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일이 한꺼번에 겹쳐서 정신없이 보낸 4월 한달이
오늘 오후에 키와니스 페스티발 대회에 나간막내의 바이올린 연주로
모든 공식적인 행사를 드디어 마치고 보니 벌써 마지막 날이다.
일주일 내내 비바람이 몰아치고
급기야는 어제 눈까지 온 요상한 날씨때문에
뒷마당에 나갈 엄두도 못내다가
오늘 실로 오랜만에 맑은 날에 바람도 불지 않아서
겨울에는 별로 뒷마당에 나갈 이유도 없는지라
몇달 만에 뒷마당에 나가 보았다.
겨우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과 눈을 이겨내고
2주 전까지만 해도 몇달동안 쌓였던 눈이 겨우 녹아서 맨땅을 들어냈던 땅에서
바쁘다는 이유로 뒷마당 쪽으로 창문 사이로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전 홀로 강인하고 왕성한 생명력으로 텃밭에서 뿌리고 내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 서서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에
절로 아~~ 하고 탄성이 흘러 나왔다.
자연의 순리대로 정확하게 때를 잘 맞추어서 새 생명을 키워주는
우리의 모태같은 자양분이 풍부한 대지와 따스한 햇볕, 맑은 공기, 고마운 빗줄기의
위대함과 고마움에 다시금 깨달으면서 내 자신도 이 자연의 기운으로 그듭 태어 나고 싶어진다.
제일 먼저 눈에 띈 파.
다년생인 파가 2주 사이에 젤로 많이 자랐다. 연초록 색갈이 보기만 해도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내가 좋아하는 부추도 싹이 올라오고..
실파도 제법 컸다. 곧 파김치를 담아도 되겠다.
깻잎 순도 올라 오고.. 아직 씨도 안 뿌렸는데 아마도 작년에 떨어진 씨앗에서 싹이 튼 열무 떡잎..
딸기 나무에 이렇게 여리디 여린 이파리가 나왔다. raspberry 나무에서도 순이 돋아 나고..
요건 이름을 잘 모르지만 싱그럽다.
hydrangea (수국?) 나무에도 이렇게 여린 싹이 돋았다.
이것도 수국 종류인데 벌써 꽃망울이 여러개 달렸다.
근대 싹도 났네...
다년생 꽃나무에서도 이렇게 제각기 앙증맞은 순이 다투듯이 돋아나고 있다.
릴리도 고개를 드밀고 올라오고.. 작년에 따로 씨를 받아 둔 아욱도 제법 많이 솟아나서 따로 뿌리는수고를 덜었다.
불과 2주 사이에 많이도 자란 파줄기부터 큰놈부터 따 가지고 들어 왔다.
일단 씻어 놓고 뭘 만들까 잠시 고민하다가 파를 듬뿍 넣은 빈대떡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녹두를 깨끗히 씻어서 불려 놓았다.
이렇게 거저 올해 첫 수확을 풍성히 거두고 보니 흡족하면서도 맘이 갑자기 급해진다.
앞으로 6개월간 나의 작은 텃밭에서 거둔 10여개의 싱싱한 채소가 매일처럼 상에 오를 생각에
오늘밤에 당장 작년에 받아서 냉동고에 잘 보관된 채소씨와 꽃씨를 찾아서 미리 따뜻한 물에 불려 두고,
내일은 퇴비와 peat moss를 흙에 골고루 섞어주는 작업을 해서 바로 밭에 뿌릴 생각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music : Touched by the Sun
sung by Carly Simon
from helen's cd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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