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두보의 가을 한시(영시)와 함께 울동네 산책...

by Helen of Troy 2013. 11. 2.

 

2013년 10월 24일 울동네 산책길에서...

 

 

秋雨嘆三首 (一)    Sighs of Autumn Rain (1) by Du Fu

雨中百草秋爛死            In autumn rain, the grasses rot and die,
階下決明顏色鮮            Below the steps, the jueming's colour is fresh.
著葉滿枝翠羽蓋            Full green leaves cover the stems like feathers,
開花無數黃金錢            And countless flowers bloom like golden coins.
涼風蕭蕭吹汝急            The cold wind, moaning, blows against you fiercely,
恐汝後時難獨立            I fear that soon you'll find it hard to stand.
堂上書生空白頭            Upstairs the scholar lets down his white hair,
臨風三嗅馨香泣            He faces the wind, breathes the fragrance, and weeps.

 

 

 

 

가을비의 탄식


가을비가 내리면, 풀들은 썩어들면서 서서히 죽어가고,

계단 아래에 있는 결명자의 색깔은 선명하네.

촘촘하게 잘 자란 초록빛의 나뭇잎들은 줄기를 깃털처럼 따스히 덮어주고,

셀수없이 많이 핀 꽃봉오리는 금전처럼 화려하게 피었네.

차거운 바람은 윙윙 신음하듯이 그대를 후려치고,

머지않아서 그대는 이 세찬 바람을 맞서기에 힘들것으로 보이네.

윗층에 머무는 노학자는 그의 하얀머리를 풀어 헤치고,

세찬 가을바람에 맞서서 가을향기를 들이마시고,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번역: Helen of Troy

 

10월 중순이면 서리는 벌써 서너차례 내리고,

첫눈이 내려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할로윈이 되면 미끄러운 밤길을 걸어야 하는데,

올해는 고맙게도 11월 1일인 오늘까지도 첫눈이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

 

일주일 전 오후의 가을햇살이 너무 좋아서 간단하게 차려 입고

집 바로 뒤에 있는 작은 호수에서 시작해서

근처에 있는 개울을 따라서 길게 이어진 산책길로 나섰다.

 

집 바로 뒤에 있는 작은 호숫가에

가을 햇빛에 오수를 즐기는 캐나다 기스 무리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추운 캐나다의 겨울을 피해서 곧 남쪽으로 떠나기 전에 통통하게 살들이 올라 있다.

 

 

앙상한 가지에 마지막 잎새기 대롱대롱...

 

겨울 내내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대단한 오리 한쌍도 유유히 떠있고...

 

 

 

 

 

졸졸 흘러 내리는 물소리가 즐겁다.

 

 

불과 8년 전에 지평선과 하늘이 맞닿은 넓은 밀밭이

몇년 사이에 조경공사가 잘된 주택지로 완전 변모했다.

 

 

 

우리 집 건너편에 할로윈 2주 전부터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집을 단장했다.

 

 

 

 

호수를 지나서 작은 강을 끼고 있는 산책로 입구에서...

 

 

파란 가을빛이 시릴 정도로 푸르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스펜 나무를 따라서 1년 전에 포장이 된 길로

자주 자전거를 타고 끝없이 달리는 길이다.

 

 

그 길 옆에 한사람이 겨우 걸어갈 만한 좁은 길이 있어서 호기심이 발동해서 들어 가 보았다.

 

 

늘 새로 포장된 넓은 산책길로만 몇년을 다녔는데

이렇게 분위기있는 산책로가 바로 옆에 있어도 몰랐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어떤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질지 걸어가면서 내내 가슴이 설레인 좁은 길...

 

 

이렇게 아름다운 산책로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보지 못한 자신이

그동안 살면서 늘 곁에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사람과 장소를 보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아스펜 나무 뒤로 숨어있는 작은 길로 들어서니...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길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이 나온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 보지 않은 않을 길" 시의 주인공이 된 듯

잠시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일단 왼쪽 길로 들어섰다.

 

 

 

집 뒤에 아스펜 숲과 개울이 있는줄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지만

집에서 먼 길을 돌아서개울이 시작하는 절벽 아래서부터 난 길로만 다니곤 했는데,

집 뒤에서 이렇게 경사가 가파른 계곡을 따라서 있는 길이 있을 줄 몰랐다.

경사가 아주 가파른데도,오래된 소나무의 뿌리가 내려가기 좋게 땅 위로 솟아 올라서

그나마 아래로 내려 가기에 수월했다.

 

 

오른쪽엔 아래의 개울이 보이는 낭떠러지에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고,

좁게 난 산책로가 젖어서 미끄러운데 누군가가 판대기를 두어서 이 길을 안전하게 건너갔다.

 

 

 

 

바로 집들이 몰려있는 주택가에서 불과 10분거리에

이렇게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숲속의 길이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너무 행복해진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인지 2시간을 걷는 동안 아무와도 맞딱뜨리지는 않았지만,

좁지만 분명히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있는 길이 계속해서 이어져서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지 걷는 내내 발걸음을 늦출수가 없다.

 

또 다시 가파른 길을 기다시피 올라가고...

나중에 돌아 올때 보니 왼쪽에 누군가가 쉽게 오르내릴수 있게 로우프를 설치 해 두었다.

 

 

 

파란 하늘 사이로 뻗은 앙상한 소나무 가시들이

 

 

 

 

이 지점은 괴괴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어떤 길이 나올지 궁금하기는 여전...

 

 

자연적인 층계가 고마운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서...

 

  

 50도 정도의 경사진 길에 누군가가 로우프를 여기에도 설치 해 두어서

두손으로 꼭 잡고 내려갔다.

 

 

 

   

 활엽수의 이파리는들은 죽어 떨여져서 늘 함께 하는 침엽수에게 자양분을 나누어 주어서

새로운 생명들은 덕분에 계속되고...

 

   아주 비탈진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악조건에 굴하지 않고

사방으로 넓게 퍼진 뿌리 덕분에 제대로 균형을 잡고

파란 하늘 위로 맘껏 곧게 뻗어나는 소나무의 모습에

우리네 인생과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저 대단한 나무의 뿌리는 뿌리의 자양분을 공급해주고,

대지에 굳게 설 수 있게 해서 나무자체에게도 중요하고 고마울 뿐 아니라,

저 뿌리 때문에 경사가가 져도 비가 갑자기 와도 산사태를 막아주고,

봄에 서서히 녹은 눈도 뿌리에 흡수해서 여름비가 내릴때까지 근사한 저수지 역할도 맡고,

나같이 이 길을 걷는 인간들에게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편의도 제공 해주는

완전 효자녀석이라서 고맙다고 잠시 토닥거려 주었다.

 

 

 가을오후의 해는 점점 기울어지고,

내 그림자는 점점 날씬해지고..

몇발자국을 더 가보니..

아~~~

 

 내가 선 자리에서 불과 30cm 에 있는 낭떠러지 아래에

자주 가던 작은 강물이 내 발 아래에서 유유히 흐르고 있는것이 아닌가....

 

 

 얼추 낭떠러지의 높이가 25미터는 족히 되어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활엽수는 벌써 벌거숭이가 되었고,

일년내내 푸른빛을 잃지않는 침엽수들만이 고고하게 겨울이 찾아 온 숲을 지키고 있다.

 

 

이 동네에 주택지로 변경하고 제일 먼저 새로 이사온지 만 8년만에

아름다운 산책로를 발견한 오늘은 마치 노다지를 찾은만큼 횡재를 한 기분이 든다.

 

 

 

to be continued.....

 

 

shape of my heart(sting)

03 - Shape Of My Heart (Featuring Sting).wma
2.07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