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와서 뜨게질로 만든 모자
한국에 도착한 이틀 후에 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서 편한 옷차림으로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서초 지하철 역으로 걸어갔다.
동대문 역사 박물관역에서 내려서 새로 생긴 전시회장 구경에 나섰다.
큰아이는 판타지 구경을 가고...
남편은 도자기 전시장으로,
막내와 나는 쇼핑하러...
드디어 오랫동안 와 보고 싶었던 청계천으로...
사진찍기가 취미인 막내는 연신 셔터를 누르고...
이렇게 아름답게 변신한 모습이 참 흐뭇하고
서울에 가 볼만한 명소가 되어서 자랑스럽다.
근데, 참 덥다...
그저 시원한 그늘을 찾아 가고 싶기만...
시원한 물소리에 잠시 더위를 잊기도...
모전여전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모습을
막내의 카메라에 담았을 때만 해도, 분명히 내 머리에 있던
저 아이보리 모자....
한국 여행에서 돌아와서 이틀 후에 큰 시누이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서 내게 빌려 준 모자의 행방을 물어 보셨지만,
정작 그 모자를 쓰고 간 나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시누이는 얼마 전에 새로 맞아 들인 며느리가
외국여행에서 사 준 첫 선물이라면서 아주 아쉬워하셨고,
나는 연신 전화에 대고 주눅들린 목소리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되돌려 보려고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추적해 보니
청계천에 가는 날 이 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 2장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그 후로 동대문 시장과 평화시장을 저녁까지 여러 군데를 돌아 다닌 탓에
정확하게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이번 여행중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시누이님에게
고맙고 죄송한 맘을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
우선 집에 있는 털실을 사용해서 정성을 담아서 직접 손뜨게질을 해서
모자를 하나 얼른 만들어서 보내 드리기로 했다.
우선 털실 바구니를 뒤져서 위에 실로 정했다.
Knob Hill 회사의 모헤어 혼방실이다.
잃어버린 시누이의 모자에 큰 꽃이 달린 것이 기억이 나서 코바늘로 일단 꽃부터 만들어 두고...
잃어버린 모자가 아이보리 색상이어서 아이보리에 가까운 밝은 색상의 털실을 주로 사용했고,
브라운과 초록 털실로 모자의 테를 만들어서 포인트를 주었다.
알바를 간 전속모델 막내딸 대신 큰딸이 수줍게 모델을 서 주었다.
미리 코바늘로 만들어 둔 꽃들을 모자에 달아 보았다.
혹시 꽃이 맘에 안 드시거나,
입는 옷에 따라서 꽃을 띄었다 붙였다 할 수 있게 작은 옷 핀으로 고정을 해 두었다.
하루만에 이렇게 잃어버린 모자와 비슷하게 완성을 했다.
하지만, 왠지 모자 하나만으로 부족한 것 같아서
내친 김에 비슷하지만, 다른 분위기가 나는 모자를 하나 더 만들어 보기도 했다.
화사하며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털실을 바구니에서 골라서...
뚝딱, 이렇게 두번째 모자를 만들어 보았어요.
역시 큰딸이 모자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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