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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첫눈이 내린 날...

by Helen of Troy 2015. 11. 30.

 

 

수요일 첫 날 오후에 약 15 cm 가 소복히 내린 앞마당...

 

동토의 나라 캐나다 울동네는

보통 11월부터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고,

단풍이 다 떨어지고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벌거벗을 즈음인

10월 말이면 첫눈이 한바탕 퍼 부어서

온통 흰 눈으로 덮인 설국으로 둔갑을 시킨다.

 

수요일 밤 사이에 약 10 cm가 더 내린 앞 마당

 

 

그런데, 올해는 한 두번 눈이 내렸지만, 곧 녹아내려 버렸고,

예년보다 한달 이상 늦게 첫 눈다운 첫 눈이 지난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에 걸쳐서 약 27cm가 내렸다.

올해는 일찌감치 그동안 벼르고 있던 눈치우는 기계를 사 두었는데,

눈이 내리기만 하면, 우연이기는 해도 때 맞추어서 집을 떠난 남편 덕분에

불행하게도 아직 기계 사용방법을 모르는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늘 하던대로

삽을 꺼내서 무거운 눈을 힘껏 미는 수 밖에 없었다.

 

수요일에 내린 눈은 학교에서 일찍 돌아 온 막내딸이

영하 10도의 날씨에 강풍으로 체감온도가 영하 16도에 추위에 불구하고

1시간에 걸쳐서 말끔하게 치워 주었고,

그 후 계속 내린 눈은 저녁을 먹은 난 복덩이 아들이 일찍 해가 져서 깜깜한 시간에

말끔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한쪽으로 눈을 밀어 주어서

감기로 고생하는 엄마 대신에 눈을 치워 주었다.

 

 

아침 8시에 출근하기 전에 저 뒤 가운데에 있는 가로등부터...

 

그 다음날도 계속 눈은 내려서 언제 눈을 치웠나 싶을 정도로 다시 쌓였지만

두 아이들 다 일찌감치 등교와 출근을 하기도 하고, 막내는 밤 9시까지 수업이 있어서

다음날 내린 눈은 그냥 모른채 외면하고 싶었지만,

눈은 자동차 바퀴나 사람 발자국이 생기기 전에,

그리고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눈 치우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익히 알기에

평소보다 두세배로 더 껴 입고 두르고 중무장을 한 다음에 혈투를 벌리러 가는 양

두 손을 불끈 쥐고 9시에 대문을 나섰다.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전날보다 기온은 여전히 쌀쌀한 영하 11도였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삽을 들고 눈을 치우려고 보니

누군가가 벌써 집 앞에 놓인 사람들이 다니는 보도를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저 앞 푸른 electric box 까지 긴 우리집  앞 sidewalk를 말끔히 치워 주시고 출근을 하셨다.

 

 

우리 동네는 긴 겨울기간 눈이 내리면,

공유지인 차도나 큰길, 산책로는 도시에서 눈을 치워 주지만,

개인 주택 앞의 보도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눈이 내린 후 48시간 내에 눈을 치워야하는 법규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빠서 집 앞 드라이브웨이는 치우지 못하더라도

일단 집 앞 보도는 말끔하게 눈을 치워서 그 길을 사용하는 행인들이 편하게 다니게 해 준다.

 

아마도 우리집 앞길에 쌓인 눈을 치운 분은

바로 옆집에 사시는 Jim 아저씨이리라.

이분은 60대 초반으로 치과의사이신데, 눈이 내리면, 늘 삽으로 힘들게 치우는 나를 보면

출근하느라 아침에 바쁠텐테도, 이왕 snow blower 엔진을 켰으니,

전혀 괜찮다고 하시면서, 아직 덜 치워진 눈을 재빨리 치워 주시고는 출근을 하시곤 하는데,

이날 아침도, 내가 감기가 걸린것을 아내에게 듣고서는,

출근 전에 긴 집 앞 도보 길을 말끔히 치워 주셨나 보다.

 

한꺼번에 다 치우긴엔 힘도 들고, 추워서

세번을 들락날락하면서 삽으로 열심히 눈을 퍼 나른 후에야

눈치우기 작업을 드디어 끝내고 들어와서, 따끈한 핫초콜렛으로 몸을 녹였다.

 

집 앞의 라일락 나무는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보랏빛 꽃 대신에 하얀 눈꽃이

 

 

혹독한 추위가 매섭기만 한 캐나다 설국의 긴 겨울도

이런 훈훈한 이웃들이 주위에 있기에

의연하게 잘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함박눈이 처음 내린 11월 3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