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0일 사스카추언 강가에서...
내일이 일년 중 가장 낮의 길이는 짧고,
대신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Winter Solstice)입니다.
위도가 상당히 높은 캐나다의 설국에서는
어느곳보다 유난히 밤이 긴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날은 동토의 동네에서는
최악의 조건을 갖춘 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 암흑의 밤이 이날부터 서서히 짧아지고,
고마운 햇님과 만날 시간이 그만큼 매일 길어진다는
반가운 날이기도 합니다.
2013년 추운 겨울 해질 무렵 하늘에 걸린 초승달...
지난 주에 읽었던
좋아하는 앤 포터님의
하이쿠처럼 군더더기없이 간결하지만,
평화로운 겨울의 정경을 그린
'겨울 노을' 시를 다시 한번 음미하면서,
짙은 암흑에서 한걸음씩 밝은 곳으로 향해 봅니다.
Winter Twilight
Anne Porter
On a clear winter's evening The crescent moon And the round squirrels' nest In the bare oak Are equal planets.
우선 읽는 분들의 관점과 감정으로 해석을 하실 수 있도록
아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시의 한글 번역은 잠시 미루어 둡니다.
여류시인 앤 포터는 1911년에 미국 마세추세츠 주 셔번에서 태어나서
명문 여자 사립대학교 브린 모어 칼리지와 랏클리프 칼리지를 졸업했다.
대학교 졸업 후에 화가인 페어필드 포터씨와 결혼을 해서
예술적이고 자유분망한 가정환경 속에서 다섯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그녀는 틈틈히 글쓰기를 했다.
1975년에 그녀의 남편이 작고한 후, 60대가 되서야
그녀는 시쓰기에 전념하기 시작해서
1994년, 그녀가 83세가 되던 해에 그녀의 첫 시집
"An Altogether Different Language"가 출판되었고,
이 시집은 그해 내셔날 서적상 수상후보에도 올랐다.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2006년에 그녀가 95세에
두번째 시집인'Living Things: Collected Poems" 를 출판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문학주간지 "Publishers Weekly" 회사의 편집자인 데이빗 샤피로씨는
"포터의 시를 짧고, 간결하고 일상적인 plainsong 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녀의 시는 마치 가스펠 송이나, 포크송처럼
우리의 불투명한 마음에 깊숙하게 자리한다." 라고 평을 했으며,
'Oxford Book of American Poetry' 출판사의 편집인 데이빗 레먼씨는
"그녀의 특출한 재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대단한 시인이다." 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시쓰는 일을 아주 늦게 시작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창작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스스로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 인생의 끝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라고 대답을 했다.
앤 포터씨는 가족과 함께 살던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2011년도에
향년 100세에 세상을 떠났다.
평생 좋은 아내로,
다섯 자녀에겐 다정한 엄마로 살다가
80대에 첫 시집을 출판해서
90대 후반까지 시작을 게을리 하지 않은
앤 포터 시인 덕분에
엊그제 한살 더 먹었다고 조금 위축되었던 자신이
오히려 부끄러워지면서
서서히 다가 올 따스한 봄을 기다리면서
나도 꿈꾸어 오던 일에 다시 정진할 힘을 얻는다.
마침 내일 동짓날이어서 식구들이 다 좋아하는 팥죽을 만들기 위해서
넉넉하게 팥을 물에 불려 둡니다.
2014년 12월 영하 25도의 사스카추언 강가의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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