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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Places/넓은 세상에서

발음 때문에 애꿋게 수난을 겪게 된 캐나다 전통 음식 푸틴/Poutine not Putin?

by Helen of Troy 2022. 3. 10.

 

캐나다 퀘벡주의 전통 음식인 푸틴/Poutine

 

 

2주 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이 참혹한 전쟁을 반대하는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전혀 예상치도 않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바로 캐나다 동부 퀘벡주의 전통음식인 푸틴과 이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다.

 

푸틴/Poutine은 감자 칩스/프렌치프라이에 치즈 덩어리와 그레이비를 얹은 음식으로

전 세계에서 아주 인기리에 판매되는 프렌치 프라이 음식이다.

 

불행하게도 근래에 들어서 최악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과

발음 그리고 불어권에서는 스펠링까지 같아서

푸틴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그 분노의 대상이 되어 버린 어처구니없는 사태로 불거졌다.

 

 

 

 

 

 

푸틴 대통령의 발음과 스펠링이 비슷해서 억울하게 된 맛난 '푸틴' 프라이

 

 

한 예로, Maison de la Poutine/메이종 델라 푸틴 식당은 프랑스에서 푸틴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러시아의 침공 후, 협박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푸틴 음식이 푸틴 대통령의 이름과 비슷해서

러시아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캐나다 동부에서 시작된 이 음식을

푸틴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서 명명된 음식으로 오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푸틴 프라이 레시피를 개발한 원조라고 일컬어지고

1964년에 세계 최초로 퀘벡에 푸틴 식당을 연 '르 로아 쥬셉/Le Roy Jucep' 식당 측도

같은 피해를 입게 되면서 그들이 정식으로 최초로 등록한 고유명사인 푸틴이라는

이름과 부득이하게 거리를 두기로 결정하고, 푸틴이라는 고유명사 사용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대신에 “the inventor of the fries-cheese-gravy”/프라이-치즈-그레이비의 발명가라고

길게 설명조로 음식 이름으로 당분간 부르기로 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푸틴이라는 이름은 캐나다 동부에 거주하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프라이에 위에 얹는 치즈와 그레이비 때문에 걸쭉한 이 음식을

영어의 '푸딩' 발음을 불어식으로 부른 데에서 연유되었다고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영어 스펠링은 'Putin'이고, 푸틴 음식은 'Poutine'으로 표기되고,

러시아 대통령의 발음은 제일 첫음절에 악센트가 들어가고, 두 번째 음절은 짧은 모음이며,

푸틴 음식의 발음은 두번째 음절에 악센트가 들어가고, 장모음이라서

영어권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혼돈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불어권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푸틴 대통령을 불어로  'Poutine'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영어의 "Putin"은 불어에서 자주 사용되는 쌍욕인 "Poutain"의 발음과 같아서

공식적인 정상회담 등 국제적인 모임에서도 실례를 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음식과 같은 스펠링인 'Poutine'으로 표기하게 되었다.


한편 몇몇 언어학자들은 이 이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보티노 러시아 문학 교수와 소르본 대학의 러시아 언어학 사크노 교수는

불어에서 유일하게 '우' 발음을 표기하는 방법은 'ou'이기에

시릴릭 표기법에서 Poutine으로 표기하는 것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파리 시민들

 

 

러시아의 침공 후, 지구촌에서 푸틴 외에도 음식이나 음료수에 러시아 산

품목들이나 '러시아'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품목들이 하나씩 보이콧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면, 북미에서 술집이나 바에서 '러시아 뮬/Russia Mule'이라는 술을

'키브 뮬'로 변경해서 판매하고 있고, 

러시아를 대표하는 러시아 산 보드카 술도 술가게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음식과 음료수에도 스포츠나 문화계에서 러시아 퇴치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주일간,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음악계의 지휘자와 성악가들이 

공연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었고,

내가 몸담고 있는 합창단 역시 6월에 예정된 러시아 출신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공연이

무기 연기되는 등 예술계도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기 시작했다.

 

IOC도 러시아 출신 스포츠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석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유럽에서 아주 인기 있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도 러시아 출신 가수들의 오디션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러시아 침공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민족과 동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바삭바삭한 프렌치 프라이도 좋아하고,

거기에다가 고소하고 쫄깃한 치즈 덩어리와

진하고 깊은 맛의 걸쭉한 그레이비에

기호에 따라서 베이컨, 파, 할라페뇨 고추, 양파 등등을 얹은

푸틴을 너무 좋아한다.

 

칼로리 걱정이 없다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먹고 싶은 이 캐나다 음식이

어쩌다가 푸틴 대통령의 애꿎은 피해자가 되었는지

참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이 참에 당장 내일 나가서 칼로리 걱정 없이 큰 대짜로 푸틴을 주문해서

푸틴 대통령에게 불어 쌍 욕 대신에 야금야금 씹어 먹을 생각을 하니 

입엔 절로 침이 고이지만,

너무도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생각하면 목이 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