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화가 빈센트 고호가 살았던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의 Arles...
고호가 그린 유화같은 분위기가 물씬..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서 알메리아를 마지막으로 3주동안 머물렀던 스페인과 아쉽게 작별을 고하고
다음 목적지인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로 떠날 날이 다가왔다.
우리들의 원래 계획된 스케줄은 스페인에서 마지막 경유지인 알메리아에서 그라나다로 다시 가서
그라나다 공향에서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가서, 거기서부터 기차를 타고 지중해를 끼고
다음 목적지인 프랑스의 프로방스로 가기로 되었다.
아침 9시반에 그라나다 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미리 전날 저녁에 숙박비를 지불하고 체크아웃을 마치고, 그리고 타고 갈 택시도 예약을 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찌감치 일어났더니, 호텔의 원래 아침 식사 시작이 8시인데도
일찍 떠나는 우리 부부를 위해서 고맙게도 직원 한사람이 그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웃는 얼굴로 맞아 주면서 진하고 뜨거운 에스프레소 커피부터
금방 갓구운 스페인의 빵과 패이스트리들을 아침식사로 차려 주었다.
조금 후에 미리 예약 해 둔 택시를 타고 약 140 km 떨어진 그라나다 공항으로 달렸다.
워낙 시간이 일러서 아직도 컴컴한 도로에 우리가 탄 택시만이 해안을 따라서 구불구불한 길을
총알같이 시속 110 km 이상을 스릴만점으로 달려서 오전 7시 45분에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작은 공항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짐을 검사하는 security check 를 하려고 줄을 서 있었다.
겨우 security를 통과해서, 타고 갈 비행기 항공사의 카운터로 죽을 힘을 다해서 달려 갔더니
바로 앞사람까지 들여 보내주고, 우리는 도착해야 할 시간을 불과 4분을 초과했다고 하면서
아무리 애원을 해도 완고하게 비행기 탑승을 시켜주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2주간의 기차와 호텔예약, 박물관 등등 예약을 다 해 놓은 상태라서
비행기 하나를 놓치면 줄줄이 그 다음 스케줄에 차질이 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크게 낙담을 한 우리는 지푸라기도 붙잡는 심정으로 다음 행선지인 바르셀로나 기차역으로
가는 방법을 이리 저리 모색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라나다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4일 전에 머물렀던 그라나다의 호텔로 우선 가서
우리의 사정을 설명했더니, 맘 놓고 짐을 호텔에 맡겨두고, 로비와 식당에서 쉬어도 되고
필요하면 무료로 인터넷도 쓰라고 하면서 위로를 해 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페날티없이 프로방스의 아를르의 호텔 예약을 하루 늦추고,
바로 그라나다 기차역으로 가서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까지 밤새 가는 기차를 잡아 타고
한번만 갈아 타면 순조롭게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프랑스의 아를르에 도착할 수 있는 기차편이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차표를 샀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들이 쉰 우리는점심시간도 훨씬 넘긴 시간임을
깨닫기가 무섭게 갑자기 배도 너무 고파오기 시작했다.
저녁시간까지 넉넉하게 시간이 많이 남아서
우선 호텔에서 가까운 광장에 나가서 일단 시원한 맥주부터 주문하고
새벽부터 정신없었던 몸과 맘을 쉴 수 있었다.
이왕 덤으로 아름다운 그라나다에서 하루를 번 우리는
일주일에 가 보지 못했던 그라나다의 유적지 두곳을 더 구경할 수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고, 두고 두고 이 아찔한 사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라나다에서 떠난 기차는 동북쪽을 달려서
알리칸테와 발렌시아를 거쳐서
장장 1000 km의 거리를
밤새 12시간을 달려서
3주 전에 도착한 바르셀로나에
우리를 다시 내려다 주었다.
어두운 밤 시간에 달리는 기차안에서
아름다운 지중해의 연안에 위치한
크고 작은 도시를 볼 수 없어서
조금은 안타까웠지만
갑자기 닥친 불의의 사건을 원만히
잘 해결해서 큰 차질없이 계획한대로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어서 맘은 편하기만 했다.
내가 타고 갈 침대차의 모습...
특이하게 남자와 여자가 자는 칸이 따로 마련되어서 아무래도 편했다.
좁은 공간에 세수와 양치를 할 세면도 있고, 거울도 있고,
옷걸이고, 작은 장과 옷걸이도 있어서 편리했다.
이층침대 아래켠에 자리를 우선 잡고 주변정리를 하는데
어떤 젊은 여대생 한명과 40대 중년의 아줌마가 같은 침대칸에 들어 와서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함께 밤새 12시간을 함께 가기에 믿을만 해 보이기도 했고
그리고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법석을 떨어서 피곤했던지
잠자리가 바뀌면 쉽게 자지 못하는 나도 약 6시간을 푹 잤다.
같은 칸에서 잔 여학생이 새벽 6시경에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 중간지검에 위치한 역에서 내렸다.
나도 잠이 깨어서 뿌옇게 동이 트는 바다가 보고 싶어서 기차 복도로 눈을 비비면서 나와 보았다.
새벽의 뿌연 지중해 바다.
동쪽으로 향한 기차의 창문을 통해서 곧 해가 구름사이로 서서히 떠 오르는 것이 장관이었다.
다음 기회에는 저 수평선 넘어 위치한 유명한 휴양지인 이비짜 섬와 마요르카 섬으로 가 보는 상상을 혼자 해 본다.
기차가 스페인 동부의 지중해를 바로 끼고 한없이 달린다.
밤새 쉬지않고 달린 우리가 탄 기차는 목적지인 바르셀로나에 점점 가까워지고...
장장 1000km 를 밤새 달인 기차가 종착역인 바르셀로나 역에 도착하기 30분 전에...
여행을 떠나기 전 2-3달 전부터 꼼꼼하게 우리가 준비하고 계획한 여정스케줄대로
그라나다에서 비행기로 2시간안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지는 못했지만,
뜻밖에 신나는 모험을 하듯이 이렇게 침대차를 타고 밤새 달려서 바르셀로나에 무사히 도착했다.
버르셀로나에 도착해서 급하게 짐과 가방을 챙겨 들고
프랑스의 나르본(Narbonne)로 떠나는 기차로 갈아 타기 위해서 특급열차인 AVE 플렛폼에서
완행열차 플랫포옴으로 뛰다시피 달려가서 출발하기 10분 전에 가까스로 기차에 올라탔다.
나르본까지 가는 열차는 스페인에서 장거리 여행을 쾌적하고 빠르게 달리는 AVE 열차가 아니라
중간 중간 작은역들도 쉬어가는 한국의 전철같은 기차이다.
기차 안에는 카탈로니아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 승객들이 반반 타고 있었는데
스페인 어디를 가도 쉽게 만나는 기타를 치는 거리의 악사가 이 기차 안에서도 만났다.
Girona(히로나)시를 지나면서...
카탈로니아의 오래된 성벽, 성당, 다리가 얼룩진 기차의 창을 통해서 보인다.
히로나 지방의 농가를 지나고...
평범한 농촌에도 금방이라도 말 탄 기사가 나올 것 같은 성이 멀리 보인다.
사료로 쓰일 hay bundle이 평화롭게 딩굴고...
언덕이 많은데도 옥수수도 자라고...
카놀라도 자라고...
기차 역 옆에 있는 오래된 폐허가 된 건물에서 역사와 사연이 담긴 듯 하다.
빌라주이가 역에서 잠시 정착...
역 바로 지나서 보이는 농가의 한가로운 모습...
빌라주이가에서 제일 유명한 유적지로 꼽히는
9세기에 지어진 Monastery of Sant Pere de Rodes (성 로데스 수도원).
또 하나의 명소인 Quermançó Castle (캐르망코 성)
10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엠퓨리 백작과 그의 후손들이 적을 방어하기 위해서 지은 성이다.
수시로 동네 역에 정차할 때마다 간편하게 차려 입은 여행자들이 타로 내린다.
기차는 빌라주이가에서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계 도시인 포트부(Portbou) 로 계혹 달리고...
아담한 랑카역에서 잠시 쉬고...
지중해변에 위치한 아름다운 랑카 항구(Google 이미지에서)
Llanca 와 Portbou 중간 지점에서...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도시인 Portbou에 점점 가까워지고...
포트부의 해변도 보이기 시작하고...
해안을 따라서 절벽위로 놓인 길이 무척 스릴이 있을 것 같다.
Portbou 역
기차에서 바라다 보이는 Portbou 도시 풍경...
늘 도시에서 제일 높은 성당의 종탑이 제일 눈에 먼저 띈다.
원색의 집들이 수로 양옆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평범하고 오래된 아파트 건물인데도 멋진 조형미가 돋보인다.
기차선로도 한참동안 지중해 해안을 끼고 달린다.
이 해안 어디쯤이 국경인데...
여권을 보자는 사람도 없고, 비자 조사도 물론 없고,
국경을 통과했다는 방송도 없으니 어림짐작으로 프랑스로 넘어 온 듯하다.
언덕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집들은 전망은 끝내줄 것 같다.
Danville 역에서
표지판이 이제는 스페인어나 카탈로니아 언어라 아니라 불어이다.
불어에 울럼증이 있어서인지 벌써부터 긴장이 된다.
멀리 페르피냥 도시가 보이기 시작...
Perpignan 역에서...
Roman Aquaduct, Perpignan, France.
로마제국시대에 지어진 수로가 건재하게 남아 있다.
중세의 성이 가까지르는 절벽 위에서 버티고 있고...
역시 아담한 Rivesaltes 기차역에서...
Rivesaltes 도시...
나르본 가는 길의 포도밭...
해변가의 경사가 많이 완만해졌다.
멀리 Leucate 도시가 보이기 시작...
버스 정류장같이 작은 기차역이 재미있다.
Leucate 해변...
Leucate를 뒤로 하고 Port La Nouvelle 로 향해서...
Port La Nouvelle 기차역..
마치 바다 위로 기차가 달리는 듯...
나르본 시내로 들어 왔다.
Narbonne 역에서 프로방스의 아를(Arles)로 갈 기차로 갈아 타려고 내렸다.
기차 탈 때까지 약 30분 정도 시간이 있어서 역 바깥으로 나와보니 관광객들로 많이 붐볐다.
남녀노소 많은 관광객들이 편하게 차려 입고 역시 편하게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갈아 탈 기차를 타기 위해서 플랫폼을 옮겼다.
유럽의 많은 오래된 역들이 엘리베이터나 에스칼레이터가 없는 역이 태반이어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해서 플랫폼을 바꾸야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기찻길을 넘어서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그냥 건너가고 싶은 유혹이 늘 따라 다녔다.
프로방스의 아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고 보인 나르본 시내 모습...
나르본 시내를 벗어나서..
지중해 남부의 아름다운 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역인 몽펠리에(Montpellier)를 향해서..
프랑스 지중해 해변의 주요 도시중에서 마르세이유 다음으로 큰 몽펠리에...
몽펠리어에서 동북쪽에 위치한 Nimes 를 지나서 목적지인 Arles로 향했다.
몽펠리에 기차역
님( Nimes) 기차역을 통과해서...
드디어 기차가 우리의 목적지인 아를에 도착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스페인의 남쪽 끝에 있는 알메리아에서 새벽 6시에 호텔을 출발해서
같은 날 아침에 떠날 비행기 대신에 한밤중 내내 침대차를 타고
만 하루뒤인 아침에 바르셀로나에서 내려서 기차를 갈아 타고,
다시 나르본에서 두번째 기차를 갈아타고
드디어 프로방스의 첫 목적지인 아를에 도착했다.
다음엔 Arles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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