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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영하 40도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by Helen of Troy 2021. 12. 28.

 

12월 26일 성가족 축일 미사 때의 제대 모습

 

 

 

 

일 년 중 가장 밤이 길고 낮이 짧은 동지/Winter Solstice 인 12월 21일이 지나서

점점 낮이 길어진다는 희망도 잠시,

그다음 날부터 바로 살인적인 혹한이 시작되었다.

날씨 채널과 셀폰에 연일 'Extreme Cold Warning/혹한 경고"와 함께

코비드 오미크론 변종까지 겹쳐서,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하루 최고 기온도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그야말로 남극을 방불케 하는 맹추위의 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12월 27일 아침 시간을 토대로

세계에서 제일 추운 15 도시 중, 제일 추운 러시아의 야쿠츠크를 제외하곤

나머지 14 곳이 다 캐나다 도시이며,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우리 동네인 앨버타주와 로키산맥 지방이고

기온도 영하 40도를 육박한다는 뉴스가 

당분간 얼마나 혹한 속에 지내야 할지 알려준다.

 

 

 

파이프 오르갠과 성가대석이 있는 성 요셉 주교좌성당 Loft에서 12월 25일 미사 직전 모습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맹추위 속에서도

우리 동네 사람들은 '겨울은 추어야 겨울답다'라고 여기는 사람들답게

평소와 크게 다름없이 일상을 이어 나간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겨울이니 당연히 춥다고 여기며 일터로 향하고,

학교를 다시는 학생들은 삼삼오오로 짝 지어서, 혹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로 등교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서 쇼핑몰에 몰려 가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서 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

 

복덩이 아들도 이 맹추위라고 더 껴 입으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무시하고

평소와 똑같이 입고, 주말에 일하는 Pet Store에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막내 역시

실내는 평소보다 덥다고, 역시 엄마의 잔소리를 귀등으로도 듣지 않고 차를 몰고 출근했다.

 

 

 

나도 지난 목요일에는 크리스마스 만찬을 위해서 장을 보러

오후 내내 마트 세 군데와 베이커리를 돌면서 리스트에 적힌 것들을 꼼꼼히 챙겼다.

 

12월 24일 금요일은 영하 35도에 폭설까지 내리는 아침에

9시 미사에 가서 성가 봉사를 시작해서, 같은 날 자정 미사,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미사, 그리고 다음날 26일 성가족 축일이자 일요일 미사까지

연일 솔로 성가 봉사로 평소보다 더 바쁜 날을 보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얻어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남편과 큰 딸은

대신 연일 내리는 눈을 치워가면서, 이 혹한을 보내고 있다.

(단 15분 정도만 눈을 치우다가, 집 안으로 들어와서 몸을 녹여야 했다.)

 

 

 

 

오늘 오랜 친구가 보낸 카톡 내용에

신이 겨울을 만든건

사랑의 온기를 서로 나누면서

따뜻하게 지내라

는 말처럼

이처럼 살인적인 혹한과

이 혹한보다 더 심한

고약한 코비드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람의 온기와 사랑이 최고의 명약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