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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외국 친구들도 엄청 좋아하는 한식과 윷놀이...

by Helen of Troy 2011. 1. 20.

 

 

 

작년의 마지막 날엔

큰애의 친구들을 우리집에 초대해서 조촐한 파티를 열어 주어서

함께 즐겁게 먹고, 놀면서 묵은 해를 보냈다.

 

큰애의 음대 대학원 친구들 중에

과반수 이상이 다른 도시에서 혹은 외국에서 유학 온 친구들이 많은데

길지 않은 2-3주 정도의 겨울방학 사이에 클리스마스와 새해에도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홀로 기숙사나 자취방에서 보내고 있다는 얘기를 큰애에게 듣고 나서

안스러운 생각에 함께 밥이라도 먹자고 데리고 오라고 했다.

큰 애 역시 학부 4년을 집에서 3000 km 이상 떨어진 동부에서 다녔을 때에

크리스마스 때에는 비행기를 타고 집에 왔지만

추수감사절이나 reading week은 홀로 외롭게 지냈던 기억이 있어서다.

 

처음엔 대여섯명이 온다고 하더니

정작 한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10명의 친구가 들이 닥쳤지만

다행스럽게도 원래 손이 커서 늘 넉넉히 음식 준비를 한 덕분에 음식의 양은 충분했지만

10명 중 7명이 집을 오래 떠나서 홀로 기숙사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 친구들이어서

너무들 맛나고 게걸스럽게(?) 먹어 주어서 참 보기도 좋았고 흐뭇했다.

 

초대 된 친구 중에 7명이 백인친구들이고

3명은 동양인 친구들이라서

안전하게 메뉴를 고르다 보니 이태리 음식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인기가 좋은 라자냐를 주메뉴로 하고

거기에 맞게 caesar salad 와 마늘빵, 시금치 dip와 sour dough bread

그리고 almond crescent cookies를 디저트로 정해 보았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함께 12월 마지막을 보내려고 한 부부를 초대해서

한식으로 잡채, 만두 그리고 육개장까지 만드느라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었지만...

 

 

12월의 마지막 날에도 오후 4시까지 일을 한 탓에 만두 속은 준비 되었지만 정작 만두를 만들 시간이 없었지만

마침 제일 먼저 도착한 동양계 친구들 한 팀(왼쪽부터 필리핀, 일본, 한국인)이 오자 마자

처음 보는 이 친구들과 큰애에게 다들 손을 씻으라고 한 후에 다 모일 때까지 만두를 만드는 법을 보여 주고

일단 70개만 만드라고 했더니 다들 신나서 뚝딱 만들어 주었다.

이럴 때 보면 음식문화가 비슷한 동양계 친구들이 뭔가 달라도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속속 한 둘씩 친구들이 모여든다.  

초대 해 준 보답으로 기특하게 이렇게 직접 구운 쿠키들도 들고 왔다.

 

dining room에서 일단 모인 여덟명이 우선 이태리 음식과 잡채 만두로

엄청 수다를 떨면서 저녁 식사를 하고, 그것도 모자랐는지...

 

다들 남은 음식을 채려 둔 부억으로 다 몰려 온다.

 

그리고는 갑자기 저 위에 보이는 파란 세숫대야같은 커다란 그릇 두개에

특대 사이즈의 당면 세봉지를 사용해서 내딴에 다음날 설날에도 먹으려고 충분히 만들어 둔

잡채에 벌떼처럼 몰려 들더니 처음엔 조신하게 서투른 젓가락질로 한접시씩 덜어 먹기 시작하더니

점점 남에게 뺏길까봐 경쟁이 붙어서 체면불구하고 아예 손으로 덜어 먹기까지 하더니

급기야는  당면 한가락도 남기지 않고 두 세숫대야를 말끔히 치우고서야 커피도 마시고 포도주로 입가심을 했다.

젓가락을 들고 있는 아가씨는 오보에 연주자인데 온 친구 중에서

제일 말랑깽이 아가씨가 앞에 보이는 저 접시로 자그만치 일곱접시를 먹어서

무척 놀랐지만 잘 먹어서 사랑스럽기도 하고 그동안 얼마나 대충 해 먹고 지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짠하기도 했다.

 

어느정도 배가 불렀는지 본격적으로 놀려고 아래층으로 내려 갔다.

연말이고 하고 사람도 많아서 윷놀이 세트를 꺼내고 노는 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네팀으로 나누어서 처음엔 조용하게 조금은 지루하게 소극적으로 윳놀이를 시작하더니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나중에는 집이 떠날 갈 듯이 신이 나서 논다.

 

한번 또 윗층으로 올라서 간식을 줏어 먹고 다시 내려가서 카드게임을 조신하게 하면서 논다.

다들 이렇게 잘 먹고 재미있게 밤 늦게까지 놀다가 돌아 갔다.

 

 

 

그러고 2주가 흐른 뒤에

그날 온 친구들이 언제 또 잡채를 만드냐고 큰애에게 서너번을 물어 보더라는 말을 전해 듣고

그냥 모른 척 지나가는 성격도 못되고,

우리집 세아이들도 아주 좋아하는 잡채를 또 한번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매일 영하 25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눈까지 쌓여서 미끄러운 길로 제때 졔때 장을 보지 않은 탓에

생각보다 잡채에 기본적으로 들어 갈 채소 재료가 몇가지 빠져서 조금 망설이다가

내 특유의 임기응변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냥 밀어부치고 집에 있는 재료만 가지고 만들기로 했다.

 

우선 반쯤 얼린 질좋은 스테이크 고기를 깔로 길고 가늘게 잘 썰어서 양념으로 재 두고,

 

냉장고에 있는 피암, 당근, 버섯과 양파를 준비해서...

 

짠~~~ 이렇게 약식 잡채가 탄생했다.

 

저녁에 그날 특히 잡채를 좋아하던 친구를 포함해서 두명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보냈더니...

 

다음날 커다란 플라스틱 그릇 두개에 넉넉히 잡채를 보냈지만

다섯명의 친구와 지도교수님까지 합세해서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다들 잘 먹었다는 큰애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 그럼 돌아 오는 발렌타인 데이 때에

평소처럼 흔히들 주고 받는 달콤한 케익이나 쿠키 대신 잡채와 만두를 해 줄테니 집으로 오라고 했더니

다들 달력에 크게 적어 놓고 기다린단다.

아예 난 당면을 박스 채 사러 가야겠다.

 

 

 

 

music: schindler's list played by williams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