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가족 완전체로 찍은 유일한 사진
정상을 향해서 앞서서 가는 남매
그리고 내 뒤를 멀찌감치 따라오는 남편과 늘 속도가 느린 맏이의 모습은 아직 안 보인다.
뒤따라 오는 식구들을 기다리는 막내
정상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복덩이 아들
정상 직전에서 찰칵~
드디어 맏딸도 포기하지 않고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나무가 빽빽한 숲을 지나쳐 올 때와 달리 꼭대기에 오르니
해발 2,200미터 넘는 고도 이기도하고, 주위에 바람막이가 전혀 없는 탓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찬 강풍이 몰아친다.
맏딸과 함께 다시 정상을 올라 가 주는 복덩이 아들
정상에서 내려다본 주위와 발 앞에 간 떨리는 높다란 절벽
정상에 오르니 복덩이 아들이 강풍에 펄럭이는 국기를 올려다보고 있다.
온 가족이 어떤 지형물인지 궁금해서 다 몰려들고...
누군가가 나지막한 돌산을 만들어서, 가운데에는 앨버타주 깃발이 꽂혀있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 산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지역의 레전드라고 하니, 특별한 사연이 있는 듯 해 보이는
2018년에 작고한 로비 에반스 씨의 사진과 신발이 놓여 있다.
늘 하던 대로 해발 2,210 미터 정상에서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고 찰칵~
막내와 기념사진 한 장...
사이좋게 손을 잡고 하산하기 시작~
정상에서 잠시 쉰 덕에 기운을 되찾고 하산하는 맏이
가족이 하산하는 모습도 담아 보고...
올라올 때보다 내려가는 길이 훨씬 어려운 등산로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복덩이 아들
중간중간에 나무뿌리가 있으면 이렇게 경사진 자갈길을 내려가는데 조금은 수월한데
이 부근은 그마저 없어서 그냥 궁둥이를 땅에 바짝 붙이고 앉듯이
조심조심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오른쪽에 700 미터 높이의 낭떠러지가 있는 곳도 온통 자갈로 덮여서
왼편에 있는 나무들을 부여잡고 겨우 내려가야 했다.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서 내려가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소나무 몸통을 부여잡을 때가 많은데,
송진이 많아서 내려온 후 손이 끈적거리고
그래서 손이 시꺼멓게 변했다.
내려가는 길도 겁이 많은 맏딸은 거의 기어가는 수준으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짠해서 응원이라도 해 주려고 딸이 내려오기를 기다려서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보조를 맞추어서 내려가면서...
내려가면서 가끔 괴성이 울리는데,
내리막길에 발을 잘 못 디디거나 발란스를 못 잡아서
미끄러져 넘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이다.
고맙게도 조금 완만해서 무릎이 편한 길에서...
드디어 트레일의 끝인 브래그 크리크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하류 쪽 풍광
상류 쪽 풍광
트레일의 마지막이 코 앞에 다가와서인지
그 앞에 서서 환하게 웃으면서 포즈를 취한 맏딸
하지만, 아직 시내까지 높이가 꽤 되는데
내려가는 길은 45도가 넘는 가파른 길이 기다리고 있다.
겨우 내려와서 뒤를 보니 엉금엉금 위태스럽게 남편이 뒤따라 오고 있다.
급기야 남편과 맏딸은 아예 뒤로 돌은 채 두 손과 두 발을 다 사용해서 천천히 내려왔다.
드디어 트레일의 끝이 보인다!
길을 건너서 트레일을 시작한 지 4시간 30분 만에
시냇가에 위치한 널따란 주차장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한 남매가 우리를 40분이나 기다렸다고 툴툴거리면서도
언니에게 끝까지 사고 없이 잘 내려왔다고 칭찬을 말을 해 주어서 기특했다.
그리고 주차장 바로 옆에 있는 시내 쪽으로 다가갔다.
물속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한 Bragg Creek의 시내가 졸졸 흘러 내려간다.
옥빛의 시냇물이 밴프 방향으로 유유하게 흐른다.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시냇물은 영상 6도로 너무 차가운데도 불구하고
내려오면서 송진으로 끈적거리고 더러워진 손을 다들 깨끗이 시냇물에 씻고,
복덩이 아들은 어디를 봐도 널린 돌을 쉴 새 없이 던진다.
이렇게 온 가족이 1년 만에 뭉쳐서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험한 프레리 마운튼 트레일 트래킹을 마쳤다.
인터넷도 터지지 않은 첩첩산중이지만,
셀폰을 보니, 3만 1000보를 걸었다고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