방문은 한동안 미루어 두고,
2-3주동안은 인내를 가지고 안전하게 실내에서 화분에 씨를 심어서 싹부터 내기로 했다.
2-3일에 한번씩 물을 주면서 고개를 디밀고 올라오는 새싹은
뿌린대로 거두고, 수고한만큼 정직하게 댓가를 돌려주는
자연의 순리와 너그러움을 알려주어서
불신과 근심으로 가득찬 일상 가운데서
소소한 행복과 믿음 그리고 기쁨을 안겨다 준다.
"Spring makes its own statement,
so loud and clear
that the gardener seems to be
only one of the instruments,
not the composer."
- Geoffrey B. Charlesworth
봄은 자기의 존재를
명확하고 크게 우리에게 알려준다.
정원지기는 작곡가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많은 악기 중에
한 악기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한 존재임을 일깨워주듯이...
- 제프리 찰스워드
'About me...Helen > 헬렌의 정원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큼한 새싹과 함께 슬기로운 집콕생활 (0) | 2020.05.30 |
---|---|
활기찬 우리집 여름 정원에서... 그리고 나누어도 좋을 여름 영어 귀절과 시 (0) | 2016.07.27 |
올해 텃밭에서 첫 수확한 파와 부추 그리고 화사한 꽃모종들과 좋은 글도.. (0) | 2016.05.12 |
열무씨를 까면서... (0) | 2015.11.18 |
[텃밭이야기]봄내음이 상큼한 새싹의 향연.... (0) | 2015.05.26 |
찬란한 여름이 저물어 가는 정원에서.... (0) | 2014.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