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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정원에서

[5월의 정원 2] 올해 첫 수확한 채소로 만든 맛난 음식...

by Helen of Troy 2012. 5. 29.

위도가 꽤 높은 도시에서 살아서 다른 동네에 비해서 거의 두달이 늦게 찾아 온 봄이지만

세계에서 제일 긴 일죠량 덕분으로 하루가 다르게 정원에 꽃나무와 채소들이

지각한 시간을 만회하고, 또 빨리 다가 올 가을 전에 씨를 맺기 위해서인지

가속을 붙어서 시간을 다투듯이 변모한다.

 

어제 오후 오랫동안 준비 해 오던 학생들의 마지막 피아노 리사이틀이 무사히 잘 끝나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여유를 부리면서 아침을 먹고 물도 주고 잡초를 뽑기 위해서

5일만에 텃밭과 정원으로 나가 보았다.

 

5월 2일에 씨를 뿌린 상치가

오늘 아침에 밭에 나가 보았더니 이렇게 땟깔도 곱게 야들야들하게 올라와서 나를 반겨준다.

 

 

화분에 심었던 열무순도 알맞게 올라 와서

살라드와 맑은 찌게에 넣으려고 한묶음 뽑아서..

 

나중에 먹으려고, 이렇게 물에 잠시 담가두었다.

 

 

이렇게 담아 놓고 보니 생각보다 앙증맞고 이뻐서 먹지말고 그냥 며칠 이대로 두고 싶어진다.

 

 

같은 시기에 뿌린 13가지 채소 중에 제일 먼저 싹이 올라 오는 열무...

 

2주 후면 푸짐하게 열무김치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열무김치 냉면으로 먹어도 좋고, 보리밥에 넣고 비벼 먹어도 좋고, 연한 줄기는 쌈을 싸 먹어도 좋다.

 

 

몸에 좋은 antioxident가 제일 많다는 브로콜리 순도 올라오고...

 

 

질세라 부추도 힘차게 올라 오고...

 

 

다년생인 파는 영하 30도의 추위도 이겨내고

이렇게 5월 중순에 벌써 풍성하게 자라서 벌써부터 나비를 유혹한다.

 

깨끗하게 가위로 파를 잘랐더니 제법 수북하게 많다.

 

 

완전 무공해에, 유기농에 가위로 잘 잘라서 다듬을 필요도 없어서

물로 잠시 씻기만 해서 커다란 바구니에 들고 부억으로 들어 와서

물을 빼고 있는데 잠시 학부모님이 집에 오셨기에

플라스틱 백에 가득 담아 드렸다.

 

 

풍성하게 수확한 파로 저녁 식사로 우선 해물파전을 만들기로 하고

냉동고를 뒤져보니 마침 사 두었던 calamari(작은 오징어) 가 두 박스가 있어서...

 

 

바로 프라이팬에 해물과 파를 놓고, 살살 풀은 계란을 듬뿍 얹어서 ...

 

 

해물파전을 8장을 부쳤다.

 

 

부치다 보니 사다 놓은 풋고추가 생각이 나서 송송 썰어 넣어서 부친 파전...

 

 

소주나 동동주 한병씩 들고 오셔서 한 젓가락씩 드세요~~

 

 

 

아직도 잔뜩 남은 파를 어떻게 처치를 할까 잠시 고민끝에...

곰삭은 멸치액젓으로만 간을 한 파김치를 조물락거려서 유리병 하나 정도 양으로 담았다.

 

며칠 익힌 후에 참기름 2숫가락을 넣고 밥을 비벼 먹으면

우울하고 지칠 때에 정신이 바짝 나게 매콤한 맛이 그만이다.

 

 

파김치의 반은 따로 두었다가...

 

 

다음날 오이를 15개 사다가 소금에 살짝 절이 후에

어제 담은 파김치를 사이사이에 넣어서 담백하게 오이 소백이도 담아 보았다.

 

 

밭에서 수확한 신선한 채소로 한동안 먹을 밑반찬이 생겨서 괜히 부자같은 생각이 든다.

 

 

먹거리를 제공한 고마운 텃밭 덕분에 다양하게 솜씨를 부려 보아서 뿌듯하다.

 

 

채식을 좋아하고, 살라드를 늘 입에 달고 살아서 20년전에 아무런 지식도 없이

집 정원 한구석에 손바닥만한 텃밭에다가 상치와 토마토를 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만 20년간 텃밭에서 야채를 가꾸다 보니

텃밭 사이즈도 커 지고, 가짓수도 늘어 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긴세월동안 쌓인 경험과 노하우로 반 농사꾼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늘 바쁘게 세가지 일을 하는 바쁜 일상에다가,

여름이면 늘상 몇주일씩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육체적으로도 조금 힘이 들어지고,

정신적으로는 점점 나태해져서 텃밭일과 정원일을 예전처럼 유지하기가

조금씩 주저하게 되고 덜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일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첫째 자폐아인 아들을 키우면서 불확실하고 두려운 미래를 걱정하고, 

소통이 안 되는 아들과 씨름을 하노라면 늘 몸과 맘이 지쳐서 자주 바닥을 칠때마다,

손으로 흙을 만지면서, 땀을 흘리고, 수고하고 투자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정직하게 수확과 결실을 안겨다 주는 정원은 내게 마치 구세주처럼 위안과 평화를 선사해 준

고마운 나의 수호천사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15년정도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왠일인지 갑자기 내게서 등을 돌리고 눈길도 피하는 일이 생겨서

마치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은 거처럼 더부룩하고 찜찜한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 이 상황을 잘 넘길까 고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마음이 심란하고 무겁고,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가 생겼을때에

대문을 열고 몇발자국을 걸어 나가서

내 손길과 수고가 배인 정원의 꽃나무들과 야채가 무럭무럭 커 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녀석들이 무언으로 나를 위로해 주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을 다시 한번 믿어 볼 수 있는 용기를 안겨다 준다.

 

밭에서 수확한 열무와 상치를 들고 찾아가서

화해의 악수를 청해 볼까나....

 

 

 

 

 

music: Du bist die Ruh D776 by Schubert

sung by B. Fink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