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eternal peace....

 

 

많은 사람의 애도 속에서

우리들은 마리로즈 엄마를 지난 2월 4일에

알로이즈 아버지가 태어난 고향의 작은 고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나즈막한 낮은 산 허리에 편안히 뉘어 드린 후에

차로 혹은 걸어서 성당으로 가서

장례미사를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올렸다.

 

마리로즈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에

나를 포함해서 남매가 각각 다른 대륙에서 흩어져 살기에

80이 넘어서 처음으로 혼자가 된 알로이즈님의 수고를 덜어 주시기 위해서

이미 묘지 자리도 정해 두셨을 뿐 아니라,

묘비에 새길 글도 준비하셨고,

평소에 즐겨 쓰시던 장신구들도 누구에게 돌아 갈지 기록을 해 두셨고,

본인이 숨을 거두면 바로 연락 할 사람들과 전화 번호도 리스트를 적어 두셨고,

심지어는 장례미사에 참석한 분들을 위해서

성당 지하실에서 대접할 여러가지 케이크, 과일과 마실 음료수등도

이미 주문을 해 두셔서 경황이 없을 가족을 위해서

돌아 가신 후에도 세심하게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막내와 함께 집에서 걸어서 십분거리에 있는 묘지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묘지라기보다는 잘 가꾸어진 아담한 정원같다.

한 묘지에 한분에서 서너분까지 함께 모셨는데

묘지마다 마련된 손바닥만한 정원이지만 가족 중에 누군가가 정기적으로 와서

이쁘게 가꾸는지 깔끔하게 가꾸어져 있고, 금방 갖다 둔 듯 한 싱싱한 꽃들이 담긴 화병도 많이 보인다.

 

마리로즈님은 수천 킬로 미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쁘게 사는 자식들의 이런 수고를 덜기 위해서

또 제대로 못 챙겨서 지저분한 모습으로 남기 보다는

아예 묘비 앞의 작은 정원이 있는 공간에  커다란 화강암으로 덮어 달라고 유언을 하셨다. 

 

평소에 좋아하는 장미로 덮힌 아담한 묘지..

 

 높은 언덕받이에 묘지가 있어서 아래에 수백년된 작은 고향 마을이 잘 내려다 보인다.

알로이즈 아버지가 사시는 집도 잘 보이니 혼자 계시는 분을 항상 이곳에서 잘 지켜주시리라...

 

 묘지 바로 옆에서 상주하는  말 두마리가 느긋하게 풀을 뜯고 있다.

누가 옆에서 이렇게 있으니 심심치 않으시리라...

 

묘지 바로 뒤에는 병풍처럼 울창한 숲이 있어서 아득한 기분이 든다.

겨울에 눈바람이 쳐도 포근하게 잘 감싸주리라....

 

점심 먹고도 산보삼아서 천천히 걸어 다시  올라가서

묘지 앞에서 살아계실 때처럼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집으로 내려왔다.

 

고통없이 편히 잠드소서..

아멘~

 

 

 

 

 이렇게 고요한 숲속의 마을, Oberwurzbach의 모습...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연가의 배경과 이 동네는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

남편과 산보를 하면서 계속 겨울 나그네에 나오는 가곡들을 나지막하게 부르면서 걷노라니

노래의 가사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What Came to Me by Jane Kenyon I took the last dusty piece of china out of the barrel. It was your gravy boat, with a hard, brown drop of gravy still on the porcelain lip. I grieved for you then as I never had before.

내게 보내진 물건 제인 케니언     나는 큰 둥근 상자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먼지 묻은 그릇을 꺼내 들고 보니 당신이 생전에 쓰던 그레이비를 담는 이 그릇, 아직도 이 그릇 끝부분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갈색의 그레이비 한방울이 남아 있네. 나는 그 순간 그대의 죽음을 그 어느 때보다 제일 슬퍼했노라.

 

                                                   gravy b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