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모어 동네를 가로지르는 보우강/Bow River 그리고 만년설로 덮인 로키의 웅장한 산들
(2023년 4월 1일)
3월 31일에 열린 엄마의 합창 공연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3월 31일이 생일인 막내의 생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큰 딸이 짬을 내서 비행기를 타고 5일간 휴가를 내서 집에 왔다.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주자를 하면서, 연주나 가르치는 일이 없는 낮시간에
파트타임으로 대학교에서 6년 만에 회계학을 졸업해서
몇 차례에 걸친 시험을 통과해서 드디어 작년 11월에 공인회계사가 된 딸은
요즘 세금 시즌에 임박해서 일이 엄청 바쁜데도 불구하고,
엄마와 동생을 위해서 선뜻 달려와서,
회계사가 된 턱을 쏜다고 이번 여행 비용까지 부담해 주었다.
3월 31일에 무대에 올일 공연을 위해서
3월 마지막 주일 3일에 걸쳐서 가진 강도 높은 연습과
31일에 성황리에 멘델스존 작의 '엘리야' 합창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생각보다 몸이 엄청 피곤했다.
그래도 올해 막내가 원한 생일 선물은 함께 캔모어와 캘거리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어서, 다음날 피곤하지만 가볍게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집에서 남쪽으로 300 km 떨어진 캘거리로 차를 몰았다.
공교롭게도 코로나에 걸린 남편은 자연히 집에 남고
결혼 후 지금까지 늘 해 오던 김기사답게 이번에도 운전대를 맡았다.
널리 잘 알려진 로키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밴프는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너무 붐비기도 하고
점점 상업화되는 추세라서 몇 년 전부터는 잠시 머물거나,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밴프 국립공원 경계 바로 바깥에 위치한 캔모어는 비교적 현지인들이나
이미 번잡한 밴프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우리 가족도 일단 캔모어에서 숙박을 하면서 밴프 국립공원의
명소나 트레일을 찾곤 한다.
캔모어는 캘거리에서 서쪽으로 약 100 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밴프에서는 불과 25 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산동네이다.
캘거리에서 약 30분간 운전을 하다 보면, 끝도 없이 펼쳐지는 넓디넓은 대평원의 풍광에서
드디어 언제 와도 만년설이 덮인 로키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30년간 줄잡아서 최소 200번은 본모습이지만
밋밋하고 단촐한 대평원에서 갑자기 펼쳐지는 로키의 모습은
늘 봐도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하고,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미 안개가 끼고, 눈도 오고 바람도 세다는 일기예보대로 바람도 강해지고 안개가 자욱해진다.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는 산동네 날씨에 익숙하기에
캔모어로 가는 드라이브는 마냥 신이 난다.
캔모어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하고, 한 가게 윈도 앞에서 찰칵~
기온이 영하 2도이지만, 워낙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모두 가지고 간 옷을 껴 입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우선 점심시간을 넘긴 2시라서, 늘 가던 '카나리' 카페에서
랩과 음료수로 허기를 달랬다.
로키의 산동네답게 캔모어는 해발 2,000미터가 넘는 높고 험악한 산들로 둘러 쌓였다.
그리고 늘 가는 서점, 중고품 가게, 인테리어 가게, 옷 가게등을
느긋하게 돌아다니다가...
캔모어 근교에 있는 트레일로 발을 돌렸다.
캔모어를 가로질러서 흐르는 보우강을 이어주는 철교
철교에서 바라다본 보우강과
지질학적으로 청년기의 웅장한 로키의 산 봉우리들
4월에도 여전히 강가는 얼어붙어있고, 산은 만년설과 안개로 덮여 있다.
철교 위에서...
트레일에서 바라다본 철교와 캔모어를 대표할 만큼
제일 잘 알려진 'Three Sisters" 산봉우리들
이 세 개의 산봉우리들은 1883년에 알버트 로저스 씨가
폭설이 내린 후 세 봉우리 모두 하얀 눈으로 덮인 모습을 보고
수녀의 하얀 베일을 연상케 한다고 '세 수녀들/The Three Nuns"라고 명명했다.
1886년에 조지 도슨 씨에 의해서 '세 자매/The Three Sisters'로 변경되었고,
각각 Big Sister/큰 언니(해발 2,936 미터).
Middle Sister/가운데 자매(해발 2,769 미터)
그리고 Little Sister/막내 자매(해발 2,694미터)로 불리게 되었다.
한편 큰 언니는 'Faith/믿음', 가운데 자매는 'Charity/사랑',
막내는 'Hope/소망'이라는 닉네임도 있다.
일기도 고르지 않고, 강풍이 세어서인지 트레일이 한산하다.
점점 안개가 짙어진다.
웅장한 세 자매도 안개 뒤로 숨었다.
세 자매 외에도 여러 아담한 자매 산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오후의 태양도 안개에 가려서 뿌옇다.
만년설이 여전히 얼어붙어서 군데군데 강바닥이 드러난 곳에
Elk들이 유유히 뿔을 뜯고 있다.
이젠 함박눈까지 휘날린다.
트레일이 캔모어 주택가와 넓은 축구장에 인접한 곳으로 이어졌다.
줌-인 해 보았더니 운동장 한 부분이 눈이 녹아서 풀밭이 된 곳에서
엘크 한 무리가 열심히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근래에 강을 따라서 지어진 커다란 산장 뒤 뜰에도 엘크들이 많이 눈에 띈다.
원래 자기 영역인데 인간에게 서서히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원래 계획은 왕복 네 시간 정도 트래킹을 할 예정이었으나
너무 추워서 1시간 20분쯤 걷다가 이 지점에서 아쉽게 발 길을 돌렸다.
안개는 조금씩 걷히고...
눈발도 멈추니, 세 자매의 위용이 서서히 드러난다.
눈이 막 녹은 차디찬 강물 속에서 세 강태공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보우강을 잇는 또 다른 목조 다리에서...
다음에 오면 어떤 모습을 하고 기다릴지 상상해 보면서
다시 차에 올라서 캘거리로 돌아왔다.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일식집 '미도리'에서 저녁을 먹고...
날씨는 영하 5도이지만 캘거리에 오면
꼭 들리는 아이스크림 맛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밤 9시에 들려서, 각각 2 scoops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에야
호텔 숙소에 체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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