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강남 갔던 거위들이 드디어 돌아 왔다~~~

by Helen of Troy 2010. 4. 10.

 

2010년 3월 31일 오후의 집 뒤에 있는 호수와 숲에서..

 

동토의 동네인 우리 동네에도 봄이 찾아 오고 있음을 매일 피부로 느껴진다.

예년보다 눈도 적게 와서, 4월 말이나 쌓인 눈이 완전히 사라지던 눈도 올해는 3월 말에 거의 녹아서

오랜만에 겨우내 눈 밑에서 숨어 있던 맨 땅과 비록 누렇게 뜬 잔디 위를 걷는 촉감이 참 좋기만 하다.

(이렇게 봄타령을 하려고 글을 쓰는 나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금 바깥은 시속 100 km의 광풍에  0도의 쌀쌀한 기온에 눈바람이 휘날리고 있으니.....

이래서 미리 입방정을 떨면 안되나 보다.

지금 티비 뉴스에 캐나다 전역에 광풍과, 눈, 우박으로 조심하라는 일기예보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현재의 바깥은 이렇게 봄과 거리가 멀리만...

 

시속 80 km의 강풍에 휘날리는 눈이 내리는 2010년 4월 8일 저녁에..

 

 

캐나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Canada Geese 는 동전의 디자인에도 등장 할 정도로 캐나다를 대표하는 새이기도 하다.

이 캐나다 거위의 생긴 모습은 오리와 비슷하지만, 오리보다 서너배 더 크고 목도 백조처럼 길고,

추운 캐나다의 겨울을 피해서 미국쪽으로 11월 말경에 V자로 줄지어서 긴 여행을 떠났다가 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4년전에 새로 조성된 우리 동네에 사는 우리 집 바로 뒤에 인공 호수와 인공폭포가 조경공사 후에 조성이 되었는데

첫해와 다음해는 철새가 아닌 보통 오리들만 가끔씩 찾아 들더니

2년 전부터 두쌍의 거위들이 둥지를 틀고 상주하기 시작해서 작년에는 한쌍당 다섯마리의 새끼들을

지극 정성으로 잘 키운 덕분에 건강하게 잘 성장해서 11월 말에 먼 여행을 떠나는 녀석들을 서운하게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작년 11월 20일에 이렇게 녀석들은 남쪽으로 떠났었는데.....

 

nov. 20, 2009

nov 20, 2009

nov. 20, 2009

 

봄이 이르게 찾아 온 것을 이미 알기라도 한듯이 이 녀석들이 작년보다 거의 한달 정도 빨리 찾아 들어서 반갑기 그지 없다.

솔직히 이름표가 없기에 작년에 살다가 떠난 녀석들인지는 알수가 없지만 대체로 살던 곳으로 다시 온다고 하니 그냥 믿기로 했다.

먼 여행에서 돌아 왔다고 온 동네에 알려주고 싶은지 거위들의 특유한 커다란 울음소리로 꺼위꺼위 울면서 동네방네 떠들어 대서

너무 일찍 찾아 왔기에 긴가민가해서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옷을 줏어 입고 호수가로  뛰다시피 향했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상봉하는 그리운 애인을 만나러 가는 기분으로.....

 

호수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분명히 우는 소리를 듣고 나왔는데 안 보이네..

 

왼쪽으로 봐도 푸른 하늘과 솜털같은 하얀 구름만 눈에 들어 온다.    조금씩 조바심이 생긴다.

 

그런데 왼쪽 구석에 반갑게도 한쌍의 거위가 눈에 들어 왔다.

 

그제서야 느긋한 기분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하늘과, 아직 얼어 붙은 호수를 쳐다 본다.

 

그리고 호수 주위로 있는 산책로 위를 천천히 걸어 간다.

바라만 보아도 너무 아름답고 푸근해서 다가가서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진다.

 

곧 저 앙상한 아스펜 나무가지에도 새싹이 돌리라...

 

작년처럼 로빈새도 새둥지를 저 가지 위에 틀려나...   

그런데 갑자기 가까운 곳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서 급하게 가 보니...

 

다섯쌍의 거위들이 한가로이 뭔가를 집어 먹고 있다.

 

반가워서 가까이 다가 가니 우르르 물가로 내뺀다.

 

이 두번째 호수는 첫 호수보다 훨씬 크기가 작은 탓에 물이 거의 녹아서 녀석들이 유유히 헤엄을 칠 수 있다.

 

애들아 잘 해 봐....   곧 알을 놓으려면... 화이팅~~

 

갑자기 먹이다툼을 하는지 사랑 싸움을 하는지 한동안 티격태격...

 

그러다가 곧 평화를 되찾고 따뜻한 봄날 오후를 즐긴다.

 

 

며칠 후인 4월 5일 해질무렵에...

아직도 얼은 호수 중간에 앞으로 이웃으로 지낼 거위는 보이지 않고 대신 오리 한쌍이 고즈넉한 저녁 기분을 더 해 준다.

 

두 오리 녀석들이 아직 얼은 호수 위에 이쁘게 남긴 흔적...

 

해가 거의 넘어가서 어둑어둑한 저녁에 저 위에 있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무지 추워서)

 

 

우리는 어리석게도

사람이든지, 새들이던지, 사물이든지 늘상 옆에 있으면

소중한지도 모른 채 살아 가지만

계절의 변화로

옆에 있다가도 멀리 떠나기도 하고, 그래서 그리워 하기도 하고,

또 다시 찾아 들면 반갑고 가슴 설레이고,

기대감과 감사함을 안겨다 주기에

매년 오는 봄이지만

새롭고 그저 반갑고 고맙다.

 

이렇게 강남갔던 캐나다 기스 녀석들이 다시 돌아 온

우리 동네에도 서서히 봄이 다가 오고 있다.

 

내 인생에도 봄이 다시 찾아 들기를

감히 기대 해 본다.

 

 

 

 

 

music: Auf fluegeln des Gesanges Op 34 no.2

by felix mendelsshohn

played by m maisky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