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크리스마스 하루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예전과 달리 몇년 전부터 성탄 자정미사가 아니라 미사시간이 저녁 8시로 앞당겨져서
미사를 마치고 야식까지 먹고 친교시간을 가지고 집에 돌아 왔는데도 아직 밤 11시 전이었다.
집에 와서 다들 잠옷으로 갈아 입고, 거실에 둘러 앉아서 편하게 간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의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온가족이 모여서 느긋하게 저녁을 잘 먹고 제일 좋은 옷을 차려 입고,
밤 11시를 넘기고 설레는 맘으로 춥고 깜깜한 눈길을 달려서 자정미사에 참석했는데,
대축일 미사라서 평소보다 긴 미사 중에 아이들은 어김없이 쿨쿨 잠이 들곤 했다.
잠이 든 아이들을 들쳐 업고, 안고 집에 들어 오면 새벽 3시를 넘어서 집에 들어 와서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을 겨우 재우고 나면, 새벽 4시에 가까워지곤 한 것과 달리
내 자신도 피곤하고 졸음이 밀려들지만, 잠을 자기 보다는 그때부터 크리스마스 아침을 위해서 바빠진다.
제일 먼저 하루종일 집집마다 선물을 돌리시느라 피곤하고 출출하실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서
아이들이 엄마가 만든 몇가지의 쿠키와 우유를 미사 참여 전에 벽난로에 둔 것을,
산타가 드시고 간 것처럼 쿠키 부스러기를 접시에 남겨두고 우유도 조금 남겨 둔다.
그리고 이미 2-3주 전에
올해 자신들이 착하고 잘한 일들을 죽 나열해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설명을 하고는
원하는 선물 두 세가지를 적은 편지를 산타에게 보낸 편지를 슬쩍 중간에 가로 챈 엄마는
리스트에 적힌 선물 중에 가격이 싸고 소박한 선물은 미리 사서
엄마 아빠가 준다는 스티커를 붙여서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크리스마스 1주일 전쯤에 일단 둔다.
그리고,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선물은 007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리에 사서
잘 포장해서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 단단하게 숨겨 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조금이라도 말을 안 듣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조금은 치사하지만
착한 아이들에게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줄 거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을 무기(?)로 삼기도 한다.
그렇게 잘 숨겨 둔 선물들을 아이들이 다들 잠든 새벽 4시에 꺼내서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두고,
벽난로 위에 아이들 이름이 새겨진 스타킹 안에도 작은 선물 하나씩 넣는다.
예전부터 산타가 굴뚝을 통해서 집으로 들어 온다고 믿기에,
각자의 이름이 적인 스타킹을 벽난로에 걸어 두는 풍습이 생겨났는데,
귤이나 오렌지가 귀하던 과거에는 산타가 착한 어린이에겐 오렌지를 넣어두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겐 석탄 한 덩어리를 넣어 둔다고 믿어 와서
재미로 가끔은 우리도 아이들 스타킹 안에 석탄을 넣어 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 가면서 의심과 눈치도 따라서 늘어 가면서
엄마의 비밀작전과 연기는 더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산타가 주는 선물의 포장지와 엄마가 주는 선물 포장지가 달라야 하고,
누구에게 갈 선물이라는 스티커에 필체와 글씨 색깔도 평소의 엄마글씨와 물론 다르게 써야 한다.
가끔은 꽁꽁 숨겨 둔 선물을 우연하게 아이들한테 들키키도 하는데,
그때마다 임기응변으로 시치미 딱 떼고 둘러대기도 하고,
새벽에 나름 조용하게 준비를 하다가 잠을 설치고 깬 아이들과 맞딱들이기도 하면
벌렁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노련한 연기로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트리 아래에 쌓여가는 크리스마스 선물들과, 산타의 선물을 포함해서 내용이 무척 궁금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잠 든 사이에만 산타할아버지가 다녀 가신다고 귀가 따갑게 들어 왔고,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야 정작 선물을 뜯어 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크리스마스 이브엔 억지로라도 눈을 감고 침대에서 꼼짝않고 잠을 청하면서 크리스마스 날을 기다린다.
산타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놓고 가셨는지 12월 내내 가슴 졸이면서 기다리던 아이들은
평소보다 유난히 일찍 일어나서, 새벽 5시에 겨우 잠이 든 엄마를 억지로 깨워서 트리로 끌고 가면,
피곤하고 귀찮아서 큰소리가 나오는 것을 겨우 참고, 비몽사몽 거실로 나간다.
그렇게 식구가 다 트리 옆에 앉아서 트리 아래에 있는 선물을 하나 하나씩 풀어 보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어느덧 피곤과 짜증스러움이 미소와 함께 잔잔한 행복감으로 바뀌어진다.
이제는 막내까지 대학에 들어가서, 아이들 셋 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산타가 굴뚝을 타고 내려와서 선물을 주고 간다는 것을 순수하게 믿는 순진하던 시절처럼
여전히 각자 받을 선물 중 하나는 산타의 이름이 적힌 선물이 트리 아래에 놓여지고,
벽난로 옆에는 바쁜 산타할아버지를 위해서 쿠키와 우유를 놓아두고,
스타킹도 걸어 두고, 제발 석탄덩어리는 넣어주지 말라고 애교스럽게 당부를 하고는,
예전과 달리 선물에 대한 설레임 대신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엔 편한 맘으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예년과 같이
친지들과 이웃, 그리고 은인들을 위해서 다양한 쿠키를 12월 내내 만들어서
고마운 맘을 담아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렸다.
헬렌표 크리스마스 쿠키 세트 #1
(초콜렛 크랙클 쿠키, 스닉커두들 계피쿠키, 아몬드 비에니즈 쿠키, 아모든 오렌지/생강 쿠키, 슈가쿠키)
복덩이 아들이 다니는 부서 대빵이시지만, 늘 아들을 자상하게 챙겨 주시는 데이빗님에게 드린 선물이다.
헬렌표 크리스마스 쿠키세트 #2
역시 아들 회사의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토마스님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걸맞는 크리스마스 쿠키세트 용기들...
아들의 수호천사이자 직속상관인 시실리아님에게 드린 헬렌표 크리스마스 쿠키 세트 #3
아들이 직장에 첫발을 내딘 후에 지금까지 든든한 후견인인 시실리아님에겐
쿠키만으로 충분치 않아서 2시간 만에 만든 레이스 스카프도 챙겨 넣었다.
검고, 금박실이 섞인 소재라서 요즘처럼 모임이나 파티에 걸치기에 좋은 스카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름에 제철과일로 만든 복숭아와 블루베리 잼까지 백에 구겨 넣었다.
헬렌표 크리스마스 선물세트 #4
복덩이 아들 회사의 동료들에게 주려고 예쁜 백에 쿠키를 넣어서 준비한 선물...
지난 화요일에 이렇게 엄마가 준비해 준 16개의 선물을 회사로 들고 가서
작년처럼 일일 산타클로스가 되어서 회사 동료들과 상사들에게 선사 해 드렸다.
그리고...
미리 시간이 날 때에 충분히 쿠키 반죽을 만들어서 냉동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오븐에 구워서 프레쉬한 쿠키로 이렇게 포장을 해서
가르치는 제자들, 지인들, 교우들과 이웃들을 위해서
60여개의 크리크마스쿠키 세트를 준비해서 나누어 드렸다.
어림잡아서 약 25 파운드의 버터와 5kg 의 호두, 피캔, 아몬드, 피스타시오
오렌지, 계피, 생강, 초콜렛 등을 사용해서 약 700개의 쿠키들이 오븐을 거쳐갔다.
고마운 분들에게 내나름대로 정성이 담긴 선물까지도 다 전해 드렸고,
예전처럼 새벽까지 아이들을 위해서 난리법석을 떨지 않아도 되어서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는 마음이 유난히 편하고 가뿐하기만 하다.
예전처럼 선물을 열고픈 욕심에 새벽같이 일어날 이유도 없어져서 느지막하게 크리스마스 브런치를 먹고는
어린시절의 설레이는 기분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수북히 쌓인 선물을 하나씩 풀면서
크리스마스 날을 열어 본다.
Merry Christmas to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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