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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동짓날엔 역시 팥죽을 먹어야.. (2013 Winter Solstice)

by Helen of Troy 2013. 12. 23.

 

 

 올해 동짓날에 만든 팥죽

 

지난 12월 21일 토요일은 일년 중 가장 밤의 길이가 길다는 동지이다.

영어로는 Winter Solstice라고 부르는 이 날은 정식으로 겨울이 시작하는 첫 날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새알심을 좋아하기에

찹쌀가루를 익반죽해서 넉넉하게 넣어서 팥죽을 쑤었다.

 

 

캐나다의 북반부에 위치한 우리 동네는 대부분의 다른 주요 도시보다

해가 훨씬 늦게 뜨고, 해가 지는 시각도 빨라서 상대적으로 낮의 길이도 무척 짧다.

올해 동짓날인 토요일 우리 동네의 일출시간은 오전 8시 48분이었고

일몰시간은 오후 4시 16분으로 낮의 길이가 고작 7시간 27분에 불과해서

아침에 등교를 하거나 출근을 할 때도 컴컴하고 퇴근을 할 즈음에도 컴컴하기는 마치가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캐나다에서도 특히 추워서,

영하 20도 이하가 되야지 추위라고 간주할 정도로 유난히 춥고

그 기간도 11월부터 3월 말까지 계속되어서 지겨울 정도로 길기 까지 하다.

더구나 올해처럼 11월부터 지금까지 약 90 cm 의 눈이 내려서 몇달을 단조로운 무채색 설국에 살기에

벌써 한달 이상 영하 20-30도 추위 속에 지냈는데, 이제서야 겨울의 첫날이라고 생각하니

무거운 마음에 우선 한숨부터 저절로 나온다.

 

 

 

 

세상 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흔히 말들을 하는데,

이렇게 동장군의 위력이 대단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바깥 기온이 영하 30도에 50cm 눈이 내려도, 3주에 걸쳐서 주말에 공연한 연주회의 객석들은 빈틈없이 채워졌고,

큰딸이 속해 있는 오케스트라와 다양한 출연자들이 참가해서

이번 주말 목요일부터 4회에 걸쳐서 열린 크리스마스 트리 공연회도 역시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씨에 연연하지 않고, 평소대로 생활한다.

 

 

올해 김장으로 담은 시원한 동치미 국물도 곁들여서...

 

그리고, 눈이 엄청나게 내려도, 정해진 룰대로 48시간 내에 집 주위의 눈을 덤덤하게 치울 뿐 아니라

가족들이 나와서 언덕에서 썰매를 타거나, 공원의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하키를 즐기고

크로스 컨트리 스키도 즐기고, 그 옆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자전거 매니아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요즘처럼 연말 연시에는 각종 행사, 파티, 페스티발을 비롯해서, 개인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길고 추운 겨울에 굴하지 않고, 신나고 지혜스럽게 겨울을 보내는 모습에서 힘을 얻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

 

 

 

 

동짓날 아침 느즈막하게 낮게 뜬 태양

 

그러다가도 참는데 한계에 부닥치면서, 소위 캐빈피버(cabin fever)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겨울에 낮의 길이도 짧고, 살인적인 추위로, 바깥에 나가서 활동하는 시간이 줄어 들면서

햇빛을 쬐는 시간도 줄어 들면서, 일종의 우울증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작은 공간에 갇혀 있는 불안감이 생기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휴가나, 1월 2월 중에 보통 1주일 정도

햇볕이 따스한 멕시코, 카리브 해안, 쿠바, 하와이, 아리조나 등으로 여행을 다녀 오는 일이 보편화되어있다.

우리 가족도 매년 어디로 내뺄까, 지도를 펴 놓고, 궁리를 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렇게 며칠간 따스하고 환한 햇볕을 잘 쪼이고 오면 설국의 멜랑콜리를 떨쳐내고

추위에 오그라든 몸과 마음을 잘 충전해서 남은 겨울을 잘 버틴다.

 

 

하지와 동지에 수많은 관광객들과 Druids 들이 영국의 스톤헨지에 몰여 와서 붉게 뜨는 태양을 지켜 보면서 동지를 맞이한다.

 

 

비록 동짓날이 겨울이 시작하는 첫 날이지만,

한편으로 이 날을 기점으로 일년 중 가장 낮이 짧은 날은 뒤로 하고,

매일 점점 일조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기도 해서

마냥 부정적이고, 저주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행스럽고 희망적으로 받아 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불평을 하기 보다는 맘을 다잡아 먹고, 부엌으로 가서 팥을 평소보다 두배로 담구어서 불린 후에

동짓날이면 꼭 챙겨먹는 팥죽을 제일 큰 냄비에 넉넉히 쑤어다가,

가족과 함께 호호 불어 먹으면서 올해 겨울을 웃으면서 시작 해 보았다.

 

 

 

 

마음이 무겁고 우울 할 때는

역시 맛난 (특히 달달하고, 뜨겁고, 매운)음식을 배불리 먹고,

신나게 수다를 떠는 것이 직효약이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붉은빛의 팥죽을 푸짐하게 드시면서,

올해 액땜을 제대로 하시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죽 들이키시면서

쌈박하게 새해 맞이 하시길...

 

 

 

 

 

03 - The Christmas Song.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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