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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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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춘삼월에 하얀 겨울왕국으로 둔갑한 울 동네

by Helen of Troy 2022. 3. 5.

 

 

2022년 3월 4일 집 뒤에서...

 

 

 

 

오늘 아침 눈으로 덮인 집 앞길

 

 

 

 

앞마당에 있는 라일락 나무에 탐스러운 눈꽃이 피었고...

 

 

 

눈이 너무 많아 와서 3번에 나누어서 집 앞 드라이브웨이의 눈을 내 키만큼 높이 쌓이도록 치웠다.

아직도 계속 눈이 내리는데, 눈을 어디다 치울 때도 이젠 없다.

 

오늘은 마침 남편과 막내는 출타 중이고, 복덩이 아들은 알바를 가서,

눈 치우는 일은 오로지 내 몫으로 돌아와서 좀 난감했지만,

운동삼아 살살 조심조심 눈을 치웠다.

(물론 눈 치우는 기계가 있긴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 작동해 본 적이 없다.)

 

아침 9시 미사에 가기 전에 드라이브 1/3을, 10시 반 정도에 1/3을,

그리고 점심 먹고 나머지 드라이브웨이의 1/3과  우리 집 앞 sidewalk까지 

오랜만에 땀까지 흘려가면서 눈을 치웠다.

 

 

 

어제도 눈이 약 10 cm의 눈이 내리더니, 

오늘은 그것도 모자라서 정오까지 약 25cm가 더 내렸다.

눈을 치우고, 잠시 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한 겹 더 껴입고, 겨울왕국의 눈 구경을 나섰다.

 

 

 

기온은 영하 11도지만, 바람이 거의 없어서 춥지는 않다.

 

 

 

 

그런데, 정갱이까지 푹푹 발이 빠져서 걷는 데에 평소보다 서너 배 힘이 더 든다.

 

 

 

 

호수가 어딘지, 산책로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온통 눈 세상이다.

 

 

 

워낙 눈이 많이 내려서인지, 차도 사람도 개미새끼도 안 보인다.

 

 

 

 

눈꽃이 활짝 핀 아스펜 나무 숲길로 들어섰다.

 

 

 

여긴 평소에 정기적으로 눈을 치우는 산책로가 아니어서 

그야말로 무릎까지 오는 부츠 안으로 눈이 들어 올 정도로 눈이 높게 쌓였다.

 

 

 

 

잠시 다시 돌아갈까 망설이다가 내친김에 40분 정도는 할애하기로 하고 한 발자국씩 떼어 보았다.

 

 

 

 

 

 

 

 

 

 

 

 

 

 

 

 

경사가 가파른 소나무 숲길로 들어서니, 

또 다른 설경이 펼쳐진다.

 

 

 

 

다행히 부츠에 스파이크도 달고, 지팡이까지 지참해서

경사지고 좁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숲길로 걸어가 보았다.

 

 

 

 

쌓인 눈이 너무 무거운지 소나무 가지가 휘어진 나머지

지나갈 때마다 후드득 떨어지는 눈 폭탄을 맞아도 기분이 좋기만 하다.

 

 

 

 

아름다운 설경에 눈과 마음은 엄청 행복한데,

속수무책으로 발이 눈에 푹푹 빠져서 다리가 힘든다.

 

 

 

 

바로 앞에서 50미터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어서

멀찌감치 떨어져 서서 아래 골짜기 모습을 셀폰에 담았다.

 

 

 

 

이렇게 눈이 많이 쌓인 것을 미리 알았다면,

신발의 폭이 널널해서 눈에 빠지지 않고, 걷기에 편한 스노우 슈즈를 신고 올 걸 하고 후회하면서 

이 길을 걸었다.

 

 

 

 

산책 길의 폭도 엄청 좁아서 나뭇가지를 헤치고 나가는 것도 힘들고

바로 아래에 절벽이 있어서 위험하기도 해서

일단 소나무 숲길을 벗어나기로 했다.

 

 

 

 

길이 넓어져서 시야도 넓어지고 안전하지만, 걷는데도 여전히 힘들다.

 

 

 

 

이 아스펜 숲길은 로키산맥의 어느 곳보다 훌륭한 크로스컨트리 스키장이다.

 

 

 

 

영하 10도에도 불구하고, 30cm가 넘게 쌓인 눈을 밟고 걸으니, 이젠 땀까지 난다. 

 

 

 

 

 

 

 

 

 

 

 

너무 멀리 가 버린 내 오만함 덕분에

돌아오는 길은 즐겁기보다는 그저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드디어 집 뒤까지 왔다.

 

 

 

 

 

이 오르막 길을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 본지는 처음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봄을 꿈꾸는 이태백의 시와 함께

연두빛의 훈훈한 3월을 감히 기다려 봅니다.

 

"You ask me why I dwell in the green mountain;
I smile and make no reply for my heart is free of care.
As the peach-blossom flows down stream 

and is gone into the unknown,
I have a world apart that is not among men."
-  Li B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