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Horse Trail은 저 뒤에 보이는 돌산까지 이어지며,
거리는 왕복 약 9 Km로 한 시간 45분이 걸린다.
자주 다니는 로키의 트레일과 달리 우선 평평해서 오르지 않아도 되어서 힘은 들지 않지만,
숲이 없어서 잠시 땀을 식힐 그늘도 없어서 일사병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사막 평원엔 조슈아 트리만 띄엄띄엄 서 있지만,
선인장과 식물답게 넓다란 이파리가 없어서 쉴 그늘은 전혀 제공해 주지 않는다.
숲길과 달리 올라가면서, 고개 너머 어떤 풍광이 펼쳐질지 기대도 되고 스릴이 있는데 반해
목적지까지의 사방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와서, 트레일이 밋밋하고 황량하지만
사막을 횡단하는 새로운 체험을 하기 위해서 트래킹을 시작해 보았다.
여기서부터 트레일이 모래로 덮여 있어서
한 발자국을 떼는 일이 산을 오르는 것보다 더 에너지 소모가 된다.
그래서 아예 모래가 덮인 트레일을 살짝 벗어나서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검불더미가 있는 길을 택해서 걷기 시작했다.
비록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트레일은 아니지만,
트레일을 벗어난 길에 발자국이 있는 걸 보니, 이들도 우리처럼 걷기 편한 곳을 지나갔나 보다.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잘 마련된 트레일이 아니다 보니
여러 군데 서식하는 다양한 검불들과 쓰러진 조슈아 트리를 피해 다니면서 걷는 것이
마치 장애물 경기 같아서 트래킹의 단조로움을 그나마 해소시켜 준다.
한 나무는 땅에 쓰러져서 말라비틀어졌고,
또 하나는 여전히 뜨거운 태양 아래 잘 버티고 서 있다.
걸으면 발이 쑥쑥 빠지는 모래 덮인 트레일
그늘 없는 땡볕 아래 트레일 옆을 걷다가...
충분히 물을 마시면서 잠시 쉬고...
트레일의 밋밋함과 단조로움을 그나마 해소시켜 주는 것은
평평한 사막을 온통 뒤덮은 파란 하늘에 시시각각으로 신비스럽게 변하는 하얀 구름이다.
트레일 길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가시가 길고 날카로운 선인장과 검불들이 곳곳에 있어서
짧은 바지를 입은 우리는 나름 요리조리 잘 피해나가다가도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긁히기 일수여서 트래킹을 끝나고 보니 무릎 아래가 온통 붉게 긁혀 있다.
모래 트레일 옆에 서 있는 이 조슈아 트리 선인장은
나무껍질도 다 벗겨져서 맨 몸뚱이가 다 드러나서 언제라도 바람에 쓰러질 태세다.
이 황무지를 걷다 보니, 그야말로 너무 덥지 않다면
멍 때리기에 최상이다.
11월과 12월 월평균 강우량이 고작 5 mm로 가장 건조한 시기이며
1월과 2월엔 그나마 월평균 강우량이 2 cm로 올라가서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고 한다.
이런 악조건에도 푸른 이파리로 생명을 유지하는 조슈아 트리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개중에는 이 척박한 조건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무너져 내려앉기도...
40분을 걸어오니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우리도 재미는 없고 땀만 줄줄 나는 이 길을 계속해서 갈지
다시 주차장으로 갈지 잠시 고민하다가...
트레일의 2/3는 왔으니 끝까지 가 보기로 했다.
저 뒤에 보이는 목적지 돌산은 가도 가도 생각보다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서 좀 야속하다.
다행히 메인 트레일이 모래가 적어서 걷기가 수월하다.
왕복 1시간 45분을 걸으면서 유일하게 만난 노란 야생화
편편하던 길에 처음으로 거대한 기이한 모습의 암석이 반겨준다.
목적지인 Hidden Valley 암벽 타는 곳까지 드디어 왔다.
조슈아 트리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모습이 좀 비현실적이고, 숙연해진다.
주차장에서 55분 만에 도착한 트레일의 끝에서 시그니처 포즈를 취해 본다.
땀에 젖은 셔트를 벗어 들고 완주 기념사진 하나...
암벽을 뒤로하고 오던 길로 다시...
이렇게 자연과 오롯이 지내다 보면 저절로 세상을 초월하는 철학자나 도인이 될 것 같다.
바람 소리도 귀를 기울여보니, 자연이 제공해 주는 심포니로 들린다.
트레일 곳곳에 이렇게 크고 작은 구멍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아마도 뜨거운 열기를 피해서 땅굴을 파서 생활하는 동물들의 피신처리라.
그런데 아무도 기어 나와서 고개를 디밀지 않아서 누가 사는지는 알 수가 없다.
돌아올 때는 무슨 오기인지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길을 먼지 풀풀 날리면서 걸어 보았다.
힘도 들고 땀은 더 나지만, 피해 가야 할 검불이나 선인장이 없어서 그나마 편하다.
저 앞에 주차해 둔 차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신발 안에 그득한 모래도 떨고, 수건을 물에 적셔서 땀과 먼지도 닦고,
준비해 간 음료와 과일을 먹으면서 잠시 쉰 후....
다음 목적지는 캡 록 트레일/Cap Rock Trail로 차를 몰았다.
거대한 캡록의 위용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