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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해도 해도 너무 한 추운 날씨에 눈까지 키만큼 쌓이고....

by Helen of Troy 2011. 1. 16.

 

우리 동네는 높은 높은 위도에 위치 해 있는데다가

도시에서 제일 가까운 태평양 바다에서 1000 km  이상 멀리 떨어진 대평원에 위치한 덕분에 혹독한 내륙성 기후로

겨울이 유난히 길고, 기온도 한국에서 상상하기 힘들게 낮고, 습도가 매우 낮은 찹쌀가루 같은 눈이어서 뭉치지도 않는 눈이지만

겨울초에 오기 시작한 눈은 겨울 내내 녹지않고 봄이 되어서야 녹기 때문에

서너달동안 동토의 나라답게 영하 20도 이상의 기온은 추위 축에도 못 끼는 곳이기에 대부분이 그려려니하고 덤덤하게 겨울을 나곤 한다.

 

이렇게 길고 추운 겨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내는 우리들도

요즘처럼 빨간 수운주가 짜리몽땅한 키로 영하 22도 이상을 기어 오르지 못하는 연이은 강추위에 살을 에이는 바람때문에

연일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이하의 날씨가 지금 9일째 계속되고 있는 날씨가 무척 당혹스럽고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거기다가 지난 주말에 35 cm 의 눈이 내린 후로 매일같이 하루에 5-10cm 눈이 계속 쌓여 가고 있어서

추운 날씨에 한데서 눈을 치우는 작업이 결코 장난이 아니다.

 

우선 체감온도가 영하 30도 이하의 날씨에 두세겹씩 껴 입고 중무장을 하고 나가도 너무 손과 발이 시려서 15분 이상 버티기가 힘들고

계속되는 추위로 내리른 눈은 계속 쌓여가서 치워야 할 눈이 많아서 눈을 치울 때가 점점 줄어 들고

급기야는 사람키보다 더 높이 쌓여가는 눈 언덕 위로 아예 퍼 올려야 하기에 보통 일이 아니다.

 

1월 7일부터 눈이 제법 내리는 오후에 우선 복덩이 아들이 학교에 다녀 오자마자 가방만 던져 두고

눈이 오면 늘 그래오듯이 눈삽을 들고 눈을 치워 준다. 

비록 깨끗히 잘 치우지도 못하고 이리 저리 지그재그 무늬만 남기고 오래 치우지도 않지만 당연히 자기의 chore로 여기고 묵묵히 해 주어서 고맙고 대견하다.

 

1월 8일 아침에 1시간 이상을 집안과 밖을 10분씩 들락거리면서 추위와 맞서서 집앞에 눈을 치우고...

 

계속 내리는 눈을 치울데라고는 앞마당 정원밖에 없어서 눈언덕이 내 키보다 높아져 가고 있다.

한꺼번에 많이 쌓인 눈을 치우기가 힘이 들기에 세번에 나누어서 눈을 치워도 계속 내리는 눈으로 치운 성과가 영 신통치가 않다.

 

베란다에 수북하게 쌓인 눈...

 

앞마당이 보이는 창가에 쌓인 눈...

 

 

다음날인 일요일인 1월 9일엔 10cm 눈이 더 내렸고..

 

눈언덕은 점점 높아져서 눈을 삽으로 퍼서 올리는 일도 따라서 어려워지고.

 

우리집 드라이브웨이에서 엽집 마르셀로 집의 뽀족한 지붐만 겨우 보인다.

이집 식구는 고향힌 따뜻한 브라질에서 3주간 피한여행을 떠났는데 같이 떠날걸 후회막심이다.

주인없는 그 집은 우리집보다 더 말끔하게 장기계약한 용역회사가 와서 치어졌다.

 

집 베란다 뒤로는 여전히 하늘인지, 땅인지도 분간이 안 가게 뿌옇게 계속 눈발리 휘날리고..

 

 

갑자기 한꺼번에 많이 내린 눈으로 시내의 눈 치우는 기계들이 총동원해서 24시간 가동을 해도 계속 내리는 눈을 치우는데 역부족이기에

작은 동네 길의 눈을 치우는기계가 3일이 지난 월요일에 큰 아빠 bobcat 한대와 꼬마 bobcat 3대가 드디어 우리 집 앞 길의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동네 길의 눈도 치워지고 집 바로 옆의 산책로도 이렇게 깔끔하게 치워주고 가서 저 밑에 호수까지 휙 한바퀴 돌다가 추위에 떠밀려 들어왔다.

 

어제 아직도 쓸만한 두 팔로 집 앞의 보도를 치웠는데 밤 사이에 내린 눈을

왼편 옆집에 사는 이웃의 큰 아들이 snowblower로 그집 앞 보도를 치우면서

우리집 앞 보도까지 치워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주말에 쿠키라도 구워서 갖다 주어야겠다.

작년 봄에 심은지 일년밖에 안 된 아기 나무에도 robin 새가 둥지를 틀었는데

눈과 강풍에도 여전히 잘 붙어 있어서 참 신기하다.

 봄에 녀석들이 찾아 올 때까지 잘 버티어 주면 좋겠다.

 

아직도 영하 23도지만 무채색의 하늘만 며칠 보다가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보니 무척 상큼하다..

기계로 눈을 치워서 눈 언덕이 완만하지 않고 수직이다.

 

이렇게 눈이 높게 쌓였는데 저 구덩이의 정체는?  아마도 동네에 흔한 토끼가 추위를 피해서 구덩이를 파고 웅크리고 있었나 보다..

 

3일 후, 수요일에 꼬리가 밟힌 토끼녀석..

작년에 이맘때쯤 먹을 것을 찾아서 우리 정원에 상주해서 말라 비트린 나뭇입부터 소나무까지 닥치지 않고

먹어대어서 정원의 피해가 심했던 사건이 있어서 올 여름에 fence를 다시 손을 보고 가을에는 먹을만한 나무에는 미리 부대로 덮어두느라 

일이 아주 번거롭게 만든 장본인들이라서 반갑지만은 않은데 추위에 저러고 있으니 좀 안스럽기는 하다.

 

집 앞의 크고 작은 나무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저렇게 완전히 눈으로 덮여서 오히려 그 아래에서 추위를 덜 느낄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해도 해도 너무 하는 날씨는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동장군의 위세에 눌린 수은주는 계속 영하 25도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북극에서 몰아치는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알버타 전역에 영하 35도 아침 티비 뉴스에서 반갑지도 않는 뉴스를 자세히 5분마다 친절히 알려 준다.

티비 화면에는 역시 친절하게 단단히 껴 입으라고도 (cover up!!) 알려준다.  

 

일주일 이상 계속 내린 눈으로 주요 고속도로는 마비되고 몇몇 도시는 너무 위험해서 도로를 폐쇄하고 차들은 도로 상에 버려 두고

동네에 있는 국민학교 강당에서 주민들의 도움으로 이틀밤을 지세우기도 했다.

티비 날씨 체널에서는어제 기온은 고작(?) 영하 26도, 하지만 계속 눈은 온다고 하고 체감온도는 영하 37도란다.

다행히 내주 화요일부터 영하 10도로 육박한다는데 그때쯤이면 아마도 훈훈한 봄기운이 도는 것 같아서 외투도 안 입고 돌아 다닐 수 있으리라.

 

눈이 온다고 집에만 틀어 박혀 있을 수 있을 수 있는 팔자가 못되니 길인지 보도인지도 전혀 구분이 안 가는 길을 일단 나섰더니

날씨와 상관없이 여전히 길에는 천천히 굴러가는 차들과 행인들이 거리에 나와 있다.

참고로 우리동네에서 차가 눈에 갖쳐서 옴싹달싹 못하고 있으면 5분안에 한명이아니라 두세명이 차를 밀어 주려고 길에 차를 세워 두고 바로 달려 온다.

이런 추위에 차가 고장이 나면 던순히 차의 고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사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내게 비슷한 불상사가 일어 날지도 모른다는 공동의식에서 우러나오지 싶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차가 눈두덩이에 박혀서 바퀴가 헛돌아서 낭패를 볼 때마다 고마운 길가의 천사들이 제깍 달려와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차를 밀어서 차와 나를 구출을 해 준 적이 몇번 있기도 하다.

과연 설국의 시민답다.

 

뿐만 아니라, 지천에 널린데가 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렇게 즐기기도 하고,

 

 

이렇게 썰매도 신나게 타고,

 

눈은 치웠지만 여전히 미끄럽고 추워도 여전히 자전거로 통학을 하고,

 

이태리 탐헙가인 Giovanni Caboto(John Cabot) 의 동상이 있는 같은 이름의 공원에서도 스키를 즐기시면서

동장군의 위력에 눌지지 않고 꿋꿋하게 이 동토의 겨울을 보내는 우리 동네 사람들의 저력과 긍정적인 사고 방식이 참 맘에 든다.

이런 강인하고 대범한 정신이 바닥에 깔려있기에 200년 전에 동부에서 서부 프론티어를 개척해서 성공적으로 삶의 터전의 토대를 다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내 집앞의 보도 길은 비록 내 집의 소유지가 아니고 공공지역임으로

길을 오가는 행인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 눈이 내린 후에 48시간 내에 정작 우리집에 속한 드라이브웨이는 못 치울지언정

집 앞의 보도는 눈을 치워야하는 법이 정해져 있다. 

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이 부여되는데

실제로 벌금을 징수했다는 했다는 이야기는20년동안 이 동네에서 살면서 들어 본 적도 없지만,

그 법이 무서워서라기 보다는 눈이 내리면 으례히 우리집 앞은 그 다음날 안으로 치우는 것을 당연시 하고 살아간다.

만약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가서 집을 비우거나 혹은 몸이 아프고, 나이가 들어서 기력이 없는 분들은 눈이 오면 48시간내에 눈을 치워주는 용역회사에 맡긴다.

이렇게 우리동네 사람들은 눈치우는 일마저 개인이 조금 수고하고 배려를 해서 공중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한다.

 

 

눈을 무리하게 치웠던지 4일 정도 허리와 어깨가 욱신거려서 고생을 해 보니

겨울에 무거워진 몸을 운동하는 차원으로 눈을 직접 몸을 굴려서 치운다는 착한 생각으로 전혀 고려하지 않던

snowblower가 이번엔 참 구미가 당긴다.

아님 나도 아예 옆집 마셀로처럼 진짜로 편하게 돈주고 용역을 주고 싶은 생각도 스친다.

 

동네에 이런 든든하고 고마운 snowblower를 소지한 분들은

자기집 주위만 눈을 치우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옆집도 그리고 나아가서 전체 블록의 보도길을 말끔히 치워 주시기도 하고,

어떨때는 이웃에 나이가 드신 분들 집 앞도 묵묵히 치워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혹한 추위와 폭설이 이어져도

가슴은 따뜻하게 데워져서 씩씩하게 웃으면서

그려려니하는 여유를 부리면서 이 혹독한 캐나다 서부의 겨울을 올해 겨울도 잘 견디고 있다.

 

지난 주 브라질과 호주에서 큰 홍수와 산사태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은 뉴스를 보면서

이 혹한도 조금 덜 성가시게 느겨지니 역시 우리는 아래를 보고 살면 행복해 질 수 있나 보다. 

 

그래도 훈훈한 미풍의 봄은 기다려진다.

 

 

 

 

 

music: fado castigo sung by deolinda

from helen's cd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