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뒤에 커다란 자연 보호 지역이 있고,
거기에 호수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그 호수엔 늘 캐나다 기스(Canada Geese)들이 봄에서 가을까지 지내다가
추운 겨울 동안에는 따스한 남국으로 날아가서 겨울을 지내고
3월 중순경이면 다시 돌아와서 깍깍거리며 동네 주위를 날라 다니면,
동토에도 정녕 봄이 가까워졌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렇게 다시 찾아 온 캐나다 구스는 평생 같은 파트너로 지내는 커플이 짝짓기를 해서
호숫가나 물가에 둥지를 만들어서 알을 4-7개를 낳으면,
약 4주 후인 5월에 구스 새끼(goslings)가 알을 깨고 부화한다.
한달 전:
우리 집은 그 호수에서 약 50미터 떨어져 있는데,
캐나다 구스 한 쌍이 호숫가 대신에
우리 집 바로 옆 집에 4월 중순에 둥지를 틀었다.
5월 1일
뉴욕에서 머무는 동안 우리 동네에 3일간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며칠간 뉴욕에서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집에 도착해서 구스 둥지가 걱정이 되어서 얼른 가 보니
하얀 눈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어미 구스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울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담요라도 덮어 주고 싶었지만,
변화무쌍하고, 때로는 혹독하게 추운 우리 동네 날씨를 잘 견딜 수 있도록
몸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포근한 최상의 깃털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5월 13일
그렇게 어미 구스가 정성껏 알을 품은지 거의 한달 만에
그리고 어머니날 다음 날인 5월 13일에
드디어 노란털이 달린 다섯마리의 구스 새끼 고슬링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고슬링들도 어머니날에 맞추어서
어미새를 어미로 만들어 주어서 큰 선물을 선사한 것 같아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어미 구스는 곧바로 둥지를 뒤로 하고
어디론가 앞장을 서자...
신기하게도 고슬링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엄마 아빠들을 따라 나섰다.
지붕 높이가 좀 높아서 잠시 망설이다가도
부모가 잘 격려해 준 덕분인지...
고슬링 다섯마리가 한달간 안전하고 따스했던 둥지를
안전하게 떠났다.
그리고 가족의 첫 나들이 뒤를 졸졸 따라 가 보니...
온 가족이 무사히 호숫가까지 도착했다.
이렇게 작고 여릿여릿한 고슬링들은
부모들이 정성껏 돌봐주고 먹여준 덕분에
8-9월이 되면 부모들과의 크기가 비슷해져서
누가 부모인지 새끼였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서
곧 다가오는 혹독하게 추운 캐나다를 떠나서
수천 km 떨어진 남국으로 날아 갈 만반의 준비를 한다.
앞으로 다섯마리의 고슬링들 모두 무사히 잘 성장해서
그들 역시 언젠가 부모가 되어서 새 가족을 만들기를 바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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