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미터의 꺽다리 blakc-eye Susan이 가을 하늘에 하늘하늘...
요 몇년 사이에 사춘기의 기분처럼
예측불허의 날씨와 자주 만난다.
올해 4월 초에도 봄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함박눈이 내렸다가 얼고 녹아서 온 시내가 빙판으로 둔갑을 하기도 하고
(덕분에 남편은 제대로 오지게 넘어져서 아직도 어깨가 불편해서 물리치료 중이기도..)
한여름에도 난데없이 밤송이 만한 우박이 쏟아져서
애써 가꾼 채소와 화초를 허망하게 땅에 묻기도 했다.
이번에도 날씨가 가을이란 것을 잊었는지
9월 중순 내내 한여름 날씨보다 훨씬 더 더운 날씨를 보이더니
급기야는 수요일(23일)에는 무려 34도를 기록하면서
50년 전의 기록인 30도를 가볍게 누르고 9월 23일의 최고 기온 기록을 차지했다.
따라서 주위의 사람들이 대체로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답게
34도의 날씨가 과히 살인적이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불평을 해도
조금이라도 추운 겨울 전에 좋은 날씨를 덤으로 받은 기분인지
별로 싫은 눈치는 아닌 듯 하다.
우리도 보통 9월 말이면
아침에 서리도 벌써 몇번 내렸을 즈음이라
진작 추워지기 전에 정원 월동준비를 대충 마치는데
올해는 월동준비는 커녕 여름같은 날씨에
계속 물도 주어야 하고 비료, 잡초약 등도 주어야 해서
개학을 한 후에 안 그래도 바쁜데 조금은 성가시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직도 raspberries도 계속 따 먹고, 호박도 계속 열리고,
아직 서리 세례를 받지않은 깻잎, 상치들도 쏙아서 먹고,
파와 부추는 완전 제철 만난 듯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서
이틀에 한번씩 부추전을 부쳐 먹을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양귀비도 한번 다 졌다가 다시 피기 시작한다.
뒤늦세 수줍은 듯 쬐그맣게 피어나는 빨간 꽃이 마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다.
집 뒷벽에서 제세계를 만난듯이 옆에 있는 화초영역을 다 차지하고 수백개의 꽃을 피우고 있다.
impatience 도 추워지기 전에 들여 놓으려고 하다가 가을 볕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냥 그자리에...
우리집 마당에는 평소에 좋아하는 hydrangea(수국?) 종류가 다양하게 제일 많다.
이 수국은 연보라에서 핑크색의 탐스러운 꽃을 은은한 향기를 내면서
수십마리의 벌들이 아예 상주한다.
가을 분위기를 제대로 풍겨서 이리 저리 카메라를 연신 대 보면서...
코스모스보다 더 가을 분위기가 난다.
급기야는 윙윙 거리는 벌에 한번 쏘인 후에야 거기서 일단 철수...
ludbekia도 부활..
라일락 꽃위에 잠자리도 보이고... (오늘 재수가 좋은가 보다)
꼬깔 모양의 순백의 이 수국은 은은한 냄새로 사랑을 받는다.
한달 전에 다 꽃이 져서 지저분했는데 다시 제철을 만난 듯이 활짝 핀 데이지...
raspberries도 초여름에 열리는 즉시 다 따 먹곤 해서 남아 나질 못했느데
다시 본격적으로 열려서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뿌듯하다.
이 고귀하고 청순한 꽃처럼 맑고 고운 맘의 소유자가 되고 싶기만...
작년에 심을 때만 해도 허리 높이를 넘지 못해서 관심을 못 끌더니
올해는 2 미터가 훨씬 넘게 자라서 앞마당 담장을 따라서 본색을 드디어 들어 냈다.
별로 크지않은 마당에 심고 싶은 화초와 채소는 많아서
손바닥만한 짜투리 땅만 있으면 평소에 좋아하는 라벤더를 곳곳에 심었는데
꽃은 화려하지 않아도 화려한 냄새로 코를 유혹한다.
곧 저 꽃들을 따서 말려서 다음 해 꽃 필때까지 오래오래 그 향을 간직해야겠다.
나도 저 아름다운 꽃들처럼
제 2의 전성기의 기회가 온다면
멋 모르고 그냥 떠나 보낸
제 1의 전성기보다
더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기회가 과연 내게 올까?
Music: Touched by the Sun
sung by Carly Simon
from helen's cd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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