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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거대한 산불로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자욱한 우리 동네/호숫가에서 만난 구스 가족과 학(?)

by Helen of Troy 2019. 5. 31.




캐나다 알버타주 북부에 위치한 하이 레블(High Level) 근교에서 발생한

산불이 8일째 타고 있다.





High Level 도시는 알버타주의 수도인 Edmonton(에드먼튼)에서

북서쪽으로 약 600 Km (도로 이동거리: 780km)위치해 있다.





현재까지 산불로 탄 면적은 약 235,000 헥타르에 달한다.



며칠 내내 하이 레블 근교 숲에서 난 산불 뉴스를 

신문과 티비로 듣고 있었지만,

워낙 내가 살고 있는 에드먼튼에서 거리가 멀기도 하고

직접적인 위험요소도 없기에, 건성으로 뉴스를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매일 일과처럼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준비하고 집을 나서자, 분명히 맑은 날이라는 예보와 달리 하늘이 뿌였게 흐리고, 

하늘에 뜬 태양마저도 희미하기만 하고 매캐한 연기 냄새가 물씬 풍겼다.


평소에 기관지가 좋지 않은 나는 자전거를 타는 것은 깨끗이 포기하고

창문을 닫고 집 안에서 오전 시간을 보냈다.






매주 2-3번씩 주교좌 성당에서 성가 봉사를 하기에

시내에 위치한 대성당에 가는 길에서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시내 모습을 셀폰으로 담아 보았다.







워낙 연기가 자욱해서 성가를 부를 때에 호흡에 지장을 줄까 걱정했는데

잔 기침 외에 큰 문제없이 무사히 미사를 마친 후에

집으로 오는 길에  뿌연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서,

차의 안개등을 크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6시 반 집 베란다에서...



그나마 참을만 했던 연기가 오후가 되면서 점점 더 자욱하게 하늘을 덮기 시작해서

가슴은 조여 오고, 목은 칼칼해지고, 두통까지 밀려 왔다.





일을 마치고, 점점 매캐한 연기로 그득해서

뉴스에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베란다에서 어두운 하늘에 학처럼 보이는 새가 호수쪽으로 날라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메고 얼른 호수로 달려 갔다.





위도가 높은 곳에 동네가 위치해서 평소에 저녁 9시면 아직도 훤한데, 연기로 많이 어둑어둑하다.

쫒던 학은 보이지 않고, 대신 캐나다 구스가 편하게 노닐고 있다.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가니, 

부모 구스들이 위협을 느꼈는지, 여섯마리나 되는 새끼들을

  앞과 뒤에서 잘 경호하면서 물가로 향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미새를 따라서 일렬로 호수로...





이렇게 다가 간 나를 피해서

유유하게 헤엄쳐 달아나는 구스 가족들...





구스 가족 외에도 오리 한쌍이 한가롭게 물에서 노닐고 있다.





오리와 구스 가족들을 따라서 카메라를 움직였더니,

조금 전에 내 눈 앞에서 날라 간 학(?)이 viewfinder 로 보였다!





얼른 zoom in 을 했지만, 50mm 렌즈라서

최고로 당겨도 더 이상 가깝게 촛점을 맞출 수 가 없어서 못내 아쉬웠다.










한 구스 가족을 본의 아니게 호수로 몰라낸 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또 하나의 구스 한 쌍이 눈에 들어 온다.





살금 살금 다가 가니 놀랍게도 어미새 날개 아래에

구스 새끼인 고슬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세마리의 고슬링들이 따스하고 포근한

어미 새 깃털 안에서 쉬고 있다.





#2 구스 가족





부활한지 한달 만에 두배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한 새끼들...





호숫가를 걸어서 조그만 다리를 건너서...





구스 가족 #3이 호숫가에서 열심히 모이를 줏어 먹고 있다.

3번 가족도 새끼가 여섯마리나 되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4번 구스 가족들이 보인다.

이 가족도 아비 구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위를 감시하고,

새끼들이 어미 주위에 올망졸망 모여 있다.

여기도 무려 여섯마리나 되는 새끼들이 어머새 깃털안에 모여 있다가

내가 가까이 다가 가자....




미안하게도 어미새가 일어나서 이동하자

여섯 고슬링들이 일제히 어미를 따라 나섰다.





#4 구스 가족











#5 구스 가족





이 가족도 새끼가 여섯이나 된다.

어미 아비새 팀들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나 보다.






매캐한 연기가 코와 허파를 조여 와도

어둑어둑한 봄 저녁의 호숫가가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10분만 있다가 집으로 돌아 가려던 것이

벌써 20분을 넘기고 있다.










#3 와 #4 구스 가족들...





오리 가족 #2





반대편 호숫가에 다시 학 모습을 한 새가 보여서 얼른 찰칵~









호숫가의 새들 모두 커플이거나 가족인데

유일하게 저 학(?)은 외톨이라서 왠지 안스러워 보인다.





연기로 그득하고 뿌연 하늘과 망원 렌즈가 없는 카메라가 너무 야속한 컷...





다시 집 쪽으로...










가족 사이즈가 제일 단촐한 #2 구스 가족과 다시 만났다.





아비 새는 여전히 경호원 역을 충실히 하고 있다.










#6 구스 가족





이 가족도 기특하게 여섯마리를 키우고 있다.





새끼가 두배로 많아서 그런지

새끼가 세마리 밖에 없는 2번 구스 가족의

고슬링보다 몸 크기가 많이 작다.





오리 한 쌍





#2 구스 가족이 왠 일인지 나를 향해서 헤엄쳐 오고 있다.





스스로 가까이 다가와서 가만히 기다렸다.





세마리의 고슬링들은 다른 고슬링보다 확실히 커 보인다.





바로 앞에 내가 서 있는데도 거침없이 물가로 올라 온다.





새끼들은 예상대로 어미새 옆에 딱 붙어 있고,

갑자기 아비새는 깍깍거리며 나를 공격하면서 빠르게 달려와서

나는 하는 수 없이 부리나케 멀리 내빼야 했다.

새끼를 보호하는 본능이 참 대단했다.





학(?)이 있는 곳으로 다가 가서 만난 #7 구스 가족





하지만 그 학(?)은 재빠르게 호수 반대편으로 날라 가 버렸다.





그리곤 반대편에서 나를 향해서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다.



비록 매캐란 연기가 자욱해서 목과 폐, 그리고 눈이 따가웠고,

가까이 다가 가서 볼 수도 없었고,

망원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도 없어서

정확하게 무슨 새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내가 학이라고 믿고 달려 나온 보람은 충분히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부디 8일째 타고 있는 거대한 산불이  

하루 빨리 진화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