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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이런 은은한 오로라를 보셨나요?

by Helen of Troy 2011. 1. 11.

 

집 바로 옆의 산책길에서 본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오로라..

 

미국 동부에서 오래 살다가 1992년에

세계에서 주요 도시 중에서 위도가 제일 높고, 따라서 아주 춥고 긴 겨울로 악명높은(?) 이 도시로 이사를 왔다.

오로라는 높은 위도와 엄청 추운 곳에서 자주 발생을 하기에

처음 약 10년간은 말로만 듣고 책에서만 보던 오로라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밤이 긴 겨울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새벽까지 책을 보다가,

아니면 파티가 자정을 넘기고 끝나서 야심한 밤중에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무어라고 말로 표현을 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황홀한 오로라와 만났다.

 

동네가 캐나다 서부의 대평원에 위치한 덕분에

온 사방이 하늘과 땅이 맞딱드린 지평선 위로 360도 사방으로 펼쳐진 밤하늘을 배경으로

깜깜한 밤하늘에 총천연색의 빛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마치 현대음악에 맞추어서 하늘을 무대삼아서 신들리게 춤을 추다가

약 20분만에 홀연히 사라지곤 하면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구 온난화 덕분인지

우리 동네의 평균 겨울 온도가 10도 이상을 올라 가면서

지내기는 많이 편해진 반면에

겨울밤의 묘미인 오로라를 보는 횟수가 일년에 한번정도로 확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본 오로라도 2년이 넘어서

기회가 되면 비행기를 타고 북극에 가까운 동네로 직접 가서 볼 구상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1월 7일) 밤 9시쯤 뜨개질을 하다가 거실의 커다란 창을 무심코 올려다 보았는데

껌껌해야 할 밤하늘 전체가 환하게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영하 18도의 추위도 잊고 그냥 입고 있던 옷차림으로 우선 베란다에 나가 보니

온 하늘이 엷은 보라와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얼른 카메라부터 들고 나와서 서너장을 찍고도 직성이 풀리지 않아서

대문 근처에 있는 아무 신을 꾸겨 신고, 잡바를 둘러 입고,

밤하늘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집 바로 옆에 있는 산책로로 발을 급하게 옮겨서

몇장을 더 찍고나서야 매서운 추위가 따갑게 파뷰 깊숙이 느껴졌지만

언제 또 이런 장관을 볼 행운이 닿을지 기약이 없기에

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한참동안 동쪽 밤하늘을 쳐다보다가 들어 왔다.

 

집 베란다에서 본 오로라... (불과 작년만 해도 집공사가 시작되지 않아서 지평선 위로 해돋이를 보곤 했는데 아쉽게 집이 들어서면서 시야가 답답해진다)

 

하나 더...

 

 

곧 사라질까 아무 신이나 꾸겨 신고 일단 집 밖으로....

 

 

비록 과거에 자주 보던 강렬한 총천연색의 오로라의 향연은 아니지만

오로라의 끝자락을 겨우 잡아서 온은한 연보라와 핑크빛이 갑도는 오로라를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왠지 올 한해 운수대통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위도가 높아서 북극에 가깝게 위치 해 있는 우리 동네의 길고 지루하게 긴 겨울을

힘들게 보내고 있는 걸 잘 아시고 가끔은 조물주가 이런 엄청나고 신비한 빛의 공연으로

우리 인간들을 따뜻하게 위로 해 주시는 자연의 커다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절로 따뜻해진다.

 

 

한편으로 개인적으로 미약하나마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데 좀 더 능동적으로 자발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서 지구온난화와 생태파괴를 저지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서

오로라처럼 이렇게 멋진 경관과 우리에게 모든 것을 제공 해 주는 고마운 자연을

 자손 대대로 계속 물려 주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해 봅니다.

 

 2009년 늦가을에 에드몬튼에서 45븐 거리에 있는  Elk Island 국립공원에서 마지막으로 본 황홀한 오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