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복숭아 플랜 생일 케이크
점점 나이가 들면서 어릴 때처럼 생일날을 손꼽아 기다리기 보다는
어느덧 부담스럽고, 우울하고 피하고 싶은 날이지만,
온 가족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시간을 쪼개서, 특별한 날을 선사해 주어서
기분좋게 생일을 편하게 맞이했습니다.
막내와 남편과 함께 알버타 대학교 근처에 있는
분위기 좋고 커피와 피자맛이 좋은 카페에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나폴리 스타일로 피자 반죽이 아주 얇은 피자 맛으로 잘 알려진 이 카페에서
당연히 겉은 바삭하고 깔끔한 맛을 주는 피자와 야채 파니니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오랜만에 생일에
내가 아닌 남이 해 준 음식을 편하게 푸짐히 잘 먹었습니다.
막내딸이 미리 준비해 둔 생일선물을 내밀었습니다.
색다르게 포장된 선물을 풀어보니
좋아하는 forever nuts & pink flamingo 차와
직접 그린 생일카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막내딸이 학기말 시험이 끝나자마자
지난 주말부터 매일 9-10 시간씩 알바를 하고 늦게 집에 와서 몸이 아주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어젯밤에 늦게까지 책상에 구부리고 앉아서 열심히 뭔가를 끄적거리더니
바로 아주 특별한 수제 생일카드을 그리고 있었나 봅니다.
포장지를 풀어 보니 좋아하는 시인 라스뮤센(Matt Rasmussen)씨의 'Black Aperture' 시집...
그리고 오른쪽에는 복덩이 아들이 남편과 함께 서점에 가서 직접 고른 쿠키 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늘 가족의 생일이면 으례이 직접 집에서 만든 생일케이크로 자축을 하지만,
내 생일이면 별 수없이 시내에서 소문난 베이커리에서 사 온 블루베리 복숭아 flan 케이크로 대신합니다.
식구들이 엄마표 생일케이크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좀 서운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으쓱해 지기도 합니다.
한살을 더 먹었지만 영원히 39세의 여인으로 남고 싶은 못 말리는 아줌마의 생일 케이크엔
케이크 위에 점점 초들이 케이크의 면적이 좁을 정도로 빼곡하게
50을 넘기고서는 매년 촛불이 하나만 달랑 꼽아 두고
남들이 봐도 몇살이 되는지를 알리고 싶지 않은 허영기를 부려 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한번 더 유치하게 믿으면서
다음 생일까지 39세인양 씩씩하게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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