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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노동절 연휴 & 인간관계...

by Helen of Troy 2013. 9. 3.

작년 9월 16일에 우리집 정원에서 담은 가을의 아름다운 꽃들입니다.

 

 

 

매년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9월 첫 월요일을  Labor Day(노동절) 국경일로 정해 놓았습니다.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제외하고는 합리적인 이네들의 발상대로 특정한 날을 국경일로 정해놓기 보다는

특별한 날에 가장 가까운 시기에 무슨 무슨달의 몇번째 금요일, 혹은 월요일을  국경일로 결정해서

모든 국민들이 덕분에 3일 연휴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법으로 지정했습니다.

 

 

 

 

 

따라서 매년 9월 첫 월요일로 정해진 노동절은 올해는 9월 2일에 돌아옵니다.

이 Labor Day Long Weekend 라고 흔히 불리우는 이 연휴는 여름방학의 끝자락에 붙어서,

학생들이나 대부분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휴식, 방학, 휴가를 상징하는 여름이 지나가고,

학생들에겐 한학년씩 올라가는 신학기가 시작되고,

직장인들에겐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복귀하는 전환점이 되는 아주 특별한 황금주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캠핑여행 등 야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이 연휴기간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캠핑, 낚시, 등산여행을 떠납니다.

한편, 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은 친척들이나, 친구들을 초대해서 뒷마당에 옹기종기 모여서

가장 손쉽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바베큐 파티를 열어서

무더운 낮보다 시원한 저녁에 모여서 밤 늦게까지 수다꽃을 피우면서 여름밤을 세우면서

여름과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우리가족은 집안 사정으로 올해 노동절 연휴는 위에 처럼 늘 하던 방식과 달리 보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공연이 없는 7-8월동안 집에서 머물면서 아르바이트 하던 딸이

오케스트라 시즌오픈에 맞추어서 일터가 있는 곳으로 떠나기로 되어 있고,

1년간 안식년으로 오랫동안 24시간 집에만 있던 남편도 직장으로 돌아가고

얼마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막내딸의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오늘과 내일에 걸쳐 있어서 가족여행은 이미 접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에 너무나 급작스럽게 직장이 정해지는 바람에 짐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떠난 딸은

지난 주 내내  남편과  함께 필요한 간단한 가구도 사고, 못 챙겨난 소소한 짐을 차근하게 꾸린 후에

토요일에 커다란 U-Haul 트럭을 빌려서 그 안에 꾸겨 넣어갈만한 짐을 그득 실고는

일요일 새벽 5시에 아주 먼 길을 떠나게 되어서 바베큐 파티도 건너 뛰게 되었습니다

 

 

 

큰딸과 남편이 떠나가고,

하루에 몇차례 자기의 존재를 알리듯이 큰소리로 떠드는 복덩이 아들도 제 방에서 쥐죽은 듯이 있고,

늘 종달새처럼 쉬지않고 지저귀면서 집안 분위기를 잘 띄워주는 분위기메이커 막내딸마저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서 집을 나가버리자,

집은 이상하리만치 물리적으로 조용할 뿐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고독이 스물스물 차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평소보다 더 맘이 허전하고 외로운 이유가 가족과의 이별만이 아니라

늘상 친하게 가족처럼 지내던 앞집 부부는 한달 전에 이사를 갔고,

옆집부부와는 이유도 모른 채 소원해진 까닭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옆집에 사는  이웃과는 새동네에 입주한 후로 서로 초대해서 저녁 식사도 자주 하고,

와인을 좋아하는 남편끼리는 좋은 와인만 생기면 서로 부인의 눈치를 보면서 둘이서 와인을 마시기도 하면서

참 친하게 지내오던 사이였는데 작년말부터 조금씩 왕래가 뜸해지더니

올해에 들어서는 우리집에서 함께 두번 식사를 했을 뿐이어서 내심 서운하던 차였습니다.

 

7년 전에 이사를 왔지만 아직도 뒷마당 조경공사를 하지 않았던 옆집은

올해 드디어 계획하던 공사가 6월부터 시작되었고, 그리고 그 공사가 끝나면

그동안 친하게 지내다가 이사를 간 앞집 부부 송별회겸 완공 파티를 열겠다고 큰소리로 선언을 했었습니다.

 

 

원래 계획보다 완공이 많이 늦어진 조경공사가 드디어 끝난  바로 다음날에 계획했던 파티가 옆집에서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파티가 열린 토요일 저녁에 옆집 앞에 주차된 많은 차의 숫자와

밤 새 신나게 떠드는 소리로 많은 사람들이 이 파티에 초대 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정작 꼭 초대한다고 장담을 하던 우리 부부와 앞집 부부는 그 파티에 초대되지 않았습니다.

밤 늦게까지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그날따라 더 크게 들리고, 신경을 자극한 이유는

소음 그 자체보다, 그 소음은 마치 우리가 믿고 아끼던 우리의 특별한 관계의 끝을 확인시켜 주는

무겁고 암울한 장송곡으로 들렸기 때문일 겁니다.

 

 

 

내 마음이 이토록 서운하고 무거운데, 신나는 파티가 열리고 있을 때에 멀리 떠날 딸의 이삿짐을 꾸리고 있던

남편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어서 내속이 더 아립니다.

어릴 적부터 친구를 참 좋아해서,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평소에 정기적으로 안부 연락도 먼저 하고

내 눈치를 보면서까지 술친구들을 집에까지 자주 데리고 오곤 하는 남편과 옆집 아저씨는

처음 만나자부터, 죽이 너무도 잘 맞아서, 옆집 아줌마가 장난삼아 둘이서 사귀는 연인같다라고 질투를 할 정도로

짝꿍처럼 딱 붙어서 친하게 지내오던 사이였습니다.

 

 

 

무슨 연유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대놓고 공개적으로 이렇게 따돌림을 받고 무시당한 남편은

겉으로 싫은 내색도 하지 않고, 불평 한 마디도 안하고, 묵묵하게 늦게까지 짐을 트럭에 실었지만

나보다는 정이 많고 그래서 정에 약하고 마음도 여린 남편에게는

한동안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일요일 새벽에 떠나는 남편을 그냥 웃으면서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말로만 배웅을 했습니다.

 

 

 

사람의 관계는 우리가 남들과 더불어 살면서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서 온 세상을 얻은 것처럼 마냥 행복하고 우쭐하다가도,

또 그로 인해서 큰 상실감과 배신으로 오랫동안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합니다.

 

사람의 관계로 속을 끓이게 되면, 흔히들 '그 사람과의 인연은 처음부터 여기까지가 한계야."

라고 자위를 하기도 하면서 상처를 달래곤 합니다.

하지만 붙일땐 간단하지만, 개운하고 깔끔하게 떼어 낼 수 없는 것이

사람들과의 정이자 믿음이기에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살면서 한 두번 겪는 일도 아닌데도,

다른병처럼 면역주사로 든든하게 예방조치도 못하고 이런 일이 닥쳐 올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한동안 마음의 열병을 심하게 앓는 일이 종종 앓곤 합니다.

 

아침에 뜨거운 커피 한잔을 한곤에  며칠 전에 산 릴케의 시집을 다른 한 손에 들고

올해 찬란했던 여름을 고이 배웅하고, 서서히 가을이 다가오는 가을을 맞이 하려고

눈부신 아침 햇살이 그득한 뒷마당에 나가서 편한 의자에 걸터 앉아 보았습니다.

 

봄부터 흙을  골라주고, 퇴비도 추가 해 주고, 씨를 뿌린 후에도

정기적으로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벌레도 잡아주면서 보살피고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풍성한 수확과 커다란 기쁨과 보람을 안겨다 주는 정원은

이번에도 사람에게서 얻은 상처를 치유해 주는 직방 특효약 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래서 봄이 되면 만물이 다시 소생하듯이

우리들의 관계도 언젠가는 새롭게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는 희망의 줄을 놓지 않으렵니다.

 

키운지 10년 만에 첫 꽃을 피워서 한동안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던 호야꽃이

이제는 매년 시도때도 없이 올해는 약 80송이를 6개월째 피고 지면서

지저분하게 떨어진 꽃을 치으느라 관심을 커녕 푸대접을 한 호야꽃이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답고 향기도 너무 그윽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