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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우리는 삼중 외계인 가족...

by Helen of Troy 2014. 1. 19.

 

2012년 겨울 울동네에서 얼음낙시하다가..

 

얼마 전에 일요일 미사 후에 지하강당에서 한 여자 교우분이

우리집 전화 번호를 물어 보시기에 마침 가지고 있는 명함이 없어서

그냥 몇번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바로 손에 들고 있던 그녀의 셀폰에 입력을 하시는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쳐다 보고 있었다.

 

그러고 서 있는데, 등 뒤에서 남편이 나를 보고 펜이 있으면 좀 달라고 해서

들고 있던 내 가방을 뒤져 보니 늘 가방 바닥에 한 두개씩 뒹굴던 연필 한자루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옆에 서 있던 다른 분들에게 혹시 펜을 가지신 분이 있는지 여쭈어 보았더니

다들 펜이 없다고들 하시면서 요즘 세상에 펜이 무엇에 필요하냐고 거꾸로 질문을 하셔서,

교회에 새로 전입 해 오신 교우에게 우리집 전화 번호를 적어서 주려고 한다고 남편이 답변을 했더니,

다들 어느 별에서 왔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 부부를 빤히 쳐다보셨다.

 

조금은 머쓱해서, 왜들 그런 표정으로 보시냐고 했더니,

요즘처럼 누구나 다 스마트 폰이 있어서 펜과 종이가 전혀 필요없는 세상에서

생뚱맞게 구닥다리 펜과 종이로 무엇을 기록하냐고 안스럽다는 듯이 대답을 하신다.

그래서 우리 부부와 막내딸은 아직 셀폰을 소유해 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요즘처럼 깊은 산중의 산사에 까지 어디고 구석구석 다 보급되었는데도

셀폰도 없이 이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사는지 경이한 눈초리로 물어 보셨다.

 

 

 

 

그러고 보니, 몇해 전부터 남들은 우리를 4차원 세계에서 온 외계인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그 첫째 이유는, 우리 가족은 스마트 폰은 고사하고 유치원 학생들도

기본적으로 다 들고 다니는 평범한 셀폰이 없다.

 

현재 졸업을 하고 직장을 따라서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큰딸은

동부에서 대학에 다닐 때에 그 흔한 셀폰이 없다가 졸업하기 직전 4학년때에 셀폰을 느지막하게 장만했고,

자폐 장애인인 복덩이 아들은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시내버스를 2번 갈아 타고 등하교를 시작하게 되자,

혹시라도 버스를 잘못 타고 추운 겨울에 길을 헤매고 다닐 경우에 대비해서 셀폰을 구입했다.

다행히도 초반에 셀폰을 요긴하게 사용한 후에, 지난 5년간 한달에 평균 한번꼴로 사용해서

통화수에 비해서 아주 비싼 전화요금을 꼬박꼬박 매달 내고 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막내딸은 여전히 자기 전용셀폰이 없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전 학교에서 자기만 유일하게 셀폰이 없다고 툴툴거리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한번씩 우리같은 부모는 세상에 없을거라며

셀폰을 선물로 달라고 한번씩 압박을 가해 오면

그때마다 엄마도 아빠도 셀폰이 없어서 당당한 어조로  18세가 되면

자기가 알바해서 번 돈으로 셀폰을 사서 매달 요금을 부담하라고 잘라서 대꾸를 하곤 했다.

정작 작년에 18세가 되면서 제일 먼저 그렇게 노냥 노래를 하던 셀폰부터 당연히 살 줄 알았는데

재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준 애플 ipod로 음악듣기, 이멜 그리고 SNS를 사용해서

굳이 셀폰이 필요없어서 사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 부부를 놀래켰다.

아마도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일주일에 이틀을 일하면서

단돈 $10을 벌기 위해서 한시간 내내 서서 고생을 해서인지 씀씀이가 알뜰해지면서

셀폰 비용도 비용이지만, 매달 꼬박꼬박 내야하는 전화요금도 아까운지

정작 셀폰이 꼭 필요하면, 오빠 셀폰을 빌려서 외출을 하곤 해서

대학생이 된 막내 역시 아직 셀폰이 없다.

 

 

 

 

우리 부부도 셀폰이 없긴 마찬가지이다.

늘 셀폰을 끼고 사는 지인들은 셀폰없이 어떻게 이 복잡한 세상을 살고,

거기다가 편하게 무료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카카오톡 없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따지듯이 물어 보시기도 하고  그리고 여러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연락을 할 때에

우리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야하니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큰 민폐를 끼친다고 불평을 하신다.

이렇게 곱지않은 시선과 조여드는 압박에도 곧 셀폰을 장만 할 계획은 아직도 없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1980년대 초반부터 뉴욕본점에서 IT network 엔지니어로 일을 할 때에

하루 평균업무량은 12-15시간은 보통이고,

모든 은행업무가 완전히 전산화로 변경된 프로그램에 이상이 생겨서

그날 마감을 못하게 되면 다음날 은행업무를 시작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오기에,

마감 프로그램이 잘 돌아 갈때까지그저 사무실에서 먹고 자기 일쑤였고,

평일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늘 커다란 워키토키같은 삐삐를 차고 몇년을 보냈었다.

그래서 수시로 아무때나 울리는 그놈의 삐삐는 내게는 큰 족쇄이자 웬수같은 존재여서

일부러 어디가서 슬쩍 버리고 오고 싶은 유혹에 자주 빠지곤 했다.

 

그 후로부터는 오랫동안 큰 스트레스 요인이었던 삐삐가 진화한 셀폰이 그리 달갑지도 않을 뿐더러

셀폰없이도 별 불편없이 멀쩡하게 잘 살아오기도 했고,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전화나 메시지로

하던 일이 끊기기도 하면서 잦은 Interruptions이 성가시고,

그리고 누가 연락을 취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집에 있는 멀쩡한 전화로 언제나 통화가 가능하고,

설령 부재 중이라도 아직 잘 돌아가는 answering machine 에 메시지를 남겨두면

남겨 둔 메시지에 따라서, 그리고 나의 스케줄에 따라서 편하게 답을 하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요즘엔 예전과 달리 셀폰이 전화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형 노트북과 같은 기능을 갖추었기에, 언제 어디서라도 늘 인터넷으로 연결이 되어서

우리의 삶을 24시간 온통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셀폰중독에 깊이 빠져서 살고 있다.

하물며 가족이 오랜만에 모여 앉거나, 친척과 친구들이 모여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기 보다는, 다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흔해지고,

음악회나 연극, 오페라공연을 가도 커텐이 채 내려가기도 전에,  

하나같이 일제히 스마트 폰을 켜서, 위에서 내려다 보면 온통 푸른 빛으로 그득한 것을 보면서

내 자신도 평범한 속물이기에 한번 스마트 폰의 달콤한 맛을 보면

금방 그 마력에 빠져 드는 건 시간 문제이기에,

최대한 시간을 늦추어서 대단한 스마트 폰의 노예로 전락하고 싶다.

 

 

 

 

우리가족이 외계인 취급받는 두번째 이유는 타고 다니는 차에 GPS 가 없다는 데에 있다.

중증의 길치인 남편은 gps 를 한동안 사고 싶어서, 이것 저것 알아 보기도 했는데,

1년 반 전에 캐나다 동부로 여행을 가면서 렌트카에 붙어 있는 GPS를 작동했지만,

동서남북 방향감각도 없는 길치에다가, GPS 에서 일러주는대로 바로 바로 동작으로 옮기는

순발력도 떨어져서 오히려 더 혼란을 초래해서, GPS 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잃어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자화자찬같지만, 길눈이 유난히 밟고, 기억력과 순발력이 좋은 편인 나는

집을 떠나서 멀리 여행지에 가면 으례히 차를 빌려서 생소한 지역이지만

지도와 도로의 표지판으로도 차를 몰고 무난히 목적지까지 가곤 해서

GPS 역시 아직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차 안에 여전히 지도가 빽빽히 들어 있다.

얼마 전부터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이제는 커다란 돋보기까지 준비되어서 두려울 것이 없다.

 

 

 

 

그리고 세번째 이유는 우리 부부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나나나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골프가 부유하고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아무나 큰 경비들이지 않고, 시내에도 골프장이 있어서,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골프 신발만 있으면, 일상복으로 편하게 차려입고 편하게 부담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다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북미에 사는 한국사람들은

유난히 골프광들이 많아서, 어느 모임에만 가도 늘 그 집의 커다란 티비는 골프채널에 고정이 되어있고,

그리고 둘러 앉아서도, 또 골프얘기롤 꽃을 피우고,

여름 내내 대회 이름과 주최단체만 바뀌고, 매주 골프대회가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우리처럼 골프를 치지 않으면, 남들과 대화거리도 없을 뿐 아니라

아는 사람들 모두가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해서, 골프시즌 중에는

주말이나 저녁시간에 비가 퍼붓지 않으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엄두도 못낸다.

 

주위의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골프를 배우라고 권유를 해 왔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한 이유는 우선 골프는, 특히 한국사람들과 함께 치게 되면,

둘 다 거의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나가 있어야 하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장애아들을 포함해서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안 그래도 주말에 해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쌓여서 그렇게 긴 시간을 낼 수도 없었고,

그리고 남들과 시간을 미리 예약하고 약속을 해서 만나야 하는 자체도 번거로웠다.

대신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짬이 나는대로 혼자서 즐길 수 있기도 하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등산, 자전거 타기나 걷는 것을 자연적으로 선호하게 되다보니

중년이 되면 다들 치는 골프채를 아직 한번도 휘둘러 보지 못했다.

 

 

 

 

아직 셀폰이나, GPS의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흔해 빠진 골프장에 나가고 싶지 않지만,

나 혼자서만 커다란 세태의 흐름에 밀리지 않고 얼마나 버틸지는 내 자신도 장담을 할 수 없지만,

분명 좋은점이 다분히 있지만 반면에 우리의 삶이 필요이상으로

셀폰이나 최신전자제품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생겨나는 문제점 또한 심각한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아직도 문명의 이기의 도움없이 큰 불편없이 살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머리에 감사하면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외계인으로 살고 싶다.

 

 

 

 로키산맥에 위치한 밴프 국립공원에 위치한 밴프 스프링스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