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대평원에 위치한 우리 동네는 9월 후면 언제라도 첫눈이 내릴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10월 중순이면 첫눈이 내린다.
올해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한 달 늦게 첫눈이 내렸는데,
헐레벌떡 달려온 티를 내기라도 하듯이 시속 70 KM의 강풍을 동반하고
20 CM의 폭설 펀치를 날리는 강렬하게 찾아왔다.
어제 저녁부터 눈이 내려서, 저녁 먹고 나가서 눈을 치우려고 하니
캐나다 서부 평원지역에서 주로 내리는 습도가 낮아서 가벼운 눈이 아니라,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주로 내리는 수분이 아주 많은 눈이 내려서
눈 삽에 담긴 눈을 옮기기가 엄청 힘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 아침을 먹고 마침 다른 도시에 간 남편 대신에
눈을 치우려고 나와 막내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마당으로 나가보니,
생각보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발목 위 정강이까지 푹푹 빠져들어서 제대로 걸음을 내딛기도 힘이 들었다.
밤새 불어대던 강풍은 여전히 몰아쳐서,
이미 내린 눈이 온 사방으로 날아다니고,
내리는 눈과 바람에 함께 내려서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거기다가, 여느때와 달리 엄청 수분이 많은 눈이 20-25 cm 넘게 쌓여 있어서
삽으로 눈을 치우는데 너무 힘이 부쳐서, 딸과 내가 15분씩 번갈아서 눈을 치웠는데도
겨우 대문 앞과 그 앞 통로의 눈만 치우고
지쳐서 잠시 쉬려고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데
마침 snow blower로 눈을 치우던 옆 집에 사는 Jim이
오늘은 자기가 기계로 Driveway와 우리 집 앞 길을 치워 주겠다고 하면서
엔진을 끄지 않은 상태로 우리 집 쪽으로 건너왔다.
수분을 머금은 눈이 워낙 많이 쌓였고,
거기다가 강풍이 몰아쳐서 눈을 치우면서 날리는 눈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기도 하고, 이미 한쪽으로 치운 눈도 도로 날아오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15-20분에 걸쳐서 그 많이 쌓인 눈을 치워주셨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우리 집 앞 눈을 치워주는 짐이 너무 고마워서
차마 추위에 떨면서도 딸과 나는 Driveway에 서서 눈을 다 치워 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자기 집의 눈을 치우려고 건너갈 때에 고맙다는 인사를 반복해서 한 다음에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눈은 오후 4시까지 내려서,
복덩이 아들, 딸 그리고 내가 번갈아서 한 번씩 더 눈을 치워야 했지만,
이미 고마운 이웃이 큰 일을 해결해 준 후라서 훨씬 수월하게 오후레 내린 눈을 치울 수 있었다.
이렇게 힘든 일도 기꺼이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 Jim 부부와 아들을 위해서
막내딸이 초콜릿 코코넛 오트밀 쿠키 반죽을 만들어서...
(쿠키 레시피는 곧 소개할게요.)
오븐에 구워서 반은 우리 집 쿠키병에 넣어두고,
반은 접시에 담아서 옆 집 이웃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는 딸 옆에서 날도 음산하고,
강풍으로 온 천지가 눈이 날리고,
앙상하게 남은 가지들이 이리저리 휩쓸리며 삐그덕거리고,
몸도 으스스해서
오랜만에 멸치와 표고, 그리고 다시마를 평소보다 많이 넣고 만든 육수에
감자를 넉넉히 넣고 3시간 전에 숙성해 둔 반죽을 얇게 밀어서
손으로 뚝뚝 잘라서 넣고 수제비를 만들어서 저녁으로 먹었다.
비록 폭설이 내렸지만,
좋은 이웃 덕분에 간단히 눈도 치웠고,
악천후로 도로 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예정되었던 합창단 연습도 취소가 되어서,
느긋하게 시원한 국물이 있는 수제비로 간단하지만 맛난 저녁도 먹고,
뜨거운 차와 함께 달달한 쿠키까지 후식으로 먹고 나니,
나름 참 몸과 마음이 훈훈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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