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5일 집 뒤에서...
올해는 예년보다 눈이 반도 오지 않아서
눈 치울 수고는 덜 하지만,
겨울의 정취는 덜 느껴지는 걸 보면
설국의 겨울은
그래도 온천지가 하얗고 제대로 추워야 그 멋이 풍겨지나 보다.
앞 마당에 노르웨이 단풍나무와 야생풀에 하얀 눈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그렇게 어정쩡하고 변덕스런 날들이 계속되다가
수요일엔 구름 한점없이 파란 하늘이 사방에 펼쳐진 지평선을 그득히 채우면서,
나뭇가지에 예쁘고 탐스러운 눈꽃이 피어서
안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암담해서 우울하던 차에
옷을 잘 껴 입고 집 뒤에 있는 커다란 보호지역 겸 공원으로 향했다.
집 담 옆에 서 있는 꺽다리 포플러 나뭇가지에도 눈꽃이...
집 뒤 호숫가에도 긴 그림자를 드리운 나뭇가지에도..
All that is gold does not glitter,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
The old that is strong does not wither,
Deep roots are not reached by the frost.
― J.R.R. Tolkien, The Fellowship of the Ring
반짝거리는 것 전부가 황금이 아니고,
방랑하는 이들이 모두 길을 잃은 것도 아니리라;
강건한 노인들도 쉽사리 노쇠하지 않고,
깊게 내린 뿌리는 서리에도 끄덕 없으리라.
(한글번역: Nancy Helen Kim©)
얼어붙은 호수는 고즈넉하기만...
눈꽃을 핀 나무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지나가는 행인을 반겨준다.
수많은 전나무 needles 에 빽빽하게 채워진 눈으로 힘겹게 걸려 있기도...
재작년에 심은 나뭇가지에도 탐스럽게 핀 눈꽃...
조그만 강이 흐르는 보호지역으로...
사람과 짐승의 발자국들이 함께...
누군가가 긴 겨울동안 이곳에 서식하는 새들을 위해서 걸어 놓은 birdfeed(새모이)를
얌체스럽게(?) 실례하는 다람쥐..
Blizzard
겨울에 핀 눈 벗꽃
강은 두달 전부터 꽁꽁 얼어붙어서 그 위로 사람들이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타기에 좋은 코스로...
평소에는 강 반대편으로 건너 갈 수 없다가
단단하게 얼어붙은 강 위를 걸어서 오랜만에 반대편 강가로 올라 가 보니
새롭게 펼쳐지는 모습도 보기 좋다.
강 줄기가 셋으로 나누어 지는데 그 중 제일 좁은 줄기를 따라서...
이 강줄기 역시 강둑 경사가 가파라서 내려오지 못하던 곳 위를
뽀드득거리며 강 위를 맘놓고 걷다가,
여전히 그 아래에서 졸졸 흐르는 물을 보고서야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조심하면서도
동토에도 조금씩 조용히 봄이 다가 온다는 희망에 발 걸음이 가볍다.
평소에 한번도 가 보지 못했던 곳을 이렇게 조용하게 걸어 갈 수 있어서
끝까지 걸으면서 내내 무엇이 펼쳐질까 기대감으로 부풀렀다.
점점 이런 곳이 군데군데 보여서 빠질까 두려워서 다시 오던 길로 돌아서서...
눈이 아름다운 사이좋은 눈사람 커플..
다투고 멀찌감치 뻘쭘히 서 있는 커플 넘버투
Winter Trees
By William Carlos Williams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집 담벼락에서 호위병처럼 수직으로 서 있는 포플러 나무처럼
온갖 세상 풍파에 시달려도 흔들리지 않고
양심과 도덕, 믿음을 바탕으로
곧바르게 더 높은 이상이 있는 곳으로 성장해 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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