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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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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정원에서

딸 덕분에 여전히 건재한 정원....

by Helen of Troy 2010. 8. 10.

정원 일이 가장 많은 시기인 6월 말부터 한달동안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 큰딸한테 차트를 만들어서

집안은 물론 집 밖 정원에 해야 할 일들을 주고 떠났다.

 

성격이 어려서부터 고지식하고 곰탱이같은 딸이기에

그애 나름대로 성심 성의껏 팥쥐 어엄처럼 오만가지 잔뜩 지시 한대로

숙제하듯이 게으름 피우지 않고 했음을 의심치 않았지만

평소에 늘 하던 일이 아니라서 제대로 잘 할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특히 엄마의 고유영역인 텃밭과 꽃밭에 한해서는.....

 

 

집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이 넘어서 들어 와서 눈에 바로 보이는 앞마당은

딸의 보살핌과 예년보다 많이 내린 비와 높은 기온의 도움으로

떠나기 전보다 모든 꽃나무들이 부쩍 커지고, 화려한 색상의 탐스러운 꽃들이 다투듯 피어 있어서

내심 미소를 머금고 안심하고 이틀을 비몽사몽 자다가 깨는 날을 보낸 후에

사흘째 되던 날 뒷마당으로 나가 보니,

잔디에 물도 잘 주고 때 맞추어서 자주 깎아 주었는지 골프장 잔디만큼 푹신했고,

꽃나무들도 제법 싱싱하게 잘 피고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리고 텃밭으로 눈을 돌리니, 밀림도 이런 밀림이 따로 없었다.

생전 채소를 가꾸어 보지 않았던 딸에게는 채소와 잡초를 전혀 구별을 못함을

여실히 증명이라도 하듯이 허리 위까지 크게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 위세에 눌려서

집에서 먹으려고 심어 놓은 깻잎, 쑥갓, 5가지의 상추, 토마토들이 잡초들 사이에 낑겨서

힘겹게 겨우 생명만 유지하고 있었다.

다행히 부추, 대파, 실파가 심어진 곳에는 잡초성의 아욱만 조금 자라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장 큰딸을 불러 놓고 대학교까지 졸업한 어른이 쓸데없는 잡초와

우리 상에 매일 올라오는 채소도 구별 못하냐고 혼구멍을 내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우선 있는 힘을 다해서 두 손으로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우악스럽게 자란 잡초들을

뽑아 내기 시작했다.  완전 중노동이 따로 없었다.  숨까지 차 오르고, 땀도 비질비질 난다.

 

처음엔 괴물같이 우악스럽게 자란 이 녀석들이 징그럽다는 생각에 무자비하게 뽑다가

다른 채소나 꽃나무처럼 이쁘게 꽃도 피우고, 잎사귀도 먹을짐 스럽게 싱싱하기도 하고

누가 특별히 보살펴주지 않아도 스스로 환경에 적응해서 

질긴 생명력으로 굳건히 땅 속으로 위로 버티고 있는 녀석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재수도 지지리 없게 인간들과 악연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나름 지구에서 성공한 종자로 남았을텐데 라는 생각에 조금은 안스럽기도 했다.

 

열심히 30분 이상을 텃밭 잡초를 뽑는 데에 정신이 팔렸다가

시원한 음료수를 먹고 담을 따라 죽 있는 꽃밭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아까는 탐스럽게 잘 핀 꽃으로 덮인 꽃밭에, 갑자기 잡초들이 눈에 어른거려서 달려 가 보니

세어진 민들레와 축축하고 그늘 진 곳을 좋아하는 잡초중에서도 악명 높은 thistle 이

널려 있는 걸 보자 먼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 몸에 소름이 솟았다.

텃밭에 있는 잡초를 뽑는라 이미 진을  뺀 상태이고 징그럽고 무섭기까지 한 thistle과 씨름하기 싫어서

영문도 모르는 남편과 큰애를 악악 큰 소리로 불러 내어서 뽑아 달라고 하고 그냥 집 안으로 들어 와 버렸다.

 

밭이나 잔디에서 일을 해 본 사람들은 잘 알듯이

잡초와의 관계는 마치 cat and mouse game 같다.

조금만 방심을 하고 게으름을 피우면 영락없이 그 틈을 타서 잡초들이 비집고 들어 온다.

잡초에게 조금이라도 밀리기 시작하면 녀석들은 끈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으로

땅 밑으로 깊고 넓게 뿌리를 틀어 내리고, 땅 위로는 높고 넓게 퍼져서

암세포처럼 주위의 생명체들의 자양분까지 빼앗아서 서서히 올가 매는 데에 달인이다.

 

그래서 정원 일은 인간들에게 유익한 식물들을 잘 보살펴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그들이 잘 성장하도록 암같은 잡초 제거에 투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잡초로 인해서 불편해진 심경으로 집 안으로 들어 와서 곳곳에 있는 화분부터 둘러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와~~~~~  하는 탄성과 함께 창가로 달려 가 보니... 

 

창가에 두 그루가 있는 호야 꽃이 3년 만에 만개해서 진한 향기가 진동을 하고 있다.

 

별사탕처럼 생긴 꽃이 공처럼 둥그렇게 피었다.

이녀석은 피크를 벌써 맞았는지 꽃 몇개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지만

완전히 다 지기 전에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정말 반갑고 대견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눈에 불을 키고 잡초를 뽑아 주고 비리비리한 채소들을 가꾼지 만 2주만인

오늘 마당을 둘러 보니...

 

 깻잎도 손바닥만하게 자라고..

 

 적상추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로매인 상추도 연하게 다시 올라오고...

 

 여행 떠나기 전날 밤에 거의  다 뽑아서 열무김치를 담고 떠나서 지금도 열무김치 냉면으로 잘 먹고 있다.

몇 포기 남은 열무에서 씨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아쉽게 쑥갓은 노란 꽃이 만발해서 내년에 뿌릴 씨만 받게 되어서

한동안 깻잎을 곁들인 상추쌈은 실컷 먹을 수 있고

좋아 하는 깻잎 장아찌도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자리를 잡은 꽃밭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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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에 잠시 며칠 여행을 다녀 온 후에 앞 마당에 이런 사인판이 보이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에드몬톤 시에서주관하는

 아름다운 앞마당을 뽑는 행사에

우리집 앞 마당이 후보로 지정 되었다는

표시가 마당 앞에 꼽혀 있었다.

 

한달동안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운 사이에도 책임감있게 집 안은 물론

집 바깥 정원까지 잘 챙기고 보살펴 준 (잡초들 까지도)

덕분에 이런 영광(?)을 거저 누리게 되나 보다.

 

솔직히 상이 탐이 나긴 하지만

수상결정이 날 때까지 심사위원들이 수시로 몰래 다녀 가는 것에 대비해서

평소보다 더 정원에 공을 들이고 싶지는 않아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출전자들이 즐겨 써 먹는 "상은 바라지 않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문의 영광이고 행복해요" 라는

코멘트를 날리기로 하고 편하게 그냥 하던대로 두기로 했다.

 

 

 

근데

상을 받게 되면

상품이 뭔지는 왜 궁금한지..ㅎㅎㅎ

   

 

 

 

music: sonata in e major by scarlatti

played by j. williams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