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에 나오는 사진들은 셀폰과 실제 대화의 죽음이라는 주제로
베이비케익스 로메로씨가 찍은 사진작품들이다.)
서서히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 오면서
서서히 크리스마스 선물 리스트 작성에 들어가는 시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 내 생일까지 겹쳐서,
가족들이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잘 생각했다가 귀띰을 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잠시 희망사항들을 나열하면서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두 세가지 현실적인 아이템으로 좁혀졌다.
그 중 하나가 요즘 애나 어른이나 누구나 다 손에 달고 사는 셀폰이다.
오랫동안 IT 엔지니어로 일을 하면서 얻은 직업병 탓인지
일렉트로닉스나 컴퓨터 기기를 기피하는 증세가 생긴 나머지
셀폰의 편리함과 유용함을 누구보다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의 일상을 방해받기도 싫고,
내가 어느 장소에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상관없이 걸려 온 전화나 문자 멧시지에
응답을 조속하게 일일이 해야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
여지껏 그 흔한 셀폰없이 잘 버티고 살아왔다.
그런데 점점 셀폰없이도 잘 사는 나를 외계인이나 미개인으로 취급을 하거나,
어느 단체에서 연락을 취할 때에 나 한사람때문에 한꺼번에 나가는 문자 대신에
번거롭게 전화를 해야 한다고 불평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지인들이 의사소통을 점점 카톡에 의존하고 있는데 반해서
카톡을 해 본 적도 없고, 문자를 받은 적은 있는데, 보내 본 적도 없이
아날로그 시대를 고수하면서 집에 붙박이 전화나 응답기에 의존하다 보니
인간관계까지 껄끄러워짐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우리가족 중에 셀폰을 제일 먼저 장만한 사람은 큰 딸로
대학교 4학년 때에 친구들과 함께 세든 집에 전화가 없어지자
하는 수 없이 또래 친구들보다 아주 늦게 셀폰을 장만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복덩이 아들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교로 진학하면서
버스와 지하철을 두번 갈아 타고 통학을 하게 되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가족 중에서 두번째로 장만을 했는데,
초창기에 몇번 사용한 후에 다행히도 그리 급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아서
거의 매월 사용료만 꼬박꼬박 내면서 통신회사 좋은 일만 해 주고 있다.
그리고 남편, 나 그리고 대학교에 다니는 막내딸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직도 셀폰없이 큰 불편없이 살고 있고, 당장 셀폰을 사야겠다는 계획도 없다.
살다 보면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 셀폰을 쓸 일이 반드시 생기고,
그리고 점점 셀폰의 기능이 눈부시게 발전을 해서
이동전화의 개념에서 이동컴퓨터로, 심지어 한 개인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존재로 부상하고 있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게 마련이고,
편리하고 간편하고 빠르고, 다양한 기능으로 24시간 지구촌 구석구석을 리얼타임으로 연결해 줄 뿐 아니라
손가락 터치로 많은 업무를 한꺼번에 해결해 주기도 하는 달콤하고 강한 장점이 있다면,
점점 인간과 인간 관계와 소통이 단절되고,
손바닥만한 기계에 점점 의존을 하면서 생각할 여유을 읽어가고,
시답지않은 잡다한 통화와 문자가 삶의 패턴을 무너뜨리고,
침묵의 시간과 맘과 머리를 비우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가 불가능하게 되면서
셀폰의 파워에 눌려서 노예로 전락할 수 있는 부정적인 면도 있어서
양면성이 뚜렷한 문명의 이기이다.
여기에 담긴 사진의 모습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미지이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임을 누구나 다 인정하고 공감한다.
마약처럼 셀폰의 유혹에 한번 넘어가면 셀폰없는 삶으로 돌아가기 힘든 것도 유추할 수 있어서
언제고 나도 셀폰을 장만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때까지 셀폰없이도 큰 불편없이 살아 왔기에
그 시기를 가능한한 뒤로 미룰 생각으로 지내왔다.
과연 올해 말에 우리삶의 필요악으로 자리잡은
파워풀한 셀폰을 장만하는 것이 현명할까?
판도라 상자 안에 도대체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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