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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뜻밖의 반가운 방문

by Helen of Troy 2023. 4. 25.

 

4년 만에 만난  반가운 잭

 

오늘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느긋하게 차를 마시려고 앉자마자

집 앞 드라이브웨이에서 세차를 하던 남편이

큰 소리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으니

얼른 나와 보라고 들뜬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얼른 대문을 열고 나가 보니

키가 크고 잘 생긴 청년이 활짝 웃으면서 나를 반긴다.

그런데 순간 누구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아서 잠시 당황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본인의 이름을 바로 말을 해 주어서

누구인지 알았지만,

약 4년간 못  본 사이에 너무도 모습이 바뀌어서

두 번째 놀랐다.

 

 

2012년 6월 2일

(양로원에서 위문공연 후 여동생과 찰칵)

 

잭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던  2010년 9월에

당시 만 다섯 살에 내게 처음 찾아온 학생이었다.

그는 내가 가르친 제자들 중에서 남자아이인데도

제일 귀엽고 cute한 데다가

끝도 밑도 없이 늘 긍정적이며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올 때마다

문도 열기 전에 큰 소리로

"Mrs. Kim! I am so happy to come and see you.

I LOVE PIANO!" 라면서 

특유의 환한 미소를 띠고 나를 찾아온 천진난만한 소년이었다.

 

2014년 11월 30일

(양로원에서 크리스마스 공연 후:

왼쪽에서 네 번째 안경을 쓰고 환하게 웃는 잭)

 

잭은 아주 재능 있는 피아노 학생은 아니었지만,

매주 우리들의 레슨 시간은 즐겁고 편했으며,

피아노 외에도 여러 가지 토픽에 관해서 토론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학교 숙제도 같이 하고

잭의 엄마 생일엔 함께 베이킹을 하기도 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다른 남학생들과 달리 여전히 높은 톤의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귀여운 미소년의 모습을 간직했다.

 

수학과 과학에 흥미가 있던 잭이 9학년(중3)에 올라가면서

피아노 레슨 뿐 아니라, 잭이 흥미가 있고 재능이 있는

수학, 화학과 물리학 과외 수업도 병행하게 되었다. 

피아노를 전공하다가, 공대(생명공학)으로 전과해서

엔지니어로 일을 오래했던 나와 잭은 

세상에서 보기 힘들게 피아노와 과학, 수학을 한꺼번에 공부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피아노를 배우는 태도로 학생의 대학진로까지 내다보였는데,

피아노 선생으로 시작해서 대학교 1학년때까지 수학과 과학 선생으로

10여년을 함께 한 제다들의  대다수가 공대와 의대로 진학했다.

음악이 과학과 수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처럼 이 학생들이 잘 증명해 주고 있다.

 

하나를 가르치면 두세 개를 터득할 정도로

영민한 잭이 10학년(고1) 때까지

10년을 한결같이 좋은 선생과 제자로, 때로는 친구로 잘 지내다가 

잭이 레슨을 그만 두게 되면서 아쉽게 헤어졌다.

 

2018년 4월

 

얼마 후, 코로나 판데믹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잭과 연락이 끊겼지만,

가끔 자전거로 사이클링 운동을 하다 보면

잭의 집 근처까지 갈 때가 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문을 두드려 볼까 하다가도

그냥 돌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잭이 우리 동네에 사는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직접 차를 운전해서 근처에 왔다가

내게 인사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와 주었다.

 

나와 작별할 때만 해도 여전히 미소년의 모습과

변성되지 않은 목소리의 소유자였던 잭이

그 후 폭풍성장을 했는지,

바리톤의 낮고 기본 좋은 목소리와

186 CM 키의 건장한 청년이 되어서 불쑥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앨버타 대학교 공대에 진학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1학년을 무사히 잘 마쳤단다.

그리고 나와 함께 공부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내게 알려 주고 싶었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공대 전공을 정해야 하는데,

어떤 분야가 좋을지 대문 앞에 선 채로 한동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어찌나 흐뭇하고 행복하던지 예전처럼 몇 번이나 껴안아주면서

일부러 찾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대여섯 번이나 반복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함께 오랫동안 좋은 추억을 공유한 제자들이

이처럼 잘 성장해서, 잊지 않고 찾아 줄 때마다

나도 나름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