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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체감온도 영하 37도를 우습게 보고 무작정 나선 산책....

by Helen of Troy 2011. 3. 2.

 

2월 28일 춘설이 내린 Hawlelak Park에서...

 

동토의 동네인 우리 동네도 3월 중순이 되면 봄이 서서히 찾아 든다.

워낙 추운 동네를 감안해도

올해는 예년보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와서 안그래도 긴겨울간 실내에 갖혀 있으면 생기는

 cabin fever가 중증으로 치닫고 있어서 햇살이 따땃한 아리조나행 비행기를 잡아 타고 싶은 차에

한술 더 떠서 지난주 일주 내내 한겨울을 연상하는 강추위가 계속되더니

3월이 코앞인 오늘은 날씨가 정신줄을 놓았는지 체감온도가 영하 37도에

어제부터 날리는 눈까지 15cm 이상이 내렸다.

 

학교에  아침 일찍 등교한 아들대신  큰딸이 겹겹으로 두 눈만 겨우 들어 내고 단단하게 중무장으로 하고

어제 오후에 두번 오늘 아침에 기운빠지 엄마대신 기특하게 눈을 치우고...

 

절대로 공짜가 안 통하는 순악질엄마를 둔 탓에

강추위에 손상이 가기 쉬운 첼로 두대를 학교까지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서

평소에 이용하는 버스와  전철 대신에 차로 운전을 해 주는 조건으로

이렇게 강풍이 부는 영하 25도에 체감온도가 영하 37도에도 아랑곳없이 세번씩이나

땀을 흘리면서 궁시렁거림없이 눈을 치워주는 착한 딸이다.

(악독한 엄마는 고맙다는 말로 그치지않고 눈치는 일만큼 겨울에 좋은 운동이 없다고 꼭 토를 단다.)

 

밤 사이에 눈이 제법 쌓여서 조심스럽게 대학교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 오는 길에

아침에 체감온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경고도 잊을만큼

눈에 들어 온 설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무작정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눈길이 걷고 싶어졌다.

다시 집으로 부리나케 돌아 와서 바지도 하나 더 껴 입고, 양말도 껴 신고, 내복도 속에 입고, 제일 따뜻한 부츠와 장갑 스카프로

내딴에 중무장을 하고 카메라를 집어 들고 다시 강 양쪽에 있는 시내 공원으로 향했다.

 

 

우선 대학교와 강 사이에 있는 Emily Murphy 공원으로 차를 몰고 주차장에 갔더니 이 추위에 주차장이 텅 비었을거라는 내 추측과는 달리

달랑 하나 남은 빈자리에 겨우 주차를 하고, 단단히 중무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

 

주차장 바로 옆에 얼어 붙은 사스카추언 강의 상류쪽과 반대편에 있는 빌딩들이 자욱한 안개로 뿌옇게 보인다.

 

강 하류쪽으로 보인 모습..

 

 

눈이 무릎까지 왔지만, 나처럼 철없이 무모하게 이렇게 추운 날에 산보를 나온 사람들이 고맙게도 미리 만들어 놓은 좁은 길이 있어서 일단 가 보는데까지 가 보기로 했다.

 

한 여름에는 강가에 시민들에게 제공된 바베큐 화덕에 불을 지펴서 불고기를 구워서 피크닉을 할 수 있는 테이블도 눈속에 파 묻혀 있다.

 

오르막 길이라서 길이 제법 미끄럽다...    그리고 추위가 장난이 아님을 서서히 들이 마신 찬공기에 놀란 심장에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렇게 온 세상이 하얗고, 조용한 이곳을 나를 더 머물게 한다.

 

눈이 많이 쌓여도 쉽게 눈길을 걸어 다닐 수 있는 snow shoes를 안 가지고 온것이 후회스럽다.

내일 다시 도전할까나...  아서라...

 

나무 사이로 강북에 위치한 번화한 시내의 고층건물들이 보인다.

 

 

날이 따뜻할 때는 이 층계를 통해서 강가의 이 공원에서 강 둑에 있는 대학교로 바로 이어진다.

 

걸을만해서 일단 조심스레 걸어 올라간다.

 

그런데 네번째 층계에서는 마치 스키 점프하는 hill을 연상해서 겁 안내는 나마저 깨끗이 포기하고 다시 내려 와야했다.

 

강가에는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이 추위에도 빽빽하게 들어 서서 시야를 많이 가린다.

 

봄이면 왼쪽에 있는 층계로 밑에 있는 강으로 내려 갈 수 있지만 지금은 겨우내 쌓인 눈으로 근처까지 다가 갈 수도 없다.

 

이리로 내려만 가면 완전 몇미터 두께로 얼어 붙은 강위로 유유작작 스케이트를 탈 것 같은데....    참자..

 

한사람이 겨우 다닐만하게 좁게 난 길마저 끊겨져서 발을 돌려서 주차장 반대편으로 발을 돌렸다.

그래도 커다란 머그에 담가 온 뜨거운 커피가 있기에 노출되지 않은 피부는 아직도 견딜만 하다.

 

그나마 차가 다니는 길의 눈을 치워 놓아서 편히 강가를 산책할 수 있다.

 

여름엔 시원한 그늘이 있어서 잔디에 누워서 책 읽기에 참 좋은 곳인데...

 

누군가가 크로스 칸트리 스키를 금방 타고 지나간다 보다...

 

이렇게 강을 따라서 느긋하게 경치고 감상하면서 스키를 타면 얼마나 좋을까...   ( 단 기온은 적어도 영하 15도 이상이면 말이다)

 

20분이 지나자 발이 시려오고, 코가 얼얼해서 여기서 도로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차에 들어오자마자 난방을 최고로 틀어 놓고 얼어붙은 손발을 (카메라도) 녹이면서

집으로 갈까하다가 이 공원에서  바로 길 하나 건너서 가깝게 있는 시내에서 제일 큰 Howrelak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넓은 주차장에 달랑 내차만..

 

여름엔 주차 할 곳이 없어서 몇번 빙빙 돌아야하는 이곳에

나 혼자 독차지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괜히 신나는 나...

 

주차장 바로 옆에 야누스를 연상하게 하는 얼음 조각이 반겨준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생선도..

 

생선 옆엔 무시무시하게 생긴 조각이 버티고 있고,

 

양면성을 지닌 인간의 모습일까?

 

얼으으로 만들어졌지만 제법 사실적이어서 똑바로 마주 보기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 작품 역시 잔학성이 느껴져서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오싹하게 만든다.

 

조각품 뒤는 호수가 있는데 여름에는 보트와 카누를 타고, 겨울엔 스케이트를 타는 곳이다...     

과연 추위의 위력이 대단하기는 하다.   아무리 추워도 누군가는 늘 스케이트를 즐기고

공원 전체가 크로스 컨트리 스키하기에 적합해서 스키어들이 애용하는 넓디 넓은 이곳에

오직 나만 달밤에 체조하듯이 공원 전체가 내집인양  혼자 어슬렁거린다.

 

무채색이 끝없이 펼쳐진다.

 

스케이트장 가까이서...

snowshoes만 빼먹은 것이 아니라 스케이트도 있었으면...

 

피크닉 테이블이 완전히 눈에 파묻혔다.

 

테이블만 눈에 파 묻힌 것이 아니라 길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이 나는지 감이 없을 정도로 전체가 다 하얗기만...

 

다시 차로 돌아 와서 잠시 몸을 녹인 후에 다시 나선 길 위에 레크리에션을 할 수 있는 건물이 보이고,

 

새집이 제법 눈에 들어 온다.

 

날이 추운데도 계속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이유가 이 앙증맞은 새집?

 

바로 전에  눈치우는 차가 눈을 치우고 지나 갔나 보다...  여기에서도 오른쪽으로 사스카추언 강이 흐른다.

 

흑백사진을 방불케하는 자연의 무채색이 그려 낸 멋진 풍경...

 

빽빽하게 들어 선 나무 뒤로 사스카추언 강이 흐르고, 놀랍게도 이 추위에도 지지배배거리는 새들이 강 옆에 길을 걷는 나와 친구를 해 준다.

 

반대편 강둑에 나무 사이로 호화주택이 멀리서 보인다.   그들은 전망좋은 뒷마당에서 먹고 쉬고

우리같은 보통 시민들은 이쪽 강변엔 공원에서 마련된 많은 밴치와 화덕과 테이블에서 그들과 똑같이 멋진 강변에서 먹고 놀고...

 

문득 저 화덕에 장작을 잔뜩 쌓아 두고 커다란 camp fire를 활활 지피고 싶다.  추위도 날려 보내고 운치도 있을 것 같아서...

 

여기서부터는 아예 차를 몰고 가면서 주차 해 두고 잠시 걷다가 다시 차를 몰고 다니니 훨씬 견딜만 하다.

 

저 멀리 시내 한복판의 고층빌딩만 없다면 바로 앞의 모습은 영낙없는 고즈녁한 시골같은데...

 

 

한여름엔 내가 이 공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코너이다.  저 벤치에 앉아서 둑 아래에 흐르는 사수카추언 강을 내려다 보면서 책도 보고 공상도 하는 곳인데 오늘은 멀리서 바라만 보고

 

7월과 8월에 여름 밤하늘을 수놓는 음악회가 열리는 야외 음악당의 지붕이 나무사이로 보인다.

 

추위에도 자기 업무를 충실히 하셔서 깔끔하게 한쪽으로 눈이 치워져 있는 길...

 

천천히 이동하는 따뜻한 차 안에서 담아 온 설경..

 

길가에 적당한 간격으로 마련된 주차장에 다시 세워 두고 사각거리는 눈을 밝으면서 걸어 본다.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쓰이는 인공호수엔 흔하게 보이던 캐나다 geese도 보이지 않고 호수에 딸린 건물만이 호수를 지키고 있다.

 

얼마 전에 지인들의 강한 권고로 세시봉을 본 탓인지 생뚱맞게 이 길을 걸으면서 아침이슬을 부르는 나.... 

 

세노야도 부르고...

 

생각나는 가사가 없어서 님은 먼곳에가 이어지고...

 

이렇게 약 40분간을 공원 전체에 홀로 독차지하면서 잘 즐기고 나서야 차 안에 들어 오니 체감온도 37도의 위력이 새삼 확실하게 전해져 온다.

 

 

몸은 이미 얼었고, 이왕 내친 김에 다리를 건너서 공원에서 바라 보인 강북으로 이동.. (오른쪽은 강, 왼쪽은 시립 골프 코스가 있다)

 

주차하기가 힘든 시내지만 날씨 탓인지 바로 주차를 했다.

강북에서 바라 보이는 강남의 모습이다 뿌연 안개 속에 알버타 대학 건물들이 보인다.

 

다리를 지나 가파른 이 길을 올라 오면..

 

이렇게 높은 강 바로 언덕에 1915년에  캐나다 철도회사가 세운 최고급 호텔인 맥도날드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봄이 오면 시내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이 점심 시간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 입고 이 길을 따라 내려 가면 강을 끼고 죽 놓인 산책길에서 조깅도 하고 자전거도 하는 길이 나온다.

 

상류인 로키산맥에서 하류까지 약 1300 km 길이의 얼어 붙은 사스카추언 강이 아래에 나무 사이로 내려다 보인다.

 

가운데 강남과 강북을 잇는 lLow Level Bridge 다리도 보이고..

 

어둡게 갈아 앉은 잿빛 하늘에 안개까지 끼어서 나뭇가지마저 운치를 더 해 준다.

 

역시 추위 탓인지 시내 한복판의 교통량도 평소보다 훨씬 적기에 덕분에 공원같은 분위기로 시내길을 걷는 행운을 얻기도..

 

덜 춥다면 혼자 걷기에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꼭 잡고 걸으면 참 좋으리라....  (근데 폼도 사랑도 추위에 장사가 없나 보다)

 

점심시간에 가까워 오는지 추워서가 아니라 배가 고파서 다시 다리를 건너 강남으로 차를 몰다가 빨간 신호등에 기다리면서 막 건너 온 시내의 모습까지 찰칵~

 

이 길 상에도 차량이 한적해서 길에 잠시 세워 두고 찰칵~

 

집에 와서도 찰칵~

 

집 앞에서도 다시 찰칵~ 을 마지막으로  

못말리는 아줌마의 겁없는 한겨울 산책의 막을 내렸습니다.

 

 

날씨 체널에서는 마치 나에게 충고를 하듯이 화요일도 체감온도 영하 36도이니 필요없는 외출을 삼가하며,

여전히 일주일 내내 춥다고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March may be the cruelest month after all..

 

 

체감온도가 영하 36도라도 내가 헤헤 웃어 넘기며 잘 넘기는 이유 한가지는...

 

멀리 미국 남부에 사는 동생처럼 곰살맞고 싹싹한 수이님이 발렌타인 선물로 보내 준 진한 향기와 따뜻한 사링이 담긴

커피 선물이 이쁜 카드와 함께 지난 금요일에 집으로 배달되어서

 

집에 오자 마자 선물 받은 이 커피를 금방 갈아서 진한 커피를  세 잔이나 마시고..

 

뜨거운 온도의 커피와 커피에 담긴 따뜻한 정으로 이 최강의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몸과 움츠러 든 맘까지도 단순간에 녹아 내렸기 때문이리라.......

고마워, 수이...

 

 

 

 

 

 

 

 

music: Winter, largo by handel

played by amsterdam guitar trio

from helen's cd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