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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14년간 나의 제자인 윌리엄

by Helen of Troy 2017. 8. 29.

 


2017년 4월 9일 우리집에서 가진 리사이틀에서...


 

 20년간 10개국을 돌아다니면서 엔지니어로 바쁘게 일을 하다가

세 아이의 육아와 개인의 건강의 문제로 1년 정도 쉬었다가

Nanny의 손에 큰 아이들을 엄마가 돌보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공대로 전과를 하기 전에 대학에서 전공했던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되살려서

17년 전에 음악선생으로 180도 커리어 전환을 했다.


처음엔 4명의 학생으로 시작해서 한참 많을 때는 32명에 달하는 제자를 가르쳤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최소 7년에서 길게는 16년을 함께 해서

선생과 제자라기 보다는 엄마이거나 제자의 가족에겐 친구로 남아서

비록 렛슨을 마치고 내 곁을 떠나도 여전히 Facebook이나 E mail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그렇게 피아노 선생으로 시작한지 3년째 되던 해에

윌리엄이 만 네살이 채 되기 전에 내게 피아노를 배우러 왔다.

그는 하얀 피부에 주근깨가 촘촘히 박힌 얼굴에

빠진 앞니에 곱슬머리 금발을 한 그야말로 귀엽고 장난기가 많은 어린 미소년이었다.


 

요한 세바스찬 작의 평균율 D 단조 작품을 연주하는 모습...

( 이 작품은 키와니스 콩쿨과 10학년 등급시험에서 좋은 성적으로 연주한 곡이다.)

 

 


그렇게 윌리엄과 나는 14년 전에 만나서

오늘 평소보다 두배나 길게 마지막 렛슨을 마치고

아쉽게 서로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9월부터 밴쿠버 소재 캐나다의 명문 대학인 UBC에 신입생으로 입학해서

이틀 후인 수요일에 커다란 아버지의 트럭에 짐을 싣고

부모님과 함께 1,500 km를 운전해서 대학이 있는 밴쿠버로 향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나의 제자들은 피아노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지만

대학 전공은 음대가 아니라 주로 공대, 의대 그리고 상대로 진학을 하는데

윌리엄은 상대에 진학해서 회계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10년 전인 2007년 6월 양노원에서 가진 연주회가 끝난 후...

(가운데 나비 넥타이를 맨 학생이 여덟살때의 윌리엄이다.)


 


윌리엄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10여년간 꾸준히 피아노 렛슨을 계속하는데는

공부만 잘하기 보다는 꾸준하게 다양한 취미와 봉사활동을 권장하는

끊임없는 부모님들의 관심과 격려가 뒤받침 해 주었기 때문이다.


 점점 오랫동안 이어지는 좋은 인간관계가 점점 사라지는 요즘에

윌리엄과 나는 선생과 학생으로 1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음악이라는 연줄로 사제지간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인연이

그저 감사하고, 뿌듯할 뿐이다.


그래도 추수 감사절, 그리고 크리스마스 명절에 집으로 올 때마다

아직 못다 배운 곡들을 계속해서 배우기 위해서 레슨을 받으러 온다고 하는 윌리엄에게

이번 한국방문때에 패셔니스타인 윌리엄을 위해서 구입한

colorful 한 양말 15켤레과 두개의 티셔츠를 건네주면서 서운함을 달랬다.




2017년 6월 9일 우리집의 피아노 스튜디오에서

Royal Conservatory of Music 10학년 등급 시험에 연주할 일곱곡을 준비하고 있는 윌리엄...

 


윌리엄 외에도 올해 3명의 제자가 내 곁을 떠났다.

6년간 함께 한 야샤르는  부모님이 새 직장을 얻어서 미국으로 이사를,

10년간 함께 한 레이앤은 다른 도시로 대학 진학으로,

12년간 함께 한 켈리는 유럽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이유로

두달 전 6월에 눈물을 글썽이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5-6세의 어린이로 만나서 어엿한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하다가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서 매년 내 곁을 떠나는 제자들을 

아쉽게 보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이 되지만

그럴때마다 한쪽 가슴이 텅 빈 것처럼 아프고 허전한 감정이 오래 간다.

그래도 어엿한 성인이 되어서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라가는 그들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두손 모아 오늘도 기도를 드린다.