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의 보우강/Bow River과 웅장한 세 자매 봉우리/Three Sisters 가 아름다운 캔모어
캔모어 동네는 캘거리에서 국도 1번을 타고 서쪽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밴프 국립공원 바로 직전에 위치한 산과 강, 하늘과 호수가 아름다운 아담한 산동네이다.
2021년 1월에 왔을 때의 캔모어
로키의 웅장한 산을 배경으로 한 캔모어의 중심인 Main Street
국립공원 내에서는 개발이 어렵기도 하고, 부동산을 소유할 수도 없기에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밴프 국립공원 바로 직전에 위치한 캔모어는
로키의 아름다움에 반한 많은 사람들이
이 동네에 콘도나 별장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과거 30년간 지속적으로 발전을 해 왔다.
하지만 자연과 환경을 최대한으로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그리고 건축적으로도 동네 분위기에 걸맞아야 하는 룰이 잘 지켜져서
여전히 인간보다는 자연이 이 동네의 주인이라는 것이 잘 느껴져서 언제 와도 편하다.
차들의 통행이 금지된 시내의 거리
도시의 규모에 비해서 갤러리도 많고, 길거리에 흥미로운 조각 작품과 벽화 등
다양한 작품이 많아서 일 년에 두세 번씩 올 때마다 늘 새로운 모습이 기다리고 있어서 설렌다.
오래된 차 부품과 마차 바퀴로 제작된 재미난 벤치 소품들
캔모어에 오면 늘 들리는 책방과 갤러리 건물
이 동네의 건물들은 지을 때에 시에서 동네의 분위기에 걸맞은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로키 산맥을 뚫고 태평양으로 잇는 철도 공사가 진행되던 때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은 이제는 옷가게
서점과 갤거리에서 노닥거리다가,
캔모어 도시부터 서쪽으로는 밴프, 남동쪽으로는 카나나스키스로 이어지는
다양한 트레일을 느긋하게 걷기로 하고, 12 Ave에서 이어지는 산책로로...
7월부터 이어지는 폭염이 조금 수그러들긴 했지만,
여전히 29도의 기온으로 더운 오후에
고맙게도 그늘이 진 거리는 걸을만했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제법 많다.
우리는 첫날은 긴 트래킹을 두 번째 날은 자전거를 좀 빡세게 탔더니 다리가 너무 뻐근해서
오늘은 편하게 평지를 느긋하게 걸으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자고 마음을 먹었는데도,
쌩쌩 달리는 자전거를 보니, 또 타고 싶어 진다.
산책로를 죽 따라가다 보면, 에머랄드 빛나는 보우강이 나온다.
보우강은 서쪽으로 흘러서 밴프를 거쳐간다.
보우 강변에 선 헬렌
예전 철도였던 다리는 이제 사람들이 오가는 다리가 되었다.
파란 하늘, 옥빛 나는 강물, 높다란 침엽수, 만년설이 있는 험난한 로키의 산
그 모든 것을 눈과 가슴으로 즐기는 막내
철교 위에서...
뒤에 보이는 세 봉우리는 일명 '세 자매'/Three Sisters로 불린다.
10여 년 전에 꼭대기까지 올라간 후 아직 못 올라가고 있다.
제일 높은 큰 언니 산의 닉네임은 믿음/Charity로, 해발 2,936미터이고,
자선(사랑)/Charity의 별명이 붙은 중간 자매의 높이는 2,769 미터,
그리고 소망/Hope 막내의 높이는 2,694미터를 자랑한다.
밴프 국립공원 쪽으로 흘러가는 보우강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트레일을 걸어서 밴프 쪽으로 가려다가
얼마 안 가서 어미 곰과 두 마리의 새끼 곰이 딸리 가족이 있다고
경고를 해 주어서 아쉽게 트레일의 반대쪽으로 향했다.
반대편으로 가는 트레일에서...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동네에서 발생한 산불로 한동안 매캐한 연기와 뿌연 하늘이 이어지다가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가슴이 시원한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메인 트레일에 그늘이 없어서 너무 볕이 뜨거워
좁은 숲길 안으로 들어서니, 바로 왼편에 커다란 암 Elk가 느긋하게 풀을 뜯고 있다.
숲길 앞에는 세 마리의 Elk가 있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차마 지나가지는 못하고
다른 샛길로 얼른 빠져나갔다.
그런데, 여기도 우람한 뒷모습만 보이는 동물이...
하는 수 없이 다시 큰길로 나와서 걷다가 길 가까운 곳에
아직 어리게 보이는 moose 한 마리가 신나게 연한 나뭇잎을 쉬지 않고 먹고 있다.
산책길 오른편에는 계속 아름다운 보우강이 흐르고...
강을 끼고 난 아주 좁은 길은 걷기에는 불편하지만, 그늘이 좋다.
다른 숲길에서 만난 가족들...
어미와 새끼 Elk와 Moose가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 선 울창한 나무숲 안에서 풀을 뜯고 있다.
어림잡아 10마리는 되어 보인다.
널따란 연못이 나온다.
왼편에 그늘에서 편히 쉴 수 있는 Gazebo/정자가 있다.
물이 맑아서 연못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연못을 따라서 생긴 길을 따라서...
이 동네에 사는 오리마저 축복받은 듯하다.
이 시냇물 왼쪽에는 주택이 들어서 있는데, 뒷마당과 시내가 흐르는 숲과 맞닿아 있다.
집 터가 너무 좋아서, 거대하고, 화려한 집이 들어서기보다는
얼핏 보기에 집이 눈에 뜨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나무들 사이에 묻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시내 양 편을 잇는 아담한 다리도 서 너개 지나고...
주택이 들어 선 동네로 이어진다.
소박한 집에 널따란 마당에 주인의 취향대로 화사한 꽃들과 소품으로 꾸며져 있어서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은 집이다.
다시 캔모어 시내로...
오른편이 깨끗한 공중 화장실...
복잡한 밴프와 달리 주차할 곳도 많고, 거기다가 무료이며,
상업화되지 않은 거리를 편하게 걸을 수 있으면서도
로키를 즐길 수 있어서, 밴프보다 오히려 점점 이 동네를 찾게 된다.
2층 이상의 건물이 없어서, 어디를 봐도 로키의 산들이 보인다.
사람과 자전거만 다녀서, 가족이 편하게 구경하고, 먹고 마시고, 쇼핑하기에 그만이다.
우리는 아이스크림과 스무디로 잘 알려진 Canary에서 하와이언 스무디와 터키 가슴살 샌드위치를
늦은 점심으로 먹었다.
천장에 매달이 재미난 조명
가게 이름인 카나리에 걸맞게 노란색의 편한 의자가 가게 앞에 높여져 있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최소한 한 두 번은 다시 올 것 같은 아름다운 동네 캔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